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악의 범죄 소굴’로 불렸던 영등포구 동네, 지금은?
대림동 중국인 밀집
“위험한 동네 오해다”
외국인과 내국인의 공생
지난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와 청년 경찰에서 엿볼 수 있는 대림동의 모습은 범죄자소굴에 가깝다. 중국 교포들이 밀집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진 대림동은, 일부 영화 속에서 범죄의 소굴 혹은 치안이 좋지 않은 동네로 묘사되곤 한다.
실제로 대림동 내에서 무수한 범죄가 일어나기는 했으나 범죄의 발생 현황보다는 범죄자가 조선족이라는 사실에 당시 시민들은 불안에 떨기도 했다. 다만, 이런 개별 사건을 두고 범죄의 소굴로 취급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실제 대림동의 외국인 범죄율을 분석한 결과 내국인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국적 소지자 10만 명당 범죄 검거 인원은 1,621명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는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인의 수가 많다 보니 범죄 건수의 절대량도 많아진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를 한국과 비교해 봤을 때 한국인의 10만 명당 범죄 검거 인원은 3,481명에 달하며, 이는 1,621명인 중국인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치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 범죄의 특수성이 작용한 것인데, 외국인 범죄의 경우 발생 빈도보다 뉴스에 나올 확률이 높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사실보다 과장되게 기억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조선족의 범죄로 인해 ‘범죄 소굴’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대림동의 경우 치안이 가장 안 좋은 동네로 꼽히기도 했다. 이는 골목길이 많은 대림동의 특성과 더불어 가로등·CCTV 미설치 등으로 치안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이런 요소들은 전부 담아냈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청년 경찰 속 대림동의 모습은 ‘범죄의 소굴’을 넘어서 대림동에 대한 인식을 더욱 안 좋게 만들었다. 이에 당시 중국 교포 단체들이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기도 했다. 다만 1심 법원은 “영화가 가상의 시나리오를 기초로 제작됐고 원고(조선족 단체)에 대해 악의적 의도로 제작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단체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은 헛수고가 아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대림동의 이미지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영등포구청과 주민센터 등 지자체가 동네 이미지 쇄신 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CCTV 설치, 가로등 설치는 물론 무단 쓰레기 투척 금지 캠페인 등이 열리며 환경 개선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림동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이에 대해 “2년 전까지만 해도 CCTV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밤에 돌아다니긴 무섭지만, CCTV 설치 후 안정된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도림로36길 등 상가 밀집 지역 인근의 주거지역을 쓰레기 무단투기 특별감시 장소로 지정해 관리하며 주거지역의 깨끗한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대림동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의 경우 “간판이 중국어로 된 게 많을 뿐이고 딱히 위험하거나 역차별이라고 느낀 적은 없다. 위험한 동네라는 것은 오해다”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시민들의 인식에 조선족의 칼부림, 조선족 살인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짙어 대림동에 대한 이미지 개선 작업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최근 대림동은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차별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중국 교포들의 경우 ‘한국인’과 자신들의 사이에는 엄격한 구분이 있다고 평가했으며, 차별받을까 봐 조선족이라는 사실을 숨긴다고 밝혔다.
이는 인식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편견을 사실인 양 여기고 특정 집단과 지역에 대한 혐오적인 인식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어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중인 대림동의 특성상 우발적인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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