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오재원의 루틴이다.
① 수분 : 혼자서 헬스장을 찾는다. 여친이 있으면 찜질방 行. 물 마시고, 데드리프트, 물 마시고, 한증막. 몸에 있는 수분이 빠질 때까지, 무한 반복한다.
② 염색 : 올리브영에 간다. 탈색약 3통 구매. (집에서) 머리를 감고, 빼고, 감고, 뺀다. 협찬 미용실도 찾는다. 모발의 단백질 케라틴을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③ 제모 : ‘박유천’ 사례를 교과서로 삼는다. “다리털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유의, 제모를 한다. 겨드랑이털은 레이저로 없앤다. 주요 부위는 면도기를 사용한다.
프로야구 선수의 ‘몸만들기’ 과정이 아니다. 마약 투약자의 ‘증거인멸’ 프로세스다. 실제로, 오재원은 이 루틴을 철저히 지켰다. 그리고, 추가로 진행되는 일종의 의식.
④ 토치 : 오재원의 (자동차) 트렁크에는 ‘토치’가 있다. 캠핑족일까? 아니다. 오재원은 토치를 이용해 주사기를 태운다. (피 묻은) 화장솜도 태운다. 그렇게 증거를 없앤다.
오재원은 이런 열정이 자신을 무혐의로 이끌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덜미를 잡혔다. ‘디스패치’가 오재원의 증거와 인멸을 추적했다.
◆ 소화전
2023년 4월, 오재원이 강남 지인 집을 찾았다. 그의 목적은, 지인 방문이 아닌 물품 보관. 오재원은 ‘필로폰과 주사기’를 안경통에 넣어 아파트 ‘소화전’에 숨겼다.
그러나 오재원의 실책이었다. 소화전은 판단 미스. 그는 ‘누가 소화전을 열어볼까?’ 생각했지만, 경비원이 열었다. 한 마디로, (자신도 죽고 지인도 죽는) 병살타였다.
“아파트 전체 소화 점검이 있었어요. 경비원이 각 층을 돌며 소화전을 열었죠. 그러다 수상한 물건을 발견한 겁니다. 그 안에 필로폰과 주사기가 있었고요.” (제보자 A씨)
그야말로, 하필이면 ‘그날’이다. 오재원은 자신의 보석함(?)이 열릴 거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털렸다. 경비원이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아파트를 돌았다. 세대별 초인종을 눌렀다. 오재원 지인 집도 두드렸다. 물론 들키지 않았다. 비결은 호흡. 경찰이 벨을 누를 때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는 전언.
◆ 덜미
경찰은 아파트 소화전에서 필로폰과 주사기를 확보했다. 하지만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이 ‘마약세트’는 경찰 케비넷 안에서 보관됐다.
그 사이, ‘주인’ 오재원은 수사에 대비했다. 헬스장에서, 사우나에서, 찜질방에서 수분을 뺐다. 집에서, 미용실에서 (모발) 단백질도 제거했다.
야구든, 수사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지난 9일, 오재원의 지인 A씨가 폭행으로 신고한 것. 그는 오재원과 필로폰을 투약한 사이다.
사실, 경찰은 오재원을 지난 1월부터 주시했다. 그도 그럴 게, 오재원 마약 제보가 이미 한 차례 들어왔다. 경찰은 그때 ‘소화전’ 사건도 인지했다.
하지만 오재원을 소환할 명분이 부족했다. 3자 증언으로 강제수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 이때 A씨의 폭행 신고는 수사 시작의 좋은 계기가 됐다.
다음은, 오재원과 A씨의 인연(악연)이다.
◆ 수면제
A씨는 5~6년 전에 오재원을 처음 만났다. 우연한 만남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오재원은 A씨에게 부탁을 했다. 수면제를 대신 받아달라고 요청한 것.
