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 수배 중에도 29억 아파트 살았죠”…테라 권도형 은신처 ‘적발’
테라 사태 주범 권도형 행적
주한대사관과 단 6분 거리
한국과 미국 형량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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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중심인물인 권도형 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경찰에 붙잡히기 전, 세르비아의 한 고급 아파트에 은신처를 구한 사실을 현지 매체가 밝혔다.
권 씨가 숨어지내던 고급 아파트와 주세르비아 한국 대사관의 거리는 불과 차로 6분밖에 안 걸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6일(현지 시각) 세르비아 주요 매체 노바와 DL 뉴스 등에 따르면 수도에서 가장 부촌 지역으로 알려진 베오그라드의 데디네 소재 고급 아파트인 ‘앰배서더 파크’의 복층형 구조에 권 씨가 은신처로 구해 몇 개월가량 거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매체에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해당 아파트는 권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창준 테라폼랩스 CFO(최고재무책임자)가 200만 유로(한화 약 29억 4,000만 원)에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상 시킨 극악한 경제사범이 사기로 편취한 ‘검은돈’을 가지고 수배 중에도 편안한 생활을 이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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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아파트는 세르비아 내에서 초고급 주거지로 분류되며, 소개하는 브로슈어에 따르면 전용 수영장이 딸린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25개의 가구로 구성한 소규모 단지다. 비싼 가격만큼 곳곳에는 CCTV가 설치해 있고, 정문과 후문에는 항상 경비원이 상주하는 등 안전관리에 철저한 편으로 전해진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주로 외교관이나 현금 부호들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로 유명한 곳이다.
권 씨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한 사실이 밝혀진 후 한 부동산 판매자가 올린 내부 영상이 화제다. 영상에는 넓은 거실이 나왔으며, 부엌을 제외하고도 3개의 방이 존재했다. 화장실 개수도 동일하게 3개다. 더하여 고급 아파트의 필수인 드레스룸이 2개를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내부 계단 따라 2층을 올라가면 발코니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프라이빗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고 광고한다.
인터폴 적색수배자인 권 씨는 외부 침입 등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이 철저한 초호화 아파트를 은신처로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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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현지 매체는 아파트의 경비원을 찾아가 권 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체는 경비원에 “해당 아파트에 외국인이 거주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외국인은 산 적 없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아파트 인근 상인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근처 슈퍼마켓의 한 직원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서 “여기서 (사진의) 이 사람을 본 것 같다”라고 답했고, 아파트와 가까운 약국 직원 역시 “익숙한 얼굴이다. 이곳에서 그를 봤다”라고 말한 사실을 매체는 덧붙였다.
더하여 해당 아파트의 한 주민은 “긴 머리를 하고 안경을 낀 마른 체형의 남성이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서 검은색 고가의 차량 앞에서 오랜 시간 앉아 있다가 내리는 모습을 목격한 적 있다”라고 구체적인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매체는 상인과 주민이 말하는 해당 인상착의는 한 씨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세르비아에 거주하던 시점은 국제형사기구 즉 인터폴의 적색 수배 지령이 나왔을 때다. 심지어 해당 아파트는 주세르비아 한국 대사관과 불과 차로 6분 거리에 위치했으며, 매체는 “한국과 세르비아 현지 경찰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권 씨와 그 일행을 추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그들은 훨씬 가까이에 위치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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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현지 매체는 또한 권 씨는 “그 측근의 도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방식으로 오랜 시간 숨어 지낼 수 있었는지 추측할 수 없다”면서 “세르비아 당국이 적극적으로 권 씨의 행적을 추적하여 진지하게 체포할 마음이 있었는지 의문스러운 사태다”라고 비판했다.
테라폼랩스를 창업한 권 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떠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친 뒤 세르비아에 장기 체류하다,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뒤 지난 2023년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것이 적발돼 한 씨와 함께 붙잡혔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현지에서 수사가 진행된 뒤 권 씨는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곧바로 외국인 수용소로 이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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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씨가 몬테네그로에 체포됐을 당시부터 한국과 미국의 양 당국은 서로 권 씨를 두고 범죄인 인도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몬테네그로 현지 법원은 권 씨의 송환 장소로 한국을 경정했으나, 지난달 대법원에서 이 결정을 뒤집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대법원은 권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다.
미국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권 씨 측은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배경으론 미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100년 이상으로 강한 처벌을 내리지만, 한국 경제사범의 경우 40년 안팎이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암호 화폐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던 샘 뱅크먼에 50년 형을 내린 바 있다. 그는 송금 사기, 증권 사기, 돈세탁 등을 포함해 7가지 범죄 혐의를 받고 재판을 진행 받았으며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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