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점 느낀 자영업자들 “코로나19도 버텼지만 더 이상은 무리…”(PD수첩)
[TV리포트=김유진 기자] 코로나19의 고강도 방역을 이겨내고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는 절망감에 빠졌다.
17일 방영된 MBC ‘PD수첩’ 1392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불황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졌다.
오승훈 아나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 남대문시장을 찾아 자영업자들을 만나봤다. 모자, 옷 등을 파는상인들은 “코로나보다는 낫다”면서도 “물가가 올라서 만드는 제품 가격도 다 올랐다. 소비자들은 옛날 가격만 생각하니 마진이 더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마찬가지다. 식자재가 터무니없이 오르면서 어쩔 수 없이 음식가격도 올리게 됐다.
실제 지난 5년간 서민들이 즐겨찾는 8개 외식 품목 가격이 30% 가까이 올랐다.
제작진은 강남역 일대에 골목을 돌아다니며 반찬을 배달하는 트럭을 주목했다. 반찬이 배달되는 곳은 가정집이 아니었다.
반찬가게 직원인 김종현씨는 “사무실, 은행, 병원, 미용실 등 바쁘고 음식값이 저렴한 걸 찾으시는 분들이 주문을 의뢰한다”고 전했다. 외식물가가 뛰면서 반찬을 배달해서 먹는 일터가 늘고 있다는 것.
강남역 인근 미용실을 운영하는 원장님은 “직원들에게 두끼는 줘야된다. 밥은 여기서 하고 반찬은 배달 업체에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밥 값까지 아끼며 전 직원이 허리띠를 졸라 멘 건 강남 상권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원장님은 “강남에서만 15년 간 미용실을 운영했다. (과거에는) 신규 손님도 많고 중국인 등 외국인이 많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토로했다.
남대문 의류 시장은 더 심각했다. 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된 코로나19 이후 전통적인 활로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한 아동복 가게 상인은 “예전에는 사람이 물밀듯이 다녔다. 영업방식도 달라졌다. 이제는 SNS로 주문하기 때문에 실제로 여기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상인은 “코로나 때보다 더 최악이다. 너무 마이너스니까 그만 둬야겠다 싶다. 빚을 자꾸 지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소득은 그대로 인데 금리, 물가가 오르면서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가구당 실질 소득은 전년 대비 3.9%가 줄어들면서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돈이 없으니 소비는 줄고 그 여파가 자영업자들에게 미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비율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올해 들어 10%대로 떨어졌다. 코로나 시기 고강도 방역 조치로 영업 손실이 막대했음에도 그 시기를 견뎌온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절망감이 퍼지고 있다.
김유진 기자 eugene0120@naver.com / 사진=MBC ‘PD수첩’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