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이 무려…” 노소영 이혼소송 이겼지만 SK에 ‘이 건물’ 뺏겼다

부동산 배상금 10억
법원, 계약 해지됐다 판단
나비 측 일방적 해지 주장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가 SK가 보유한 서린빌딩에 퇴거해야 한다. 이는 법원이 건물 임대차 계약에 관해 노 관장이 아닌 SK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SK그룹 최 회장과 아트센터 나비 노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 2심 재판이 열렸다. 이날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 “ 재산분할 1조 3,080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라고 판단했다. 이는 법원이 최 회장의 재산 증식에 노 관장의 기여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더하여 2심 법원은 이혼 소송 과정에서 SK그룹의 성장 배경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SK그룹은 지난 17일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 판결에 반박했다. 

최 회장 측은 “SK 그룹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 등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과 제6공화국의 후광으로 SK의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는 내용이 판결에 존재한다”라며 “이는 사실이 아니며 대법원의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 잡아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에 관해 오류가 발견됐다”라며 “그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기자회견을 연 SK 서린빌딩은 SK그룹의 실질적인 본사 역할을 맡고 있으며 아트센터 나비가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앞서 2019년 9월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아트센터 나비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임대차 계약 등이 종료됐음에도 아트센터 나비가 퇴거하지 않고 무단으로 점유하는 등 경영상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4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이 퇴거 요구한 부동산은 아트센터 나비가 입주한 서린빌딩 4층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이 장소에 지난 2000년 12월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판사는 SK이노베이션 주식회사가 노 관장이 이끄는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전대차 계약에 따라 정해진 날짜에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피고는 전대차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아트센터 나비와 SK이노베이션 간 체결한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 정당한 계약에 따른 것이므로 부동산을 인도하고 퇴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 측에 10억 4,560만 2,810원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노 관장이 최 회장에 지급받게 될 20억 원의 위자료에 절반을 넘는 금액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 측이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해지 이후의 일부 손해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라며 “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거나 배임 및 권리남용 등의 아트센터 나비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못박았다. 

앞서 아트센터 나비 측은 “전대차 계약은 SK그룹의 정신적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문화경영에 이바지하기 위해 체결됐다”라며 “그 목적에 벗어나는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주장이 전대차 계약의 당연한 전제가 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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