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에 복종” 배드민턴협회 ‘갑질’ 지침, 양궁협회와 비교해 봤더니..
대한배드민턴협회 지침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라”
양궁협회와 다른 행보 보여
파리올림픽이 성황리에 마무리된 가운데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 선수의 작심 발언으로 인한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선수 관리의 문제점이 있다는 점과 선수에게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의무 규정을 부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다. 이는 협회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 ‘선수는 지도자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는 취지의 항목이 담긴 것으로 안세영 선수의 발언과 맞물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배드민턴협회로부터 제출받은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 따르면, 협회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에게 선수촌 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임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배드민턴협회는 운영 지침 제6조 제2항의 1호에서 “촌내 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하도록 했고, 2호에서 “국가대표 담당 지도자의 허가 없이는 훈련에 불참하거나 훈련장 이탈 불가”라고 규정하며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지도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 속 ‘생활과 훈련 중’이라는 조건은 모호하게 명시된 부분이 있어 조건을 만족한다면 지도자의 어떠한 부당한 지시 역시 따라야 하도록 악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의견 역시 제시됐다. 이에 따라 배드민턴협회가 국가대표 선수에게 부과한 의무가 다른 종목에 비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안세영 선수의 작심 발언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가장 많이 비교 대상으로 꼽혔던 대한양궁협회는 어떨까?
실제로 대한양궁협회는 배드민턴협회의 ‘복종’ 조항과는 달리, 국가대표 운영 규정의 경우 선수의 의무에 대해 ‘경기력 향상과 관련한 지시 사항 이행’ ‘정당한 인권 및 안전 보호를 위한 지시 사항 이행’ 등으로 한정해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배드민턴협회가 선수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은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해당 조항이 강수현 의원의 발언을 통해 드러나며 배드민턴협회를 향한 날 선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날 강수현 의원은 마지막으로 “배드민턴협회도 안 선수와 진실 공방으로 다툴 것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인 조항을 개정해 우수한 선수를 양성한다는 협회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규정이 모든 걸 제한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나, 선수 보호를 위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조건으로 운영 규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특정 종목의 협회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엘리트 선수들의 국위 선양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선수들을 위한 조항이 신설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에 관한 조사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민법과 문체부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 규칙에 따른 사무 검사와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의 법적 성격을 지닌 본격적인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며, 조사단장은 문체부 이정우 체육국장이 맡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사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 기관은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 등 10명 이상이 합류하며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공정성 및 훈련과 대회출전 지원의 효율성, 협회의 후원 계약 방식이 ‘협회와 선수 사이에서 균형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안세영 선수가 언급한 배드민턴 종목에 있는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제도의 합리성, 선수의 연봉 체계에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 등을 파악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새롭게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계속 이런 일(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선수의 대한배드민턴협회 관련 문제 제기)은 발생할 소지가 크다”며 “배드민턴협회 하나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체육 정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계자 역시 “이번 조사는 단순히 ‘협회가 선수 관리를 적절히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현안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게 될 것”이라며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발전에도 파급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