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차고 나와서 라면회사 차린 ‘농심’ 회장님…이 사람이었다
농심 신춘호 회장
네이밍 전문가로 유명
신라면의 세계화 염두
최근 농심그룹이 오너 3세인 신상열 상무를 농심 미래사업실에 인사 조처를 하며, 농심의 신규 사업영역 확장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열 상무는 농심의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의 손자로 지난 2019년 농심 경영기획팀에 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오너 3세 경영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농심은 ‘국민라면’, ‘국민 과자’ 타이틀을 수도 없이 받은 기업으로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농심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농심은 故 신춘호 회장이 지난 1965년 창업한 곳으로, 산업화가 한창이던 일본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라면 사업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특히 그는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둘째 남동생으로, 당초 롯데그룹에 입사해 근무했으나 신격호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면 사업을 위해 롯데 공업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롯데 공업 주식회사를 롯데에서 계열분리하고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한 바 있다. 실제로 신춘호 회장은 일본 (주)롯데의 무역부장으로 시작해 1962년 이사까지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라면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푼은 신춘호 회장은 이 사실을 신격호에게 밝혔다.
그러나 형 신격호 당시 사장이”라면 사업을 왜 하느냐?”며 신춘호의 계획에 반대해 이때부터 형제간에 갈등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신춘호 회장은 결국 1963년에 형제간 사업관계를 정리한 후 1965년 롯데 공업을 세웠고 ‘롯데라면’ 등을 만들어서 당시 라면 업계를 독주하던 삼양식품에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으로 사명을 바꾼 이유 역시 신격호 회장이 “롯데라는 이름을 쓰지 말라”며 항의를 해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신춘호 회장과 신격호 회장은 선친에 대한 제사도 따로 지낼 정도로 의절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며 끝내 화해하지 못했다.
라면기업이라는 꿈이 생긴 신춘호 회장은 당시 식량문제로 고통받는 조국을 위해 주식으로 즐길 수 있는 라면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곧장 라면 회사를 차렸으며, 연구부서도 설립 당시부터 만들 정도로 라면 사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존재했다.
이후 국민 라면으로 불리는 신라면을 출시해 라면 업계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신라면에 이어 출시된 짜파게티를 통해 농심만의 라면 신화를 세운 것으로 유명하며 안성탕면, 농심 너구리 등의 스테디셀러도 굳게 자리 잡고 있다.
신춘호 회장은 언론에 얼굴을 잘 내비치지 않는 은둔형 경영자 스타일로, 농심의 창립 이후 신년사를 직접 연설한 적이 없었을 정도였다. 다만, 창립 50주면 기념회에서 직접 소감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나, 그가 나온 사진은 전해지지 않았다.
언론에 얼굴을 잘 내비치지 않는 은둔형 경영 스타일과 달리 농심에서 판매하는 유명 제품 중에는 신춘호 회장이 직접 지은 제품명이나, 광고 카피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장 유명한 제품 중 하나인 신라면은 “한국인 입맛에 맞는 얼큰한 라면”이라는 이미지와 농심 오너로서의 자존심을 걸었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본인의 성씨 글자인 ‘매울 신’ 자를 직접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신라면의 광고 카피인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부터 시작해 신라면의 제품 포장 디자인까지 신춘호 회장이 신경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새우깡 역시 신춘호 회장이 작명했으며, 짜장 라면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짜파게티라는 이름도 신 회장이 작명했다. 그는 짜파게티라는 제품의 작명을 두고 스파게티처럼 짜장 소스를 면에 비벼 먹는다는 방법에서 착안해 작명했다고 밝혔다.
한편, 신춘호 회장은 농심의 창업 초기부터 신라면의 세계화를 염두에 두고 해외 진출 사업을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농심 브랜드를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 얼큰한 맛을 순화시키지도 말고 포장디자인도 바꾸지 말자. 최고의 품질인 만큼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확보하자.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는 것이다”라고 밝히며 마음을 다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신춘호 회장이 지난 2021년 영면에 들기 직전 임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거짓 없는 최고의 품질로 세계 속의 농심을 키워라.”였다고 전해졌다. 스스로를 라면 쟁이라고 부르던 신춘호 회장의 진심 어린 자부심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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