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삼성 제쳤던 문과생 ‘신의 직장’ 기업…사상 초유의 사태 발생
한국전력 두 번째 희망퇴직
150명 계획 369명 몰려
입사 20년 차 이상 80% 달해
최근 전력 구입 단가가 치솟으면서 부채가 급증한 한국전력공사가 자구책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희망퇴직은 한국전력 창사 이래 두 번째로 시행되는 사례며, 당초 실시 계획 규모 대비 2배가 넘는 직원이 희망퇴직에 몰려 한국전력이 ‘사상 초유의 사태’에 닥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입사 4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총 369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69명 중 입사 20년 이상인 직원이 304명, 입사 4~19년인 직원이 65명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희망퇴직 시행에 앞서 한국전력은 임직원 80% 이상이 성과급 반납에 동의해 위로금 재원 120억여 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로금 마련에 따라 이번 희망퇴직은 130~150명 수준의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계획 대비 두 배가 넘는 직원의 희망퇴직 신청이 몰리며 내부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전력 측은 희망퇴직 우선 대상자 선정에 대해 근속 연수가 높은 직원을 우선순위로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젊은 직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전체 인원의 80%를 근속 20년 이상인 직원으로 채우고, 나머지 20%를 근속 20년 미만 직원으로 채울 방침이다.
이번 희망퇴직을 신청한 희망 퇴직자는 연차에 따라 3~18개월 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받으며, 희망퇴직자로 선정되면 오는 6월15일 퇴직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희망퇴직 신청자가 적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 시행된 희망퇴직에서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한국전력이 재정적인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낮게 책정된 희망퇴직의 신청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또한, 비교적 나이가 많은 고연차의 경우 재취업 기회가 저연차 직원보다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잔류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상 초유의 재무 위기에 회의를 느낀 직원들이 퇴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전력은 취업 준비생과 일반인들 사이에서 ‘철밥통 직장’, ‘신의 직장’, ‘문과생 1% 직장’, ‘삼성보다 나은 직장” 등으로 불리며 공기업의 대표 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전력의 빚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서며 경영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한국전력은 법정한도에 걸려 한전채를 찍어 ‘빚 돌려막기’를 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한국전력의 상황과는 다르게 비싼 값에 한전에 전기(수력발전)를 판매한 수자원공사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화제다.
지난 8일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진에 최대 1억 원대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자원공사의 경영진들은 지난해에도 5,000만~8,000만 원 대의 성과급을 받았으며, 일반 직원들 역시 임금 인상과 함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황이 어려운 와중에도 한국전력과 달리 수자원공사가 수천억 원대 순이익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공사의 발전사업 매출 성장이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00억 원대 중반에 정체돼 있던 수자원 공사의 발전사업 매출이 지난 2022년 5,400억 원대로 급증하고, 지난해 4,3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급증의 영향에는 전력거래소에서 결정되는 전기 판매 단가가 급증한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전력의 발전원별 구입단가 통계를 보면 수력발전 구입단가(원/kWh)는 2019년 107원, 2020년 81원, 2021년 107원에서 2022년 210원으로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지난 2023년 평균 거래단가도 크게 내려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전력 거래 시장에서 결정되는 단가가 급증하며 수자원공사의 매출 역시 자연스럽게 오른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한국전력의 성과급 반납 소식과 희망퇴직 소식이 연이어 이어지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전력 망하는 거 아니냐?”라는 내용의 글이 등장했다.
작성자는 “한전 진짜 망하나요? 친구가 월급 안 나온다는데 엄살이죠? 한전 망하면 대기업, 중견기업, 은행 줄도산 아닌지”와 같은 내용을 게시했다.
이에 한국전력공사에 재직 중인 익명의 사용자들이 “이미 망한 회사입니다. 삼고빔(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차라리 망하길 기원한다”, “야 우리 이거 인건비로 잠깐 돌려막으면 안 되는지 검토해 보라고 임원이 말했다고 한다.”, “한전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와 같은 증언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또한, 지난 2021년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게시글이 화제 된 바 있다. 해당 게시글은 “직장으로 삼성전자 vs 한국전력 둘 중에 고를 수 있다면 어디 가시나요?”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작성자의 질문에 네티즌들은 “한전”, “공공기관”, “지금 취업 준비하는 애들한테 물어봐라. 급여는 삼전이 더 많아도 큰 차이는 아니고 한전도 충분히 많다. 안정성과 워라벨 측면에서 무조건 한전이다”라고 삼성전자와 비등비등한 수준을 견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전이 삼성보다 빡세다.”, “한전 다니면 워라벨 없다더라”, “무조건 삼성이다. 한전은 잘못 걸리면 오지근무해야 한다” 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삼성전자 측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