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감독 조현철에게 매료되는 118분 [유일무비]
[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했습니다.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이토록 지켜주고 싶은 사랑이 있다. 순수하고 아름다워 더 쓰라린 두 소녀의 사랑, 영화 ‘너와 나’의 이야기다.
영화 ‘너와 나’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그동안 서로에게 전하지 못했던 마음속에 있는 말을 꾹꾹 눌러 담은 채 꿈만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 분)와 하은(김시은 분)의 풋풋한 감정을 그린다.
개봉에 앞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0회 마리끌레르영화제,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제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제23회 가오슝영화제, 제18회 파리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너와 나’는 영화 ‘차이나타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웃사촌’, 드라마 ‘호텔 델루나’, ‘D.P.’, ‘구경이’에서 활약한 배우 조현철이 단편 영화 ‘부스럭’, ‘대문아’ 등을 연출한 데 이어 처음으로 선보이는 첫 장편 영화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7년. 감독 조현철의 길고 긴 고민의 흔적이 ‘너와 나’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여고생들의 일상부터 이들이 나누는 대화, 우정이 최고인 그 나이대 소녀들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합심하는 순간,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결실까지. 모든 여정을 통틀어 덜어낼 게 단 하나도 없다. 작은 표현들이 러닝타임 내내 탄탄하게 쌓여 깊은 여운으로 매듭을 짓는다. 조현철 감독의 표현을 빌려 ’30대 남성 창작자’가 이 이야기에 얼마나 조심스럽게 접근했는지 느껴진다.
두 소녀가 립밤을 나눠 바르는 모습에선 다정함이, 자연스럽게 맞잡은 두 손에선 순수한 사랑이 전해진다. 서로의 마음이 엇갈린 줄 알고 오해한 뒤 노래방에서 이별 노래를 열창하는 소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귀여움에 웃음이 터진다.
영화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학여행을 앞둔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이 세월호 참사와 연결되면서 영화가 그린 소녀들의 평범한 하루가 가장 특별한 하루로 반전된다. 실제 이야기를 차용하는 데 있어 감정이 과해질 수 있는 장치는 모두 덜어냈다. 그저 덤덤하게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를 완주한다.
조현철은 이번 작품을 “사랑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 118분을 보내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너와 나’는 오는 25일 개봉 예정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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