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고팠어요” 시범경기 인기 폭발…티빙 중계에는 분노 폭발
“야구 고팠어요!”
지난 주말 개막한 KBO리그 시범경기는 정규시즌을 방불케 할 정도의 많은 관중(유료)들을 불러 모았다.
개막일이었던 9일, 한화 이글스의 홈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1만2000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지난해 시범경기 주말 첫 홈경기 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관중이다. 한화는 ‘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2015년 이후 약 9년 만에 만원 관중 앞에서 시범경기를 맞이했다.
꽃샘추위가 이어졌지만 이튿날도 매진이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탄탄해진 전력에 ‘류현진 효과’까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기존 문동주-노시환 등 젊은 선수들에 베테랑 안치홍-이재원-김강민 영입으로 신구 조화를 이뤘다. 결정적인 전력 상승 요인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복귀다. 지난달 친정팀 한화와 8년 17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고 약 12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쳤던 한화는 류현진 가세로 일약 5강 후보로 떠올랐다. 그에 따라 높아진 기대치가 팬들을 야구장으로 이끌었다.
비단 한화뿐만 아니다. 10일 롯데 자이언츠 홈 부산 사직구장에도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왔다. 전날에도 1만에 가까운 관중을 모았던 롯데는 2경기 평균 관중 1만 명을 넘겼다.
10일 전국 5개 야구장에서 일제히 펼쳐진 시범경기에는 3만6180명(평균 7236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지난 시즌 시범경기 전체 평균 관중(2527명)의 3배 가까운 수치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는 관중 810만여 명을 동원, 2018년 후 처음으로 800만 관중 시대를 회복했다. 시범경기 때부터 이런 분위기라면 올 시즌 사상 첫 900만 관중 돌파도 기대할 수 있다.
폭발적인 관심과 치솟는 기대 속에 실망을 안기고 있는 것은 한국프로야구(KBO)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3년 1350억원)을 확보한 CJ ENM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TVING)의 시범경기 중계 수준이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야구 시청에 방해가 될 정도”라며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시범경기 중계 종료 직후 야구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지적과 짜증을 넘어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무료로 제공됐던 네이버 야구 영상은 경기 진행 도중에도 이닝별 주요 장면이 실시간으로 편집돼 올라왔다. 경기 종료 후에도 거의 30~40분 내로 풀영상과 편집된 하이라이트 영상이 올라왔다. 그러나 유료화를 앞둔 티빙은 시범경기 첫날 하이라이트 영상을 종료 후 3~4시간 이후에야 전체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이 늦게 업로드 되는 등의 문제가 계속 되면 자체 컨텐츠를 제작하는 구단들에도 문제다.
중계 과정에서 숱한 자막 오류도 있었다.
주자가 베이스에 안착할 때 쓰는 세이프(SAFE)라는 용어를 세이브(SAVE)라고 잘못 올렸고, 타자 채은성(한화)을 소개하는 자막에 ‘22번 타자 채은성’이라고 적었다. 선수 이름 앞에 붙는 번호는 타순(1~9번)이라는 기본적인 야구상식을 모르고 등번호를 따서 자막을 만들었다. 전준우(롯데)를 ‘전근우’로 썼고, 두산 경기 영상 썸네일에 요나단 페라자(한화)의 얼굴을 올리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야구를 시청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다. 이런 것을 나중에는 돈 주고 봐야 하냐”며 혀를 찼다.
자막 오류를 넘어 사용자들의 불편함도 초래했다. 티빙이 업로드한 하이라이트 영상 제목에 어떤 팀의 경기인지가 명시되지 않았다. 드라마처럼 730화, 731화 등의 제목이 붙었다. 때문에 제목만으로는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찾기도 불편했다.
도를 넘는 광고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티빙은 시범경기를 중계하면서 KBO 공식 스폰서 등을 희미하게 처리하고 그 위에 자사 로고(TVING)을 얹었다. 하이라이트 영상 앞부분에 약 30초 분량의 광고도 붙였다.
정우영 SBS스포츠 캐스터는 10일 SNS를 통해 “작년에도 티빙은 프로야구를 방송했는데 시즌 초 잠깐 몇 번 봤다가 다시 포털로 돌아갔던 이유가 검색이 불편해서였다. 이제 디지털, 뉴미디어 독점사가 됐음에도 이 점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스포츠에서는 생중계 스트리밍이 중요하겠지만 다시 볼 수 있는 가공영상도 그만큼이나 중요하다”며 “포털에서 파인플레이 영상이 밤새 수십만, 수백만 회씩 재생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다시 볼 수 있는 영상들과 그것을 찾을 수 있는 방법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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