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집 운영하기 어렵다면서 1억4000만원짜리 외제차 타냐” (제주도)
비곗덩어리 삼겹살 사태가 제주 삼겹살집을 강타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제주 상품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지는 것이 아니냔 말이 나온다.
‘제주도에서 관광객 위주로 고기집 운영하는데 힘드네요’란 제목의 글이 1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왔다.
제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글쓴이 A씨는 비곗덩어리 삼겹살 사태로 인해 식당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월 1000만~2000만원 적자를 보다 이제 좀 나아지나 싶은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선거도 끝나고 본격적인 관광시즌이 오는 상황에서 제주 흑돼지에 전 국민의 안 좋은 인식이 생기는 거 같아 참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자기 음식점이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A씨는 제주 음식점은 모두 바가지 장사를 한다는 인식을 깨려고 그간 노력해왔는데 허무하다면서 “이제 점점 힘들어지고 시간도 많이 남을 텐데 제가 이용하는 식당이나 술집 중 가성비 좋은 곳이 있으면 종종 소개하면서 버텨볼까 한다. 보배드림에 제주 거주자들도 많을 텐데 그분들도 시간 날 때 조금씩이라도 도와주면 제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아주 조금이나마 바뀌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고깃집을 운영해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부모님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저부터 다시 한 번 마음 고쳐먹고 좋은 음식, 좋은 서비스로 고객을 모시겠다고 다짐한다”라면서 자신이 판매하는 돼지고기를 촬영한 사진을 보배드림 회원들에게 소개했다. 살코기와 비계가 적절하게 섞인 사진 속 돼지고기는 한눈에 봐도 비곗덩어리 삼겹살과 달라 보인다.
A씨는 “보배드림의 영향력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됐다”라며 “제주도민으로서 제주를 더 미워하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게시물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돈에 눈이 먼 장사치 때문에 다른 장사꾼이 피해를 본다”, “힘내라. 맛있고 좋은 고기를 쓰는 집엔 사람들이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거다” 등의 응원 글이 대부분이지만 매정한 댓글도 여럿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제주에서 잘 키우지도 않는 흑돼지를 왜 제주까지 가서 먹는지”, “물타기 홍보를 자제하라”, “미안하지만 소비자에게 호소할 게 아니라 동종업체 사장들에게 호소하라”, “1000만~2000만원 적자를 버틸 정도면 영업장 규모도 크고 자산도 꽤 있는 거 같은데 왜 우는소리를 하는지”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죄송하지만 동정이 가지 않는다”라면서 “제주도에 다녀온 분들은 고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에도 한 번씩은 다 당한 경험이 있다. 내륙 손님들을 외국인 취급하는 제주 상인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은 “코로나19 때문에 월 1000만~2000만원씩 적자를 보면서도 작년에 M850i를 구매했네?”라는 글을 올리며 글쓴이를 비꼬기까지 했다. 글쓴이는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에서 지난해 BMW M850i를 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M850i의 가격은 1억391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냉정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제주 관광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상당수 관광객은 제주 물가가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시대, 제주관광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이 같은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조사결과가 포함돼 있다.
제주연구원은 2020년 12월~2021년 1월 제주를 여행한 성인남녀 2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에 대해선 음식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부산이나 강원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다만 제주연구원은 내국인 신용카드 소비를 분석한 결과 제주여행 인당 이용금액은 50만2000원으로 일본(66만2000원), 동남아(80만원), 홍콩(72만2000원)과 견줘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국내 여행지를 해외 여행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라는 말을 들은 게 사실이다.
제주연구원은 “바가지요금이라는 평가가 높은 항목은 렌터카와 골프 등은 가격탄락성이 높은 항목에서 발생했다”며 “비수기 할인경쟁이 오히려 정상요금에 불만을 갖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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