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한 마디’에…삼성전자가 최초로 꾸린 ‘팀’
엔비디아 납품 서둘러라 요청
삼전 최초로 400명 TF팀 꾸려
SK와의 패권 전쟁에 시장 주목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단연 거센 영향력을 보이는 회사는 엔비디아일 것이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M7(매그니피센트 7 주식)의 대표 기업이며, 빅테크 산업을 이끌어가는 장본인이다. 인공지능이 주목받는 현시점에서 엔비디아에 제품을 납품하려는 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이번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요청에 최초로 ‘이 팀’을 꾸려 화제다.
지난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존재하는 제품 가운데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HBM인 ‘HBM3E 12단’ 제품을 올해 3분기 이내에 엔비디아에 성공적으로 납품하기 위해 최근 100명 규모의 거대한 태스크포스(이하 TF)를 조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스크포스란 군사용어로 기동부대 등 ‘특수임무’가 부여된 특별 편제의 부대를 칭하는 말이며, 일반 조직에서도 ‘특수임무’를 위해 조직된 팀을 칭하기도 한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HBM의 품질과 수율을 올려 납품을 서둘러 달라”는 요청 서한을 보냈고, 이에 대해 결성된 TF는 수율 향상을 올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매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우선 1차 목표는 이번 달을 기준으로 엔비디아가 공인한 품질 인증 테스트를 안정적으로 통과하는 것이다”라며 “TF팀에 속한 100명을 제외한 나머지 300여 명은 HBM4 개발팀에 배속하면서 협력사의 요청에 따라 움직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르면 연말 전에 HBM4 개발을 완료하여 내년을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엔비디아 문을 두드린다는 방침이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초기 부분에선 승기를 잡지 못했지만, 2라운드에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SK하이닉스에 HBM 개발 및 납품 등에 밀려난 것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이번 ‘HBM3E 12단’과 HBM4 모두 총력을 다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압도할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전자의 총공격에 SK하이닉스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은 “시장에서 기술 및 경쟁력은 한순간에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산업에서 후발주자로 SK하이닉스만큼의 경쟁력을 따라오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지만, 삼성전자가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만큼 안주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오는 3분기부터 격정적인 싸움터가 될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시장을 두고 삼성과 SK하이닉스 양사는 전열을 가다듬고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특히 HBM3E의 ‘큰손’으로 알려진 엔비디아의 올해 발주 물량으로 알려진 약 10조 원 규모의 수주전에서 승기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일한 사양의 HBM 제품을 두고 동일한 고객사에 동일한 시기에 납품 경쟁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으로 승리의 여신은 어떤 쪽의 손을 들게 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더하여 양사의 승부처는 D램 12개를 쌓아 올려 만든 12단 제품을 꼽았다.
현재 두 회사 모두 시제품을 만들어 엔비디아에 전달했고, 속칭 ‘퀄 테스트’(quality test·품질 검증)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D램이란 반도체 기억소자를 칭하며, 전기를 주입한 상태에서 일정한 동작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기억된 정보가 지워진다.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린 만큼 대역폭(한 번에 데이터를 전달하는 능력)과 저장용량이 일반 D램보다 10배 이상 향상된다.
그래서 해당 기술은 AI 시대 필수품이란 평가와 찬사를 독차지한다.
AI 가속기(데이터 학습 및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의 두뇌 역할을 맡은 GPU가 쉼 없이 일하고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옆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보관했다가 빠르게 전달하는 최적의 파트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퀄 테스트 결과는 한두 달이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시장에선 양사 모두 엔비디아의 테스트에 승인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승패는 얼마나 많은 주문을 체결하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한다.
수출할 물량을 많이 확보한 기업엔 ‘HBM 패권 기업’이란 타이틀이 부여될 것이고, 반면 상대적으로 수주량이 적게 배급된 회사엔 ‘HBM 2등 기업’이란 낙인이 찍힐 것으로 예측했다.
패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대 용량으로 알려진 36GB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에 HBM 시장에 주력 제품인 HBM3 8단보다 AI 학습에 필요한 훈련 속도를 평균 34% 향상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에 SK하이닉스 역시 5월 내에 샘플을 보낸 뒤 오는 3분기에 12단 제품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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