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50년의 관록…’엄마’라는 타이틀에 가둘 수 없는 존재 [心스틸러]
[TV리포트=김연주 기자] 관객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배우의 매력을 분석합니다. 마음을 훔치는 심(心)스틸러로 거듭난 배우를 조명합니다. 대중을 사로잡은 스타의 이야기입니다.
“나이라는 틀을 깨보고 싶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배우 김해숙에게 정체란 없다. 안방극장과 스크린, OTT까지 다양한 채널을 넘나들며 대중과 만나고 있다. 때로는 비정한 얼굴로, 때로는 무장해제 시키는 다정함을 장착한다. 자연스러움은 덤이다. 늘 새로운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질감이 없다. 50년의 관록, 연기라는 외길을 묵묵하게 걸어온 그의 힘은 대중에게 전달된다.
특히 2023년 한 해는 김해숙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악귀’, ‘힘쎈여자 강남순’, ‘3일의 휴가’, ‘마이 데몬’, ‘경성크리처’ 등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정진했다. SBS ‘악귀’에서 김해숙은 등장만으로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그가 연기한 ‘나병희’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가족까지 내칠 수 있는 인물로, 김해숙을 만나 시릴 정도로 냉정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힘쎈여자 강남순’에선 사랑스러운 면모를 발산했다. 선천적 괴력을 가진 ‘길중간’을 분한 김해숙은 극중 정보석과 코믹하고 귀여운 러브라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3일의 휴가’에선 김해숙이 가진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친근하고도 따뜻한 엄마, 그의 엄마 연기는 일품이었다. 표현은 투박하지만 그 안엔 진한 사랑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김해숙은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엄마’라는 타이틀에 갇히지 않는다. 현재 방영 중인 ‘마이 데몬’, 넷플릭스 ‘경성크리처’에선 각각 대기업의 창업주, 금옥당의 안방마님 나월댁으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해숙은 그 자체만으로 존재감을 나타낸다. 대표적으로 영화 ‘도둑들’의 씹던 껌이 그랬다. 자칭 ‘늙은 도둑’이라고 했지만 배우 전지현, 김혜수과 나란히 했을 때도 그만의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그만큼 매혹적이었다. 영화에서 그린 로맨스는 또 어떤가. 50대 여배우에겐 쉽게 주어지지 않는 멜로 연기는 농도부터 남달랐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작 ‘박쥐’에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른바 ‘동공 연기’로 소름을 유발했다.
김해숙은 1974년 MBC 공채 탤런트 7기로 데뷔,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 한 해도 빠짐없이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작정하고 세어본 그의 출연작은 드라마만 170편이 넘는다. 약 50편의 영화를 합치면 50년간 200편이 넘는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3일의 휴가’ 홍보 차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해숙은 “워커홀릭인 거 같다. 아직도 현장에 가면 첫사랑을 하는 것처럼 설렌다”며 “나이라는 틀을 깨고 싶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연기를 향한 그의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는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외계+인’ 2부에서도 활약을 예고했다. 2023년의 문을 닫고, 2024년 새해 첫 영화로 돌아올 김해숙의 올해엔 어떤 새로움이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쇼박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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