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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화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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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연주 기자] “처음 플롯을 읽을 때부터 주인공인 두 소년을 퀴어로 그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엔딩 장면을 찍을 때 두 배우에게 ‘우리는 우리로서 괜찮다’는 걸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자유롭게 뛰고 소리치면서 축복하는 모습이 보이길 바랐다. 저 역시도 그들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해당 신을 촬영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렇지 않아도 꼿꼿한 몸이 더 반듯해졌다. 질문을 하나하나 곱씹는 진중함에 정적이 흘렀고, 고요를 깨고 그가 내뱉은 문장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명료했다. 영화 ‘괴물’을 관통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논할 때는 올곧음이 돋보였다. 따돌림, 아동학대, 교권추락까지. 무거운 화두가 테이블에 올랐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언어는 다정했다. 세상을 대하는 그의 시선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배급사 NEW 사옥에서 영화 ‘괴물’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내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다. 주인공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이야기를 각각 다른 세 개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완성본을 보고 모든 스태프가 잘 해냈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 호흡을 맞춘 스태프와 20년 가까이 함께해 온 스태프까지, 모두의 공이 느껴졌다. 그런 힘이 작품에 잘 담긴 거 같다.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요리의 아버지, 교장선생님 등 인간성을 잃은 사람들을 괴물로 지칭하는 건 쉽지만, 두 소년을 궁지로 몰고 간 미나타의 엄마, 또래 친구들, 주변 선생님을 괴물이라 생각하긴 어렵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서 평범해 보였던 주변 인물들이 아이들의 시선에선 괴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미나타의 엄마, 또래 친구들과 같은 사람들일 거다. 사회가 만든 평범함이 누군가에겐 평범하지 않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난해 11월 29일 국내에 개봉한 ‘괴물’은 입소문과 n차 관람으로 누적 관객 수 50만 명을 돌파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일본 실사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으로, 최근 15년간 일본 실사 영화 흥행 기록에서도 흥행 TOP2에 올라서며 아트 영화의 흥행 부활을 선포한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내한 일정 사이에 영화가 50만 관객 돌파라는 영광을 맞이했다. 먼저 내한했던 ‘괴물’의 두 배우가 한국 관객들에게 환대를 받았다고 전해줬다. 그 자체만으로 한국의 사랑이 느껴졌다. 이번에 GV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괴물’을 10번 이상 본 한국 팬이 있었고, 저보다 영화 속 디테일을 더 많이 포착하고 의견을 내는 팬도 만났다. 한국 관객과 만나서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엄청난 행복이었다.” 

세계적인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연출력,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와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의 완벽한 협업으로 탄생한 ‘괴물’. 칸 영화제 각본상에 이어 세계 유수 영화제 수상을 거머쥐며 지난해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단연 손꼽히고 있다.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이 관객을 끌어당겼다고 생각한다. 저였다면 그렇게 못썼을 거다.(웃음) 오랜 시간 직접 쓴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비슷한 대사와 인물, 스토리를 쓰고 있더라. 그런 지점에서 내 글에 질렸다. 사카모토 유지와의 작업은 큰 경험으로 남았다. 교장선생님과 미나토가 같이 악기를 부는 대목은 충격이었다. 저라면 미나토와 요리가 악기를 부는 정도에 그쳤을 거 같다. 기회가 주어지면 새로운 작업도 함께하고 싶다. 사카모토 류이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엔딩 장면에 흐르는 ‘Aqua'(아쿠아)는 미리 정해진 음악이었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자신의 딸이 태어났을 때 축복하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라고 했다. 그 의미를 의식하고 나 또한 두 소년의 축복을 빌어주는 마음으로 곡을 사용했다.”

학교폭력, 따돌림, 아동학대, 교권추락,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 우리 사회의 해묵은 문제들이 ‘괴물’에 녹아있다. 여러 갈래의 문제들은 외면과 오해로 인해 깊어지고 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화법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사회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마주하기 두려워 기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만의 시선으로 풀어 관객에게 전달한다. 따뜻해서 더 처절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즐기는 것 이상의 여운과 곱씹어 볼 거리를 안겨준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괴물’ 같은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다루는 것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다. 그런 면에서 사카모토 유지의 재능이 대단하다. 2018년에 영화를 기획했고, 이후 코로나19로 세계가 분단되면서 이런 문제들이 더 심각해졌다. 꼭 사카모토 유지가 예견한 것처럼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심각한 화두가 된 거다. 두 소년은 처음부터 퀴어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섬세한 연출과 대응이 필요했다. 두 아이와 함께 각본을 읽고, 성 정체성에 관한 수업을 듣도록 했다. 전문가를 초빙해 신체적인 변화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장에도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촬영 중 신체 접촉을 하거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아이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매순간 신경썼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브로커’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며 일상의 순간을 섬세하게 다루는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가 많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 남아 있는 날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전부 영화로 만들진 못할 거다.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배우들과도 작업을 하고 싶다. 빠른 시일 내에 실현하고 싶은 마음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작 ‘괴물’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주)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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