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포기했더니…이제 와서 세금 50억 통보받았습니다”
상속재산 포기 신청한 자녀
사망 후 8년 지나 세금 청구해
감사원 측 “납부할 의무 없어”
감사원에 따르면 사망한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지 않겠다며 상속을 포기한 자녀들에게 세무서가 상속세 약 51억 원을 부과하여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무서는 이미 상속을 포기한 이들에 직권을 남용하여 상속세를 부과한 것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22일 해당 세무서가 부당하게 세금을 매겼다고 판단하여 상속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는 조처를 했다. 또한 감사원은 해당 세무서에 대한 감사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도 소재 24만 6,682㎡(약 7만 4,621평) 한 토지를 A(여성) 씨와 자녀 6명은 함께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2년 공시가격 기준 전체 토지 가액은 약 250억 원 수준이었다. 해당 토지에 대한 지분은 A 씨 30%로 약 75억 원 상당이었다.
이후 A 씨가 사망하자 자녀들은 재산을 상속받지 않겠다 밝히며 법원에 상속 포기를 신고했다. 당시 A 씨의 재산은 각종 소송이 연루되어 있어 권리관계가 복잡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법원은 다음 순위로 상속을 받을 사람을 찾는 공고를 A 씨 사망 후 5년인 2017년까지 냈으나 누구도 나타나지 않아 토지에 대한 A 씨 지분은 법에 따라 국가 귀속 절차를 밟았다. A 씨 자녀들은 상황이 잘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돌연 막대한 규모의 세금 통지서를 받았다.
지난 2020년 12월 A 씨가 사망한 지 8년이 흐른 뒤 서울 서초세무서는 A 씨의 자녀들에게 상속세 등으로 51억 원을 납부할 것을 통지했다. 해당 세무서는 자녀들에게 252억 6,000만 원의 상속세와 세금 지연을 이유로 가산세 25억 5,000만 원을 부과했다
A 씨 자녀들은 부모 사망 후 8년 후 전해진 세금 공지에 반발하여 감사원법에 따라 상속세 부과 처분을 취소 청구를 감사원에 신청했다. 이에 대해 서초세무서는 민법 267조에 따라 A 씨 자녀들이 상속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267조는 토지를 다른 사람과 공유한 사람이 상속인 없이 사망할 경우 해당 지분은 다른 공유자의 것이 된다는 내용이다. 즉 경기도 소재 토지는 사망한 A 씨와 그 자녀들의 공동소유였기 때문에 민법에 따라 자녀들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확인 결과 A 씨의 지분에 대한 권리는 자녀들은 주장하지 않았으며, 해당 지분은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 타당했다. 또한 감사원은 민법 1042조에 따라 상속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효력이 있음을 예시로 들며 세무서가 A 씨 토지 지분을 받은 적 없는 자녀들에게 상속세를 물린 것으로 판단했다.
상속 포기의 경우 민법 제1041조, 제1019조에 따라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때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개시지의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해야 한다. 또한 상속재산의 전부의 포기만 인정되기 때문에 일부 또는 조건부 포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감사원은 A 씨 자녀들이 법원에 상속 포기를 신청해 모든 상속재산을 포기했다고 판단하여 상속세 부과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 한 관계자는 “조세 당국이 부당하게 세금을 부과할 경우 국민들은 법적으로 대응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라며 “‘일단 세금을 부과하고 보자’ 식의 조세 행정에 대해서 감사원은 엄중하게 감찰할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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