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전원 사직으로 결국 폐쇄…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순천향대 응급실 폐쇄
속초의료원 인력난 폐쇄
정부, “우려할 수준 아냐”
환자 생명과 직결되어 ‘필수 의료’ 중 필수 의료로 꼽히던 응급실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폐쇄된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이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실의 일로 의료진 8명 중 절반인 4명이 최근 병원에 사직서를 내며 발생한 사태다.
지난 16일 오전 8시를 기점으로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실 운영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6시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통합 응급의료 정보 인트라넷 종합 상황판에 “인력 공백으로 인하여 응급실 진료 전면 불가”를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전 8시 10분에는 심근경색, 뇌출혈, 중증 화상, 분만 등 27개 중증 응급질환에 대해 ‘진료 불가능’ 메시지를 띄우며 잠정적 폐쇄를 선언했다. 또한, 이날 하루 동안은 응급실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7일에서 오는 21일까지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부분적인 응급실 중단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이를 막기 위해 의료진에게 사직 의사 철회를 권유해 왔으나 끝내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근 응급의학과 ‘촉탁의’를 뽑는 사안을 두고 의사들과 병원 경영진 간 의견이 갈리면서 갈등이 극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현재 전임 응급의학과 교원이 전원 사직 의사를 밝히며 일부 계약직 교원만 남아 정상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추측된다.
이런 응급실 폐쇄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만의 일이 아니다. 앞서 속초의료원은 인력난으로 인한 잠정적 응급실 폐쇄를 선언한 바 있다. 강원도청은 긴급브리핑을 영어 “속초의료원은 8·9·10일, 14일, 22·23·24일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일 응급실 전문의 2명이 퇴사하면서 3명의 응급실 전담 의료진이 맡게 되며 인력난에 닥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전국 보건의료산업노조 강원본부 서명오 조직부장은 “응급 의료계에서 속초는 기피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한다”며 “공백이 자꾸 생기면 남아 있는 의료진의 노동시간과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달 속초의료원 응급실 당직 근무표를 확인한 결과 의사 5명의 24시간 당직은 평일과 주말의 구분 없이 이틀에 한 번꼴로 이루어지며 높은 노동 강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당직 근무 이후 연이어 출근하는 날도 비일비재했으며, 의료시설의 상황 역시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속초의료원은 의료진의 공백으로 인해 지난 2월 한 달간 응급의료센터 운영 일정을 축소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실 폐쇄와 관련해 “우려할 케이스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응급실 폐쇄 소식을 들은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려할 만한 사례는 아니다”라며 “단계별로 정상화 플랜을 갖고 기능을 유지한 채로 추가 채용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측은 “의료사태 해결 의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자기 기만적 태도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평가하며 강한 비판에 나섰다. 특히 의협 관계자는 “응급실 의료진들은 불안해할 국민들을 위해 과중한 업무를 견디며 힘겹게 의료 현장을 지켜왔다”고 밝히며 “응급의학과는 여러 차례 정부에게 응급의료를 위한 지원을 호소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직 의대 정원 증원만을 위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정부는 무리한 정책 추진의 결과는 명실상부한 한국 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지역·필수 의료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자각하길 바란다”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실 폐쇄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충남권에 큰 병원 응급실 몇 개나 된다고 그걸….”, “끝까지 버티다가 사직해도 욕먹는 게 현실”, “저분들은 충원 요청하다가 도저히 안 되니까 사직하신 거 아닌가요? 이분들은 버틸 만큼 버티다가 충원 안 되니까 강수를 둔 것 같은데 지금 파업사태에 맞물려서 욕먹는 거 같아 안타깝네요. 경영진과 원만한 합의가 빨리 되기를….”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대부분의 시민이 의료진을 향한 비난보다는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으며, 필수 의료가 붕괴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 대해 순천향대 천안병원 관계자는 “아직 사직 처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의료진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히며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응급실을 정상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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