‘내한’ 요아소비, ‘일제강점기’ 낭만화 논란…제목 몰래 바꿔
[TV리포트=안수현 기자] 일본 대세 밴드 ‘요아소비(YOASOBI)’의 첫 단독 내한 공연 소식도 잠시, ‘일제강점기 낭만화’ 논란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리벳(LIVET)은 밴드 요아소비가 오는 12월 16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어 한국 팬들과 만난다고 전했다.
요아소비는 최근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오프닝 곡 ‘아이돌(アイドル)’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떨치며 승승장구 중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공개 78일 만에 조회수 2억 회를 넘어서며 ‘현존 최고의 일본 밴드’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내한 소식이 전해지자, 요아소비가 과거 ‘한국과 관련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다’는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21년 9월 15일 요아소비는 ‘다이쇼 로망’이라는 제목의 곡을 문제 삼은 것.
‘다이쇼 로망’은 일본 다이쇼 시대(1912년~1926년)를 그리워하는 사조를 의미한다. 다이쇼 시대는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 문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며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다. 일본인들은 이 시기를 일본 역사의 문화와 경제가 풍족했던 시대라고 여긴다. 나아가 이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을 ‘다이쇼 로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다이쇼 시대에 일본은 국권 침탈을 발판 삼아 제국주의로 세계에 영향권을 다지려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같은 시기 일본의 식민지로 착취당하며 조상들이 끔찍한 비극을 겪었다는 것을 알기에 다이쇼 시대를 ‘로망’이라 부르며 미화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반감은 클 수밖에 없다.
요아소비의 ‘다이쇼 로망’은 다이쇼 시대의 1923년 여학생 치요코와 2023년 남학생 토키토가 100년의 시간을 초월해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다가 사랑에 빠지는 웹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토키오가 100년 전 관동대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치요코에게 편지로 알려줌과 동시에 연락이 끊어지는 일이 가사의 핵심 내용이다.
관동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관동 지역에 발생한 7.9급의 초강력 지진이다.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방화했다’, ‘우물에 조선인이 독을 넣었다’라는 등의 근거 없는 낭설이 퍼졌다. 이런 소문은 경찰 조직의 비상 연락망을 통해 확대되면서 자경단이나 경찰관에 의해서 조선인이 학살당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다이쇼 로망’이라는 제목에 모자라 ‘관동대지진’이란 비극을 가사의 요소로 활용한 것은 한국 팬들에게 불쾌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곡 발표 해인 2021년도에는 몇몇 국내 대중들이 ‘요아소비 노래 불매’를 하기도 했다.
더욱이 문제시 되는 것은 요아소비의 ‘다이쇼 로망’이 해외 제목에서는 ‘Romance’로 바뀌어 유통된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발매된 요아소비 발표곡들의 일본어 음원은 Spotify나 YouTube Music 등 국가에 따라 다른 태그가 적용되는 플랫폼에서도 별도의 해외판 태그를 적용하지 않고 일본어 이름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본 곡에는 이례적으로 해외에서 이용 가능한 음원의 제목에 ‘Romance’라는 타이틀의 별도 영문 태그가 적용됐다. 이는 한국의 대표 음악 플랫폼 멜론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논란을 인식한 건지 해당 곡만 제목을 바꾼 것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비열한 전략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한다.
한편, 각자 활동하던 프로듀서 아야세(Ayase)와 싱어송라이터 이쿠라(ikura)로 구성된 요아소비는 2019년 싱글 ‘밤을 달리다’로 데뷔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케이블 음악 채널 엠넷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하는 등 국내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안수현 기자 ash@tvreport.co.kr / 사진= 리벳(LIVET), Mnet ‘엠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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