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힘들게 서울대 나와서 판사를 해야 합니까?”
스카이 출신 법조인
판사 기피 현상 늘어나
박한 연봉과 낮은 사회적 인식
최근 판사직에 임용되는 비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 법조인이 갈수록 늘어나고 SKY 출신 법조인은 줄어드는 경향이 보여 충격이다. 이는 한때 법조계 입신양명의 대표로 꼽혔던 판사직이 법조인들로부터 외면받으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만 해도 신임 판사 중 8명이 SKY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절반가량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판사직이라는 고된 업무강도에도 불구하고 박한 연봉과 예전과 같지 않은 사회적 인식의 추락, 지방 순환 근무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SKY 출신 법조인들의 법원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23일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임명된 신임 판사 123명 중 비 SKY 출신이 47명으로 전체의 약 38%를 차지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약 16%에 달했던 비 SKY 출신 판사 비율이 2020년 41%로 최고치를 찍고 나타난 수치다. 이와 달리 SKY 출신 신임 판사의 경우 10년 전인 2014년에는 84%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2018년 이후 62%대로 대폭 하락했다.
이같이 고학력을 자랑하는 SKY 출신 법조인들에게 판사직이 외면받는 이유는 엘리트로 꼽히던 법조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박한 연봉 때문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최근 들어 높은 물가와 자녀 교육비, 부동산 등이 빠르게 치솟으며 판사 월급으로는 경제적인 안정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며 사회적 명예보다 높은 연봉과 같은 보상 체계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이어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있어야 하는 법조일원화 제도의 도입 이후 SKY 출신의 법원 이탈이 더 심화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초 판사가 되기 위해 법조 경력을 채우려 로스쿨 졸업 직후 대형 법무법인 취업에 경험을 쌓는데, 이때 받는 억대 연봉과 달리 판사로 진로를 바꿀 경우 연봉이 기존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법조일원화의 도입 이후 SKY 출신들이 처음부터 직업 선택에서 판사를 배제하고 급여가 높은 대형 법무법인 입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직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유리한 판결은 내리는 전관예우가 사라지며 판사 인기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판사의 경우 당장에는 많은 돈을 벌지 못해도 법원 경력을 쌓은 뒤 변호사로 전향하면 전관 출신으로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법원 내부에서도 1심 판결 존중 기조가 생겨나며 1심과 항소심 등에서 전관 출신 변화의 영향력이 매우 적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로스쿨의 도입 이후 법조계의 인력 공급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며 전관 출신 타이틀이 무색하게 많은 수익을 거두어들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되며 판사 선호도에 대한 인기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형사재판에서의 구속이나 감형 여부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전관예우가 소멸하면서 전관 출신 변호사에게 보장됐던 ‘성공 보수’도 함께 사라졌다”고 밝히며 “스카이 출신들이 변호사를 하기 전에 굳이 판사를 거쳐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판사의 경우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지방 근무 발령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SKY 출신 법조인들이 판사를 선택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언제 지방으로 발령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박봉을 받고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대우가 좋은 대형 로펌에 들어가 경력을 쌓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에서다.
오는 2025년부터는 판사를 지망하는 경우 7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필요한데, 이 정도의 경력은 업무가 능숙해진 고참에 속할뿐더러, 서울과 가족을 떠나야 하는 지방 근무의 조건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판사 정원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실 있는 실력자들을 신임 판사로 영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특히 우수한 재판연구원들을 판사로 임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는데, 이는 판결문의 초본 작성 등 업무에 익숙한 젊은 재판연구원들의 임용이 효율성 있는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판연구원이 예비 판사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와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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