“스틸녹스는 1인당 1달에 1번, 28정만 받을 수 있습니다. 병원 전산에 기록되고요. 오재원은 한 번에 3~4알을 먹어요. 약이 부족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제게 대리 처방을 부탁했습니다.” (A씨)
오재원은 현역으로 활동할 당시부터, 수면제 중독이었다. 그는 A씨 및 그 지인까지 대리 처방에 동원했다. (심지어, 아카데미 수강생에게도 대리처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A씨는 ‘디스패치’에 “약을 구해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했다”면서 “지쳤다.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2020년 이후로 연락을 끊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가 오재원을 다시 만난 건, 2022년 10월 8일. 은퇴식 날이었다. “은퇴식을 했는데 축하해달라”는 전화가 온 것. 그리고 11월, R호텔로 오라는 연락이 다시 왔다.
“그때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가 됩니다. 오재원이 느닷없이 필로폰을 하자며 주사기를 꺼내더군요.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결국 응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A씨)
◆ 필로폰
A씨에 따르면, 오재원과 함께 필로폰을 맞은 건 13차례. 약(필로폰)은 오재원이 구했다. 투약 장소는 호텔, 또는 ‘볼야드’ (야구아카데미)였다.
하지만 A씨는 무서웠다. 지난 9일, 자수를 결심한 것. 그는 오재원에게도 자수를 권했다. 더 이상 이런 식이면 폐인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들었다.
오재원은 날뛰었다. “자수를 하느니 죽는 게 낫다”며 거부했다. 심지어, ‘볼야드’ 숙소에 있는 망치를 꺼냈다. 그리고 A씨의 아이폰을 박살 냈다.
“제 폰에 필로폰 증거가 있으니까요. 오재원은 제 폰을 박살 내면 될 거라 생각한 것 같아요. 제가 무서워서 도망치자 폭력을 행사했어요.” (A씨)
A씨는 오재원을 달랬다. “자수하지 않겠다”고 진정시켰다. 오재원은 A씨의 집까지 쫓아갔다. ‘디스패치’는 A씨 엘리베이터 CCTV를 확보했다.
“오재원은 제가 신고할까봐 우리집까지 따라왔어요. 저는 ‘짐만 챙겨 나오겠다’며 안심시켰죠. 그리고 집에 들어가 다른 전화로 신고했습니다.” (A씨)
◆ 체포
오재원의 ‘히트앤런’은 실패로 돌아갔다. 폭행은 했지만, 도주는 못한 것. 오재원은 임의동행 형태로 경찰서에 갔다. 폭행 및 마약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오재원은 투약을 강력 부인했다. 게다가 간이시약 검사 결과는 음성. 그의 루틴, 땀을 빼고->색을 빼고->털을 빼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였다.
오재원은 풀려났다. 그러나 간과한 게 있었다. 바로, ‘소화전’ 보석함. 오재원은 (자신이 숨긴) 마약 세트를 잊고 있었고, 경찰은 그 세트를 보관하고 있었다.
경찰은 소화전 주사기 DNA와 오재원 DNA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는, 오재원의 것. DNA가 일치했다. 그렇게 오재원은 털은 잘랐지만, 꼬리는 밟혔다.
오재원은 지난 20일 긴급체포됐다. 그는 경찰 증거물 앞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 못했다. 결국,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오열사’의 몰락이었다.
◆ 하루 전
오재원은 두산 베어스의 허슬맨이다. 2015, 2016, 2019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 반지만 3개를 갖고 있다.)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을 맡았다.
하지만, 우승 반지가 없다는 전언이다. 한 제보자는 “우승 반지를 500만 원에 팔았다. 기부를 한다고 했는데 사실은 약을 사는데 돈을 썼다”고 말했다.
‘두산’ 팬들이 아는 오재원은, 열정의 대명사. 선수들을 끊임없이 독려, ‘위닝’ 멘탈리티를 불어 넣었다. 팬들은 오재원의 근성을 사랑했다. 응원했다.
그는 은퇴 이후 A씨에게 ‘멘탈’을 강조했다. 경찰에 잡혀가도 절대 불지 않을 강한 멘탈. ‘디스패치’는 오재원과 A씨의 3월 19일 통화 내용을 입수했다.
오재원의 근성, 오재원의 설득, 오재원의 강요, 오재원의 회유, 오재원의 배짱, 오재원의 독박, 그리고 오랜만에 오재원의 식빵을 확인할 수 있었다.
https://n.news.naver.com/entertain/now/article/433/0000102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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