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인증 없으면 직구금지”…국내 e커머스 “역차별 심화할수도”
(종합)
정부가 국가통합인증(KC)을 받지 않은 어린이 제품, 전기?생활용품과 신고?승인 받지 않은 생활화학제품의 직구(해외직접구매)를 금지한다.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제품에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물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의 자율적 관리에 기대야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잖다.
정부는 16일 인천국제공항세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KC인증을 받지 않은 유모차, 장난감 등 13세 이하의 어린이가 사용하는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의 직구를 금지한다. 전기 온수 매트 등 사용 시 화재, 감전과 같은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에 대해서도 KC인증이 없으면 직구가 금지된다.
가습기용 소독제와 같이 생활화학제품 12개 품목도 우리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은 해외 직구를 할 수 없게 된다. 화장품?위생용품 등에서 사용금지원료(1050종)가 나오거나 장신구, 생활화학제품 등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국내 반입을 차단한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 중 위해제품에 대한 직구 금지를 결정한 것을 가장 의미있는 조치로 보고 있다. 특히 어린이 제품의 경우 제조사나 판매업자가 KC인증을 획득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해외직구 전면금지 수준에 해당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제품이 아닌 이상 해외 e커머스를 통해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이 사실상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라는 점에서다.
A 이커머스 관계자는 “전기?생활용품쪽은 타격이 없을 것 같은데 어린이제품은 사실상 다 막아버리는 것”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모니터링만 한다면 알리익스프레스나 아마존 같은 해외 직구 업체들은 당분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939억원, 올해 1분기에만 257억원 규모의 유?아동 용품이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로 반입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직구 금지대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네이버쇼핑이나 쿠팡 등에서 유해물품이나 짝퉁(지적재산권 침해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이들의 판매를 ‘중개’하는 e커머스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판매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셀러)에게 있는데 해외 판매자들에게 사실상 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자율협약을 통해 e커머스 자체적인 위해제품 유통 판매 차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되는 제품은 통관 과정에서 걸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위해제품 유통?판매차단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정부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위해제품 유통을 막기 위해 해외 e커머스 사업자들의 자율적 협조에 기대야 한다는 점에서다.
위해제품의 유통과 차단을 위해 정부가 해외 판매자나 제조업자들을 규제하거나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직구금지’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번에 강화된 대책이 국내 e커머스와 판매자(셀러)들에게만 작용해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이커머스 관게자는 “그동안 국내 판매자들이 중국에서 소규모로 수입해서 국내 이커머스를 통해 판매하던 상품들의 경우도 상당수가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들”이라며 “안전성이 강화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해당 규제가 국내 이커머스와 판매자들에게만 적용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A이커머스 관계자도 “앞으로 판매자들이 판매하려는 상품들에 대해 이커머스가 직접 체크할 항목이 너무 많아져서 부담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
목록통관을 통해 들어오는 해외 직구 상품의 특성상 통관과정에서 직구 금지 물품을 다 걸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목록통관은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들여오는 일정가격 이하의 제품은 송수하인 이름, 물품명 등만 기재한 송장만으로 통관시켜주는 제도를 말한다.
C이커머스 관계자는 “통관과정에서 모든 유해 상품을 걸러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사실상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간의 역차별만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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