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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버려졌지만…56살에 창업해 재계 24위로 성장시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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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조홍제
삼성물산의 동업자
56세 효성물산 창업

출처 : 뉴스 1

지난 1일 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영면에 빠졌다. 조석래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빈소에는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윤진식 한국 무역협회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반기문 전 유엔총장 등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며 효성그룹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효성그룹의 창업주인 조홍제는 당초 이병철과 함께 삼성을 키운 1등 공신으로 알려졌다. 조홍제 회장은 함안의 천석꾼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다.

이병철 삼성 회장과 어린 시절부터 교류하고 지냈으며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이병철이 조홍제에게 돈을 빌릴 정도로 조홍제 회장이 손꼽히는 부잣집 자제였다고 전해졌다.

출처 : 호암재단

이병철은 당시 조홍제에게 800만 원을 빌리는데, 당시 100만 원이 현재의 가치로 환산했을 때 70억이라고 하니 약 5600억 원을 빌린 셈이 되는 것이다. 조홍제 회장은 이병철 회장에게 거금을 선뜻 빌려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려다 돈을 전부 날리게 되었다.

이에 이병철 회장은 조홍제에게 추가로 돈 200만 원을 빌려달라고 말하며 그 전에 빌려준 800만 원을 투자금으로 함께 ‘삼성물산’을 창업하게 된다. 이 삼성물산은 현재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다.

초기 투자 비용은 조홍제가 7, 이병철이 3으로 공동출자 해 이병철이 삼성물산의 사장을, 조홍제가 삼성물산의 부사장을 맡았다. 당시 삼성물산의 사업이 잘 되면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을 비롯한 제일제당 등으로 사업군을 넓혀가며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삼성물산의 부사장 직을 맡게 된 조홍제는 오징어를 현물 거래하는 사업의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당시 중국계 수입상들이 한국산 물건의 가격을 악의적으로 떨어트리자 조홍제는 돈 대신 면사를 받아올 수 밖에 없었다.

출처 : 호암재단

그렇게 제값도 받지 못하고 가져온 면사가 한국에서 두 배가 넘는 가격으로 팔리며 오징어로 벌어들일 뻔한 기존의 수입과 비교도 안되는 그야말로 ‘초대박’을 치게 된다.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삼성물산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며 부정 축재 세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이름 아래 재벌 기업들이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것이다. 당시 가장 큰 기업에 속했던 삼성은 가장 먼저 군사정부에 잡혔다. 삼성 이병철 회장은 일본에 있어, 조홍제가 그를 대신해 수사를 받게 되었다고 전해졌다.

놀라운 점은 조홍제 회장이 자신의 젊음이 들어간 회사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스스로 부정 축재자라는 오명을 쓰고 수감했다는 것이다. 죄목에 대한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삼성의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일본에서 돌아온 이병철 회장은 조홍제 회장이 수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독대를 청해 조홍제 회장을 석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정부 사이에 일종의 협력 관계가 이때 체결된 것이다. 정부를 등에 업고 삼성물산은 점점 더 그 규모를 키워갔다.

출처 : 효성그룹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자기 가족을 꾸리며 사업 지배에 대한 욕심이 커지며 동업 관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당초 조홍제 회장이 더 많은 자본을 창업 당시 투자했으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홍제 회장은 이병철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조홍제 회장은 그렇게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며 한국타이어와 한국 나일론의 지분 30%와 직원 15명만 데리고 나오게 된다. 이 당시 조홍제 회장의 나이는 56세로,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무언가를 시작하기는 어려운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나 그는 곧바로 창업에 돌입한다.

조홍제 회장이 56세에 창업한 그룹이 바로 효성그룹이다. 효성의 뜻은 동방의 빛나는 별을 말하며 삼성에 재직하던 당시 제일모직에서 본 나일론을 주력 사업으로 하여 효성 물산을 차리게 된 것이다.

출처 : 효성그룹

직원들은 나일론 사업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당시 나일론 업계가 포화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나 조홍제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해 울산에 동양나일론을 설립하게 된다.

남들은 은퇴를 시작하는 60에 가까운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다. 그동안 옷에만 사용되어 오던 나일론을 조홍제 회장은 타이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가 개발한 나일론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형태를 유지해 주는 내부 보강재의 혁신에 가까웠다.

그는 선구안으로 이 사업이 무조건 먹힌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타이어코드 사업은 자동차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동반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효성그룹

국내 유일의 타이어코드 생산하는 곳이 효성그룹이었기 때문에 효성그룹은 국내 5대 기업에 들어갈 정도로 성장했다.

이후 타이어코드 기술을 꾸준하게 발전시킨 효성은 세계 유명 타이어 회사에 거의 독점으로 타이어코드를 공급하는 회사로 자리 잡았다.

한편, 조홍제 회장은 11년에 걸쳐 자신의 회고록을 내며 이 모든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이 회고록에는 얼마 전 고인이 된 장남인 조석래 명예회장의 권유로 폴리에스터 사업에도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홍제 회장의 호인 ‘만우’는 ‘늦되고 어리석다’라는 뜻으로 스스로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이루어진 조홍제 회장의 장남 조석래 명예회장의 빈소에 정·재계 인사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듯 아직 ‘효성’의 발자취는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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