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실수때문에 ‘460억 손실’로 파산한 회사, 직원은 처벌받았을까?
한맥투자증권 ‘팻핑거’
2분 만에 460억 원 손실
문제의 직원 ‘형사처벌’ 없어
지난해 한국거래소와 한맥투자증권의 소송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가 파산채무자인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난 것이다.
이 소송은 411억 원이 달린 소송으로, 전례 없는 큰 사건과 역대급 배상금을 자랑한다. 한국거래소가 소송까지 제기하게 만든 ‘한맥투자증권 입력 오류’ 사건을 뭘까?
지난 2013년 마지막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에 발생한 한맥투자증권의 파생 거래 주문 실수가 발생했다. 이는 시스템 거래로 인한 주문 착오로 한 회사를 파산에 이르게 만들었다.
당시 장 시작과 함께 서울 여의도 한맥투자증권 파생 운용 본부 DMA(초고속 직접 주문 전용선) 계좌에서 시장과 크게 차이가 나는 가격으로 코스피200 지수선물 1종목과 옵션 42종목에 총 4만 1,336건의 주문이 나간 일이 발생했다.
이를 눈치챈 한맥투자증권 직원이 빠르게 주문을 취소하려 했으나 사람 손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나간 4만 1,336건의 주문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실수가 벌어진 뒤 2분이 채 안 돼 3만 7,902건, 5만 7,934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이 실수로 인해 비싼 가격에 옵션매수 계약이 이루어지고, 싼 가격에 옵션매도 계약이 이뤄져 한맥투자증권은 보유 자본금 268억 원보다 많은 약 46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전례 없는 손실 금액이 발생한 한맥투자증권은 결국 결제 시한인 13일 오후 4시까지 거래소에 결제 대금 570억 원을 납부하지 못해 파산 위기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 실수 한 방에 15년 동안 업계의 대들보처럼 자리 잡고 있던 한맥투자증권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실수로 인해 일어난 사태를 업계에서는 ‘팻핑거’라고 부른다
팻핑거란 증권사 직원의 착각, 입력 실수 등으로 인해 잘못된 거래가 체결되는 일을 말한다. 단순한 실수로 시작되는 팻핑거는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인간의 오류 중 하나이지만, 그 파장이 기업을 무너트리거나 유가증권시장에서 수백조 원을 증발시킬 정도로 거대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맥투자증권의 한 직원이 주문 실수로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물을 팔며 벌어진 한맥 입력 오류 사태는 손 쓸 수 없을 정도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반적으로 선물 시장에서 옵션 가격의 변수인 이자율 계산에 “잔여일/365″를 입력하지만, 이 직원은 “잔여일/0″을 입력한 그 때문에 매수가격 상단과 매도가격 하한이 설정되지 않아 모든 상황에서 이익 실현이 가능해졌다.
증권사의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막대한 양의 알고리즘 매매를 체결하기 때문에 직원이 코드를 뽑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맥 팻핑거’ 사태가 벌어진 지 2년이 채 안 돼서 한맥투자증권은 파산 절차를 밟았다.
파산 절차를 밟은 한맥투자증권에 한국거래소가 미납한 결제 대금 411억 원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며 한맥 사태는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10년여 가까이 법정 공방을 이어가며 시달린 한맥투자증권을 향해 지난해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한맥투자증권과 한국거래소의 싸움은 대법원이 한국거래소의 손을 들어주며 끝이 났다.
이에 따라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는 거래소에 411억 5,400억 원을 지급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한 회사를 파산으로 몰아넣고, 411억 원까지 보상하게 만든 실수의 당사자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의 당사자인 직원은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맥투자증권에 근무 중이던 직원이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시행한 일이 아닌, 단순 실수로 인한 오류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맥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직원의 실수 하나에 회사가 파산에 이르렀기 때문에 직원에 대한 회사 차원의 악감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후 어떠한 조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당시 겪은 어려움에 기존 직원의 75%를 권고사직하고, 회사 경영을 유지하려고 힘썼으나 결국 파산에 이르렀기 때문에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정신도 없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피해액의 규모가 직원 한 명이 배상하기에는 불가능할 정도의 규모였기 때문에 실수한 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같은 주문 실수는 한맥투자증권에만 발생한 일이 아니다. 대규모 파생상품 주문의 특성상 사전에 주문 조건을 걸어놓은 알고리즘을 통해 나가기 때문에 주문 실수나 알고리즘의 오류가 생길 경우 대형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예로, 홍콩계 헤지펀드 이클립스퓨처스가 KB투자증권을 통해 코스피200 선물 주문하다가 실수해 190억 원대 손실이 발생한 사건과 KTB투자증권의 코스피200 선물 약 7,200계약 주문 실수 건이 발생한 바 있다.
또한, 한맥투자증권의 사건만큼이나 유명한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 사고도 존재한다. 지난 2018년 4월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배당하는 과정에서 ‘주당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한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110조 원 상당의 삼성증권 유령 주식 28억 주가 추가 발행된 것이다. 삼성증권의 직원 중 이를 포착한 직원 21명이 순식간에 500만 주를 팔아 치웠고 삼성증권 주가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며 해당 직원들은 유령 주식을 매도한 혐의(자본시장법 등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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