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년 치 임대료 600억 일시불로 냈던 매장…지금 보니
애플 임대료 600억 선납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
골목 하나 두고 세로수길 인기
지난 2016년 애플은 한국에 처음으로 애플스토어를 개장하면서 20년 장기계약에 대한 임대료를 선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납한 임대료의 액수가 60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약 8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에서 애플의 임대료 선납은 효과적인 선택이었을까?
애플은 한국에 애플스토어를 개장하기 위해 필지 3곳과 인근 건물에 총 589억 3,100만 원에 이르는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 토지를 매입할 수도 있는 금액으로 애플은 매입보다는 임대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지난 2016년 3월 1일부터 오는 2036년 2월 29일까지 20년간 해당 부지에 대한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600억 원에 달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에 대해 20년 치 월세를 선납해 계약 기간 동안 생길 변수를 방지하기 위한 애플의 판단으로 해석했다.
약 600억 원의 임대료를 20년 치라고 보면 한 달 임대료는 2억 5,000여만 원 수준이 된다. 당시 신사동 애플스토어의 바닥면적이 526㎡(약 159평)로 3.3㎡당 157만 원인 셈으로 추정됐다. 이어 애플의 선납 당시 맞은편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H&M 건물의 총 월 임대료가 1억 1,000여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에 1억 4,000여만 원이 더 비싼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애플은 결국 시세보다 비싼 임대료를 무려 20년 치를 선납했다며 실패한 선택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다만, 8년이 지난 지금은 애플의 투자가 성공한 투자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당시 가로수길에 이미 있던 젠트리피케이션과 그로 인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공실률에도 불구하고 애플스토어가 가로수길을 선택한 명확한 이유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도심의 특정 지역이나 장소의 용도가 바뀌는 등 변화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존 거주자 또는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애플스토어의 국내 첫 매장이 가로수길에 오픈한 이유를 두고 ‘상징성’에 중점을 두고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애플 역시 국내에 진출하기 전 시장조사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가로수길의 상황을 인지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애플은 가로수길이 가진 입지와 국내 첫 매장이라는 상징성을 두고 향후 20년을 베팅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600억이라는 막대한 투자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을 매매하지 않고 임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이 아니라는 점과 지점을 계속 늘리는 방향으로 국내 진출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라는 쪽으로 추측했다. 이와 더불어 건물 자체를 매입할 경우 발생한 세금 문제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었을 것으로 평가했다.
애플 스토어의 입점 당시부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던 가로수길은 최근 공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애플 매장의 개장을 기점으로 다른 곳의 임대료 역시 높아지며 젠트리피케이션이 더욱 심화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1년 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막대한 임대료를 내면서도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여러 브랜드가 가로수길을 떠나기 시작하며 공실률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 2023년 2분기 가로수길의 공실률은 36.5%로 확인됐다.
다만, 가로수길에서 얼마 멀지 않은 세로수길의 경우 가로수길과는 다른 상황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세로수길의 경우 가로수길의 모습과 다르게 사람들의 인적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로수길의 임대료 수준이 가로수길보다 낮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확인 결과 가로수길 중심도로에 있는 한 상가의 임대료는 보증금 15억 원에 월세 1억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어 애플스토어의 바로 옆 상가 역시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500만 원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해당 건물의 면적이 12평이라는 점에서 월세가 매우 높은 수준에 책정된 것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세로수길의 경우 건물을 통임대한다고 치더라도 약 3,000만 원 수준에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가로수길의 올해 1분기 공실률은 41.2%로 지난해보다 더욱 상승하며 심화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로수길의 많은 상가가 공실로 전락하지만, 임대료는 낮추지 않으려는 건물주들의 결정에 젠트리피케이션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는 건물주들이 상가의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마음에서 내린 판단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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