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더 도어’ 이순원 “장항준 칭찬 그만하고 싶지만…” [인터뷰]
[TV리포트=김연주 기자] 장항준 감독이 신작 ‘오픈 더 도어’를 통해 약 6년 만에 정통 스릴러물을 선보이는 가운데 이번 영화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순원이 작품 비하인드를 전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TV리포트 사옥에서 만난 이순원은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을 때 장항준 감독님께 연락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촬영 도중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영화 ‘오픈 더 도어’는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미국으로 이민 와 낯선 땅에 정착하던 한 이민 가족의 갈등을 재구성해 보다 생생하고 섬세하게 담았다.
이순원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감독님께 출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당시 네 편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었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미완성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너무 재미있더라. 이후 몇 주 만에 완성된 최종 시나리오는 더 좋았다”고 말했다.
미국 교민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오픈 더 도어’는 낯선 땅에 정착하기 위해서 서로 의지하며 끈끈할 수밖에 없는 이민 가족의 폐쇄성과 대비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로 넘치는 긴장감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극중 사건의 중심에 있는 매형 ‘문석’ 역을 연기한 이순원은 “그동안 해왔던 연기와 결이 다른 캐릭터였다. 섬세하고, 감정의 격차가 컸다. 감정의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보고, 평소보다 많은 음악을 들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다 보니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더 커졌다. 털어놓자면 캐릭터에 이입하기 위해 혼자서 눈물을 흘려보기도 했다.(웃음)”고 전했다.
‘오픈 더 도어’는 장항준 감독이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정통 스릴러로 방송인이자 컨텐츠랩 비보 대표인 송은이가 첫 제작자로 나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오픈 더 도어’ 기자간담회에서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 대표는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며 적극적인 홍보를 예고한 바 있다.
이순원은 “장항준 감독님 칭찬을 그만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웃음) 장 감독님은 배우들을 전적으로 믿어주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시는 분이다. 그런데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누구보다 단호하다. 한 번은 촬영을 하면서 격한 감정을 토해야 하는데 쉽게 풀리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감독님께 잠시 시간을 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다.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물어보시고,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재미있는 모습과 달리 카리스마가 느껴졌다”고 극찬했다.
송은이 대표에 대해선 “영화에 대한 애정은 물론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 분이다. ‘오픈 더 도어’ 제작을 맡기까지 차곡차곡 준비를 해오셨다고 하더라. 송은이 대표님의 영화 사랑은 현장에서 두드러졌다. 어디에서 촬영을 하든 매일 현장에 오셨다. 영화 제작 외에도 스케줄이 많다는 걸 알고 있는데, 밤이든 낮이든 새벽이든 매번 오셔서 응원을 해주더라. 영화제에서 GV를 할 때도 사회자로 나서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함께하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오픈 더 도어’는 총 5개의 챕터로 구성, 역순으로 전개된다. 현재에서 과거 순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고 극을 관통하는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이순원이 연기한 ‘문석’과 그의 아내 ‘윤주'(김수진 분), 처남 ‘치훈'(서영주 분)을 둘러싼 갈등과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이 충돌하면서 긴장감이 더해진다.
이에 대해 이순원은 “문석의 정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처남 치훈과 술을 마시며 울고 웃고 떠드는 첫 번째 챕터를 연기할 때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문석이 오랜시간 마음속에 묵혀둔 진실을 치훈에게 말하기까지 수많은 감정을 느꼈을 거다. 그 감정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돼야 이어질 네 개의 챕터가 납득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극한의 감정을 술에 취한 채 표현하는 게 쉽지 않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실제로 술을 마시면서 연기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실제로 약간의 취기를 빌려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오픈 더 도어’는 총 7회차로 제작된 저예산영화다. 영화의 배경인 뉴저지는 세트장과 CG 작업으로 구현됐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마음이 한 데 모여 작품이 완성됐다. 이순원은 “김수진 배우와 긴 대화를 나누는 신은 롱테이크로 촬영됐다. 약 16분짜리였다.(웃음) 처음엔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되더라. 감독님의 믿음과 스태프들의 호흡, 김수진 배우와 감정교류가 제대로 이뤄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비하인드를 전하자면 해당 신을 촬영할 때 막바지에 NG가 났던 테이크가 있다. 그런데 배우들은 물론 장항준 감독님까지 흔들리지 않고, 다시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2008년 연극 ‘그남자 그여자’로 데뷔한 이순원은 영화 ‘육사오’, ‘리바운드’, 드라마 ‘라이브’, ‘미스터 선샤인’, ‘방과 후 전쟁활동’, ‘택배기사’ 등에서 활약해온 ‘신스틸러’다. ‘오픈 더 도어’ 이외에도 드라마 ‘혼례대첩’, ‘아마존 활명수’, ‘히트맨2’ 등 다수의 작품으로 대중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이순원은 “배역의 비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맡은 캐릭터가 그냥 스쳐지나가길 바라지 않을 뿐이다. 너무 튀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존재감이 없지도 않은, 그 캐릭터가 존재하는 이유를 잘 그려내는 배우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순원의 출연작 ‘오픈 더 도어’는 오늘부터 CGV에서 상영된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오민아 기자, ㈜컨텐츠랩 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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