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18위 회장님이 망해가는 출판사 앞장서 인수한 이유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폐간 위기 문학사상 인수
앞서 이상문학상 매각 절차
국내 재계 서열 18위 그룹이 폐간 기로에 놓였던 52년 전통의 출판사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져서 화제다. 이는 소비재 기업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 ‘대기업 집단’으로 잘 인식되지 않으나 2023년 기준 재계 서열 18위에 빛나는 부영그룹의 이야기로, 폐간 위기에 놓였던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문학사상사(대표 임지현)와 부영 측은 문학사상 인수·매각을 위한 논의 막바지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 31일 부영그룹이 문학사상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특히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사비를 들여 설립한 출판사 우정 문고가 월간 문학사상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중근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M&A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부영그룹의 한 관계자는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한 기업의 메세나 활동(문화 예술 지원) 차원에서 이중근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밝혔다. 당초 월간 문학사상은 지난 5월부터 경영난으로 무기한 휴간 중인 상황이었다. 문학사상의 경우 지난 1972년 출범해 편집주간 이어령, 발행인 겸 편집인 김봉규가 문학사상사가 설립해 출간한 국내 대표 문예지로 올해 52주년을 맞았다.
다만, 경영난으로 인해 폐간 위기에 놓이며 매년 진행해 오던 신인 문학상을 중단하고, 경영상의 이유로 한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상문학상을 다산북스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에 관심 없는 대중들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진 ‘이상문학상’으로 유명했던 문학사상은 역량 있는 문인 발굴 등으로 한국 문학의 새 지평을 연 문학잡지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1977년 이상 문학상은 제1회 대상 김승옥 작가의 ‘서울의 달빛 0장(章)’을 시작으로 국내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해 왔다. 당시 편집주간을 맡았던 故 이어령 선생은 당시 생계로 작품 활동을 멈췄던 김승옥 작가의 재능을 아까워하며 다시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왔다.
이어령 선생의 일화로 유명한 문학사상은 국내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며 한국 문학을 이끌어 온 핵심 주축 중 하나로 꼽힌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이런 문학사상의 의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문학사상을 인수한 우정 문고는 지난 2013년 이중근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출판사다.
이번 인수를 통해 우정 문고는 ㈜문학사상과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출판권을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문학사상은 우정 문고에서 복간해 오는 10월 ‘제2 창간호’를 발행할 예정으로 확인됐다.
부영그룹이 이같이 문학사상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평소 문학과 역사, 철학에 대한 이중근 회장의 관심이 높았던 덕분으로 판단된다. 당초 문예지의 경우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을뿐더러 이미 폐간 위기에 놓인 문예지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 발전을 위해 이를 전격 지원하겠다는 이중근 회장의 의지가 돋보인다.
앞서 이중근 회장은 우정 문고를 설립한 지난 2012년 본인이 저술한 역사서 ‘6·25전쟁 1129일’ 1,000만 부를 무료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중근 회장은 “‘문화는 경제의 산물’이라는 신념으로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성숙한 정신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밝히며 “전통 있는 문학사상 복간을 통해 문학인들의 창작활동을 장려하고 국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며 지식정보화 시대의 길을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부영그룹의 창업주이자 문학사상 인수에 앞장선 이중근 회장은 현재까지 누적된 사재 기부만 해도 2,6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2월에는 획기적인 출산 장려 제도를 부영그룹에 도입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는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출산장려금을 1억 원씩 지급하고 자녀를 3명 이상 출산한 직원에게 국민주택 규모의 영구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복지 조건을 내세우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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