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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더 도어’ 김수진 “16분 롱테이크 촬영, 언제 또 경험할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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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오늘(25일)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 ‘오픈 더 도어’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김수진이 개봉 소감을 전했다. 

영화 ‘오픈 더 도어’는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미국 교민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오픈 더 도어’는 낯선 땅에 정착하기 위해서 서로 의지하며 끈끈할 수밖에 없는 이민 가족의 폐쇄성과 대비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로 넘치는 긴장감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총 5개의 챕터로 구성, 역순으로 전개된다. 현재에서 과거 순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고 극을 관통하는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극중 김수진은 뉴저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어머니, 동생과 함께 미국에 정착한 교민 2세 ‘윤주’ 역을 분했다. 그가 연기한 윤주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릇된 선택을 저지르게 되는 인물이다. 김수진은 캐릭터의 급변하는 감정, 잘못된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하 배우 김수진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개봉까지 2년이 소요된 ‘오픈 더 도어’가 드디어 관객과 만난다.

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단 생각이 크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GV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개봉 이후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우리 영화를 어필하자면, 무서운 영화가 전혀 아니다.(웃음) 적당한 긴장감이 맴도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 작품에 합류하게 됐나?

처음엔 소품용 가족사진 촬영에 섭외가 됐다. 장항준 감독님이 간략한 스토리를 설명하면서 가족사진 속 누나가 저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첫 번째 챕터의 시나리오만 완성된 상태여서 제 분량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대본을 읽고 ‘참 좋은 시도가 될 작품’이란 생각이 들더라. 그런 마음이 생기니 제 분량은 중요하지 않았다. 영화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응했다. 

-반드시 만들어져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 

지난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로 데뷔할 때 연출부였던 한 친구가 아직 입봉을 하지 못했다. 감독이 첫 장편 영화로 데뷔를 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안다. 대본을 수십 번 고치고,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수도 없이 좌절감을 맛본다. 곁에서 지켜본 입장으로 굉장히 지난한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영화의 예산은 점점 커지고, 상업 영화의 공식이라는 게 더 뚜렷하게 생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편 영화를 연출해온 감독님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오픈 더 도어’가 작품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좋은 모델이 되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극의 핵심 인물로 합류했다.(웃음)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출연이 결정됐고, 이후부턴 바쁘게 흘러갔다. 첫 리딩 날 동선까지 맞췄다. 특히 세 번째 챕터에서 남편 문석(이순원 분)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누는 신은 롱테이크로 촬영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대화가 이뤄지는 집안의 구조, 소품 위치가 그려진 평면도를 두고 대본을 보면서 동선을 점검했다. 16분에 달하는 롱테이크 촬영이 부담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배우와 스태프의 합이 맞아떨어져야 완성되는 장면이지 않나. 감독님의 믿음과 스태프의 열의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모두의 호흡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꼈다. 현장을 즐기지 못하는 편인데, 이번엔 달랐다. 서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앞으로 이런 경험을 다시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16분 롱테이크 촬영의 비하인드를 전하면?

제가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스태프들이 같이 이동하면서 카메라에 걸리는 소품을 치웠다. 동선에 맞춰 다 같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진귀한 경험이었다. 모든 스태프가 고생했지만, 촬영 감독님의 노고가 컸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이동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숨이 가빠지는 모습까지 봤다. 덧붙이자면 해당 신에서 자금 관련 문제로 통화를 하다가 감정이 격해져서 본의 아니게 전화기를 부쉈다. 당황했는데 바로 새걸로 교체를 해주시더라.(웃음) 그것마저도 호흡이라 느껴졌다. 

-‘윤주’는 자신을 위해 부모를 해치겠단 선택을 한다. 그녀의 생각과 선택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데,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인물로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기울인 바가 있나?

그동안 대중을 배신하지 않는 캐릭터만 맡아서 그런지 더 어려웠다. 쌓아온 이미지가 있지 않나.(웃음) 악역이 처음인 셈이었다. 하지만 극악무도한 인물로 그려지기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악한 부분을 긁어내려고 했다. 극중 윤주는 남아 있는 가족을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다. 도덕보다 편의성을 우위로 생각한 거다. 물론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지만, 모두가 윤주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연기하는 저만큼은 그녀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주를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고간 것이 과연 무엇인지 헤아리는 데 집중했다. 

-어색한 교민 영어를 구사하는 디테일이 눈에 띄었다. 

실제 교민 두 분의 대사 녹음본을 듣고 연습했다. 교민이 사용하는 말의 습관, 표현력을 습득하고자 했다.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시그널’에 출연했는데, 장항준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께 감사한 건 기존의 제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끌어내려고 하셨다는 거다. 처연하고 선하고, 안쓰러운 상황에 놓인 캐릭터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됐다.(웃음) 감독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분이다. 급박한 상황에 남편에게 “나 사랑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찍고 여러 차례 칭찬을 해주셨다. 무엇보다 감독님의 작품은 선한 목표를 갖고 있다. 파멸로 가는 이야기 속에서도 희망과 행복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배우가 감독님과 작품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나 또한 장 감독님과 다시 만나고 싶다. 

-장항준 감독의 현장 분위기가 궁금하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질문하고, 해답을 얻는 현장이었다. 감독님의 유쾌함이 현장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었다. 감독님의 현장은 누구 한 명 불편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배우와 스태프가 모두 자신의 몫을 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맨땅에 헤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감독님이 저를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스갯소리로 감독님 같은 분은 죽을 때까지 매해 영화 한 편씩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했던 적도 있다. 

-끝으로 관객에게 ‘오픈 더 도어’를 어필하면?

아슬아슬한 스릴감이 있지만, 무섭지 않은 영화. 무서운 영화를 못보는 분들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생동감은 덤이다. ‘오픈 더 도어’를 보면서 자신이 마음속에 품은 욕망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생각해보시면 좋겠다. 

‘오픈 더 도어’는 CGV에서 단독 상영 중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컨텐츠랩 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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