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2만 원 ‘미완성 옵션’ 팔아치운 기아.. EV9 차주들 결국 폭발했다
판매 부진 시달리는 EV9
HDP 상용화 지연도 복병
올해 중 출시 어려울 전망
기아 플래그십 전기 SUV, EV9.
해당 차량은 공개 당시 사전 계약 1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실제 판매량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대로 인해 계약 취소가 잇따랐고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넉 달 동안 출고된 EV9은 4,156대에 불과하다. 올해 목표 판매량의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EV9이 기대를 모았던 이유 중 하나인 ‘HDP(Highway Driving Pilot)‘ 상용화 지연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레벨 3 자율주행 기준을 충족하는 해당 옵션은 올해 중으로 EV9에 처음 탑재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완성도를 이유로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이에 HDP 옵션을 기다리는 EV9 계약자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작동 조건은 한정적이지만
스티어링 휠 잡을 필요 없어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에 따르면 자율주행 등급은 레벨 0~5까지 총 6단계로 분류된다. 레벨 0부터 2까지는 운전자 개입이 필수적이며, 레벨 3부터는 운전자 개입이 점진적으로 줄어든다. 운전자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주행 환경도 제한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은 레벨 5로 정의된다.
현대차그룹이 기아 EV9, 제네시스 G90 등에 탑재하겠다고 밝힌 HDP는 자동차 전용도로 및 고속도로 주행 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놓고 있어도 차로 및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전면 그릴 및 범퍼에 장착된 라이다 2개를 포함한 총 15개의 센서가 정밀 지도, 통합 제어기와 연동해 한층 자연스러운 자율주행을 제공한다.
옵션 가격만 742만 원
“이럴 거면 왜 출시했냐”
현행 현대차그룹 라인업 상당수에서 지원하는 ‘HDA(Highway Driving Assist)’ 역시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엄연히 레벨 2 자율주행에 해당한다. 운전자가 상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어야 하며 스티어링 휠을 놓은 상태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이후에도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기능 자체가 작동을 중단한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최고 속도 80km/h까지 작동하는 HDP를 올해 중으로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HDP를 최초 탑재할 신차로 EV9 최상위 트림인 GT-라인을 선정했으며, 무려 742만 원에 달하는 옵션 가격까지 책정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상용화가 미뤄지며 계약 고객들로부터 “개발도 안 된 옵션을 가격까지 책정하게 해서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뭐냐”, “이거 안 들어가면 살 생각 없다”와 같은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고객들 사전 동의 받았다”
확신 들 때까지 테스트 지속
이에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12일 열린 ‘2023 기아 EV 데이’ 행사 자리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실주행 상황에서 다양한 변수를 마주하고 있다”라며 “이에 대책을 찾고 개선 중이며, 무엇보다 운전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100% 확신을 가질 때까지 도로 테스트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장기간의 테스트가 필요해 출시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아 측은 고객들에게 사전 동의를 충분히 구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기아 관계자는 “(HDP 탑재 차량의) 출시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지하고 고객들로부터 이와 관련한 사전 동의도 받았다”라고 전했다. 최근 국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시험 운행‘ 스티커가 붙은 EV9 프로토타입 목격담이 종종 전해지는 만큼 HDP 상용화가 마냥 먼 미래는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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