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현대그룹에게 빼앗았던 ‘판교 부지’의 새 주인…이 회사였다
과거 전두환 강제기부 의혹 있어
LIG넥스원, 3,000억 원에 인수
판교 인프라 시너지 효과 기대
판교에 위치한 세종연구소를 방위산업업체인 LIG넥스원이 인수하였다. 인수 금액은 3,000억 원이며 LIG넥스원의 작년 분기 자산의 7.9%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해당 부지는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좋은 판교 부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세종연구소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깊다. 1983년 설립된 연구소는 민간 연구기관으로, 남북통일 분야와 외교 안보 분야에서의 국가전략을 연구해 왔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3년 10월 9일에 일어난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태와 관련된다.
이때 사망한 외교사절단의 유족들이 지원금 명목으로 기업에게 기금 500만 원을 거둔 금액으로 설립되었다. 연구소의 설립 초기에는 ‘일해재단’이라는 전두환의 호 ‘일해’를 따온 이름으로 운영되었다. 그 후 1987년에는 일해 연구소로, 1988년에는 지금의 이름인 세종연구소로 연구소명이 바뀌었다.
이곳 부지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유였던 곳이기 때문이다. 연구소 설립 당시에 대해 정 회장은 정권에 의한 사실상 부지를 강제 기부한 것이라며 증언한 적이 있다.
한편 판교 부지를 세종연구소가 내놓은 이유로 잇따른 사업 실패와 재정난 때문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세종연구소는 2000년 이후 운영 적자 누적으로 재정난이 시작되었다. 160억 원 이상 손실을 본 골프연습장과 러시아 부동산 개발 투자 건도 2005년에 있었다. 이에 세종연구소는 판교 부지를 매각한 현금을 서울로의 이전과 재정 확보에 쓰기 위하여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월 5일 해당 부지인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228-3 외 14필지의 매각 입찰을 붙였다. 부지는 5만 7천여㎡의 규모이며, 건물도 포함된다. 해당 부지가 판교테크노밸리와도 인접한 점과 토지 규모 자체도 큰 점이 희소가치로 꼽히고 있다. 부지를 매입해 보유만 해도 미래에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판교에 이미 입주한 기업들은 보면 IT기업 66%, BT기업 14%, CT기업 10% 정도의 분포를 보인다. 또한 카카오를 비롯한 NHN, 차바이오텍, 넥슨과 같은 유명기업들도 자리잡고 있다. R&D센터 입지로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으면서도 중요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점에도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업들 외에도 두산, 현대제철, 한화솔루션과 같은 철강과 조선 업종의 기업들도 판교로 옮겨오고 있다. 연구소를 판교에 위치한 기업들은 670개이다. 새로 입주한 대기업은 68개, 중견기업은 120개 이상이다. 그 이유로 판교의 생활 인프라와 도로 교통망의 양방향을 들 수 있다.
최근 2024년 1분기 발표된 LIG넥스원은 영업이익 670억 원이다. 매출액으로는 39.6% 증가한 7,635억 원을 전년 동기 대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8%가 떨어진 수치이다. 이는 LIG넥스원의 매출 규모 증가와 관련 있다. 감시정찰과 전자전, 통신장비 분야의 사업 성과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지난해 1분기 실적 대비하여 영업이익이 떨어진 것은 작년 수치가 역대 최고치였기 때문에 기조 효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LIG넥스원은 1월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국가 및 군사 중요시설 방호를 위해 장사정포 요격 체계를 개발하였다. ‘전용 조립 및 점검장’을 완공하였으며, 위성 체계종합과 시설동 등의 시설 건축에도 자체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무인수상정 전용 체계통합 시험동’도 유무인 복합체계의 개발 역량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UAE 로봇 및 무인 전시회인 ‘UME 2024’에도 참석하였다.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첨단 제품들을 방산 전시회에서 발표하기도 하였다.
LIG넥스원은 향후 이곳 부지에 미래 기술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사무 공간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LIG넥스원의 임직원 중 57%가 R&D 인력이며, 이와 관련된 시설 확충에 대한 필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LIG넥스원은 방위산업 위주에서 로봇과 같은 첨단분야로 사업이 확장되면서 2021년 말 기준으로 30% 넘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기존 유도무기와 전자전 장비 등을 주력으로 하는 방위사업 분야에서도 최근 ‘K 방산’의 흐름을 타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이전 후 판교 인프라를 기반으로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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