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큰 그림” 유동성 자금 확보 대안 찾은 ‘이곳’은 바로…
SK에코플랜트 공사비 담보
1,500억 원 유동성 확보
SK그룹 전체 사업 개편 작업
최근 SK그룹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더불어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이혼소송 여파 등으로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대한 계열사의 중복 사업 및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비효율적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직 쇄신에 나섰다.
지난 23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SK 그룹 내에서 경영진 회의를 통해 관리가 안 되는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최태원 회장의 구조조정 깃발을 잡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그룹 내 계열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통제할 수 있는 범위로 대폭 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진을 향해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안 되는 회사가 많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SK그룹에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SK에코플랜트가 도급 사업을 맡은 여섯 군데 연료전지 사업의 공사비(받을 돈·매출채권)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한 사실이 전해졌다.
이는 공사 매출채권을 자본시장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방법으로 SK그룹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그룹 내 리밸런싱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회사가 매각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재무 상황도 나빠져 자금조달 대안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가 자금조달을 위해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1,500억 원의 공사비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도급 사업 수주를 받고 향후 받게 될 공사비를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발주처로부터 들어오는 공사비로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주기로 하고 미리 투자금을 당겨 받는 것이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이를 위해 6곳의 종합 설계시공(EPC) 연료전지 발전소에 대한 공사비를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1,500억 원의 자금조달을 만든 담보는 경기도 화성 송산 연료전지 발전소와 양감 연료전지 발전소, 경상남도 함안 사내 산단 연료전지 발전소와 창원 분산형 연료전지 발전소, 충북 보은 연료전지 발전소, 경북 칠곡 약목 연료전지 발전소로 알려졌다. 현재 일부 발전소에는 계열사인 SK디앤디와 공동으로 EPC 공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가 이런 결정은 한 이유는 최근 조달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신용등급은 A-(기업 및 회사채)와 A2-(단기신용등급)로 메겨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건설채 투자 수요가 위축되는 경향에 따라 채권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울뿐더러, 확보한다고 해도 금리가 매우 높은 수준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SK그룹이 환경·에너지 쪽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재무 상황도 악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지난 2019년 SK에코플랜트의 차입금은 1조 원 내외에서 올해 1분기 말 6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도 같은 기간 2,000억 원 수준에서 약 5조 원에 육박했으나, 연간 영업이익은 4,000억 원대에서 지난해 1,750억 원으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이 재계에서는 SK그룹이 그룹 전체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SK에코플랜트가 정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는 SK에코플랜트가 주로 차입금을 빌려 대규모 자기자본 투자(CAPEX)를 환경·에너지 쪽에 집행해 왔는데 투자에 비해 성과 가시화 속도가 지연되면서 재무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것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가 앞서 한양증권 주관의 300억 원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나 여러 불확실성이 산재한 탓에 회사채 등 일반적인 방법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 매출채권 유동화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경영권 매각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나 배터리 공장 등 비밀 보장이 필요한 계열사 공사 물량을 많이 수주하고 있어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권 매각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불확실성이 산재한 탓에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기존 하루 일정으로 진행했던 것과 달리, 1박2일 동안에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지난 22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최태원 회장의 경우 화상으로 참석하고,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회의를 주도하는 방식이 우선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진행될 해당 회의에서 SK그룹 각 계열사가 상반기 동안 마련해 온 리밸런싱과 관련한 각종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에코플랜트의 매각 여부에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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