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봉준호
대표작: 기생충, 살인의 추억, 괴물
과거에 선댄스 영화제 취재하다 마주쳤는데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흥행 실패해서 그런지 약간 의기소침해보였음
당시 선댄스 영화제 열리는 시골 마을에서 한식당이 있을 리 없었고,
미리 고추장이니 햇반이니 챙겨간 이동진이 한국영화인들한테 같이 식사하자고 초대함
맛있게 먹고 한참 얘기하다 보니까 봉준호 감독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설거지를 하고 있더라(심지어 너무 깨끗하게 잘했다고)
보통 잘나가면 그 사람의 실제 성격과 관계없이 질투나 음해에 시달리는데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치고 봉준호 감독 싫어하는 사람 본 적이 없음.
인터뷰 제의 등 온갖 요청이 들어오고 그만큼 거절도 많이 할텐데 상대방이 상처받지않게 배려하면서 거절함
(오히려 거절당한 사람이 봉준호 감독의 거절을 감탄하면서 보여주더라
중년 남자 특유의 아저씨 느낌이 없고 아직도 소년같다
2. 박찬욱
대표작: 헤어질 결심, 올드보이, 박쥐
말이 느려서 그렇지 이동진 본인이 만난 사람 중 가장 말을 잘하는 사람. 그래서 대화할 때 가장 즐겁다
영화인들과 만나다보면 너무 영화 쪽으로 관심사가 매몰된 사람도 있는데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대화 주제가 끊이지 않음
심지어 영화계 뒷소문에도 밝다고
경력 초기 잘 못나가던 시절에도 멋있었고, 심지어 성품 자체가 고귀하게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족적인 느낌이 든다
3. 홍상수
대표작: 탑, 북촌방향,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젊었을 때는 말 한 번 잘못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날카로움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푸근해졌다(그래도 카리스마는 여전
‘강원도의 힘’으로 초대받은 칸 영화제에서 처음 만났고, 당시 식사하는 자리에서 양궁 중계 얘기가 나왔는데
홍상수 감독이 자기라면 중계 그렇게 안 내보내고 이렇게 한다며 썰을 푸는데 그게 너무 그럴 듯해서 놀랐다.
4. 이창동
대표작: 버닝, 밀양, 초록물고기
실제로 교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선생님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됨. 만날 때마다 배운다는 느낌
가족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삼촌같다.
남에게 강압적으로 시키기보다는 본인 스스로 자학하며 작업하는 스타일
인터뷰차 방문하다 골목에서 길을 잃어 전화했더니 네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에 네비 수준으로 길 안내 받은 기억 있다
5. 나홍진
대표작: 곡성, 추격자, 황해
사실 gv 두 번하면서 만난 게 다라서 많은 얘기를 나눠보진 못함
봉준호, 박찬욱처럼 달변가라는 느낌은 없었지만 솔직하고 힘있게 말하는 스타일
딱 봐도 저 사람이 대장이구나 싶게 한다
영화만 봐도 느껴지는데 예술적 야심이 거대한 사람.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타협하지 않고 결국 쟁취하는 사람
6. 김태용
대표작: 만추, 가족의 탄생
한 마디로 사랑스러운 사람
탕웨이와의 결혼소식에 많은 사람이 놀랐지만 김태용 감독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납득했을거다
이 사람도 화를 내나? 화내는게 상상이 안 간다.
만추 촬영 당시 해외 스태프왈
“김태용을 위해서라면 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다”
7. 이명세
대표작: 인정사정 볼것 없다
소탈한 사람이다.
행사 마치고 같이 술 한잔하러 감독 단골집으로 이동했는데 영업이 끝난 상태
그런데 이명세 감독이 전화하니까 술집 주인이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와서 가게 문 열어줌
그러면서 보는데 이 술집 주인이 이명세 감독을 너무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게 보이더라
어느날 갑자기 “무슨 전시회 갔더니 참 좋더라”같은 식으로 자기가 좋았던 거 나누는 걸 즐기는 사람
8. 류승완
대표작: 베테랑, 모가디슈, 밀수
어느 자리에서 만나도 좌중을 이끄는 화제의 중심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로 카페에서 인터뷰했는데 마침 위층이 당구장이라(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1부가 당구장 배경
거기서 사진 촬영 했는데 촬영 기자가 의욕이 넘쳐서 굉장히 무리한 포즈를 요구함
그런데도 싫은 티 하나 없이 당구대 위에서 눕고 구르고 다함
여담으로 저 인터뷰 당시에 캡모자 거꾸로 쓰고 나왔다
9. 김지운
대표작: 달콤한 인생, 놈놈놈, 밀정
매력적인 솔로란 이런 사람이구나 느끼게 한다
굉장히 낯 가리는데 그런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의 영화(악마를 보았다로 추정)를 혹평한 뒤에 인터뷰 요청을 한 적이 있는데 흔쾌히 응해서 놀랐고
심지어 인터뷰하면서 공격적인 질문도 했는데 굉장히 열린 자세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할만한 사람이라고 느낌
10. 최동훈
대표작: 타짜, 전우치, 도둑들
스스로는 노력가라고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스마트한 사람
영화랑 관련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서도 대화를 주도할 정도로 대화 주제가 넓고 말재간이 있다.
봉준호 감독처럼 뭘 해도 성공했을 사람
11.이준익
대표작: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동주
퇴사 후 힘들었던 시기에 우연히 마주쳐 상담했더니 사무실 알아봐주고 세무사까지 소개 시켜줬다.
그리고 사무실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불편한 점 없는지 신경써줬다. 그 정도로 따뜻한 사람
다혈질이기도 한게 본인이 얘기하면서 본인 얘기에 흥분한다
사실 영화 제작 및 수입업자로 일하다 감독이 된 케이스인데 그래서인지 감독들 특유의 예술적인 고집이 없음
(실제로 이준익 감독은 크게 문제 없다 싶으면 1-2 테이크에 시원하게 ok 외치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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