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스압) L’Osier (로오지에) / 긴자, 미슐랭 ★★★ –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
도쿄에서 프렌치 미슐랭 3스타 이야기를 하면 꼭 언급되는 곳이라고 들었던 식당
원래는 한 2달 전에 예약해야 하는 곳인데 그걸 모르고 2주? 3주? 전에 전화걸어서 웨이팅리스트에 이름 올렸는데
일본 입국할때까지도 연락 안와서 까비아깝송~ 하고 포기하고 있었음
근데 갑자기 2일전에 전화와서 자리생겼는데 오실거임? 하길래 바로 고개 100번쯤 끄덕였지
가까이 가면 보이는 건물
이 건물의 입구에 대놓고 명판을 걸고 있어서 얼핏보면 이 건물이 통째로 식당인가? 할 수 있지만
사실 시셰이도 건물이다 (로오지에도 시셰이도에서 운영하는 식당이고)
그래도 멋있긴 함
들어가려고 하면 앞에 있는 문지기가 문을 열어주고 (위에 있는 입구 사진에선 내가 사진 찍으려고 하니까 비켜드릴까요? 하면서 비켜주심)
안으로 들어가면 웨이트리스 한분하고 이런 라운지가 있음
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식사를 하는것
웰컴드링크로 허브티를 내준다
소파도 엄청 푹신하고 편안한데 딱 마셔도 편의점 허브티보다 한 5배쯤은 농축된 진짜 맛있는 차를 그냥 내줌… 옆에 딱 붙어서 뭐 필요하신거 없으실까요? 하고 물어보고
그리고 여기 아래로 내려가면 무소음 카메라만 써달라고 하더라
아래로 내려갔을때 사진을 못찍었는데
양쪽에 웨이터랑 웨이트리스들이 쫙 서있고 나한테 인사하면서 그 중 한명이 따라붙어서 자리로 안내해주고
자기 이름이 ***이고 오늘 자기가 전담 웨이터가 되어줄것이고 필요한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고 등등등
음… 장난 아니었음
딱 착석했을때 모습
여기서 메뉴판 보여주면서 뭐 드실건지 그리고 뭐 마실건지를 물어보는데
이런데서 마시는 술 정배는 와인이겠지만 내가 와인을 개인적으로 안좋아해서 술은 생략하고 코스는 중간코스로 골랐음
고른 코스의 메뉴판을 이렇게 인쇄된거로 가져다줌
미리 인터넷에서 코스 골라서 예약한 사람은 아예 이름까지 적힌거로 준다던데 난 웨이팅리스트만 올려서 그런건 못받은듯?
우선 어뮤즈부쉬 당근쿠키
웨이터가 각각이 어디서 난 무슨 재료로 만든거라던지 하는 설명을 해주는데 거의 기억이 안나네
1. 왼쪽: 진저 쿠키, 입 안에서 특유의 생강향이 화아하고 퍼지는데 그렇다고 매운맛이 나는건 아니고 딱 입안의 텁텁함이 가실정도로만 향이 남. 좋았음.
2. 위쪽: 치즈 크림 쿠기, 뽀또같은 맛인데 뽀또보다 한 10배쯤 고급진 느낌에 훨씬 부드럽고 먹고 나서 입 안에 이물감이나 뭐 남는거 느껴지는게 없이 그냥 살살녹음
3. 오른쪽: 레몬 쿠키, 상상가능한 레몬맛 쿠키인데 매우 맛있었음
곁들임빵
겉은 너무 딱딱하지고 너무 눅눅하지도 않게 완벽하게 ‘바삭’하고 속은 완벽하게 부드럽고 쫄깃함. 약간의 산미 있음. 이 빵만 다른 식당에서 메뉴로 내놔도 되지 않을까 싶은 완성도.
추가로 골라서 주는 곁들임빵과 올리브오일, 4종 중에 골라서 원하는거만 먹을 수 있음
올리브오일은 스페인산 올리브오일이랬던거같은데 와 미친… 맨빵에 이거만 찍어먹어도 하루 3끼는 먹겠다 싶더라 진짜 맛있음
내가 고른건 이 두개인데
나오는 메뉴들 먹다보니 배불러서 위에 올리브빵은 손도 못대고 (싸달라고 말이나 해볼걸 그랬나) 아래 버터빵만 먹어봄
살짝 단단한 겉부분 안에 버터향이 속에 부담스럽진 않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으로 매우 맛있었음
앙트레 (애피타이저) 옥수수 스프
매우 부드럽고 옥수수 질감이라고는 하나도 안 느껴지는 진짜 고운, 아주 술술 넘어가는 차가운 옥수수 스프. 옥수수 특유의 향이 매우 잘 느껴짐. 안에는 옥수수 알갱이도 들어있는데 씹히는 식감은 있으면서 질김은 전혀 없어서 이빨 사이에 끼지 않고 목구멍으로 넘어감.
가운대에 있는건 아이스크림이고 그 위에 올려진건 스프라이트?(잘 못알아들음) 무슨 풀인데 아무튼 그 허브향이… 음… 뭐랄까 매우 복잡함 맛없다는게 아니라 말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복잡함
아래엔 생크림같은거도 깔려있는데 같이먹으면 진짜 부드럽고, 옥수수의 단맛하고 섞여서 딱 감질맛 돌면서 그 향이랑 맛이랑…
뭐라 말하기가 힘든데 맛있어.
같이 나온 옥수수 피낭시에? 아무튼 구운과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달콤하고 버터향이 200% 뿜어져 나오는데다가 박혀있는 옥수수 식감도 완벽하고 위에 살짝 뿌려진 소금 알갱이가 단짠단짠의 조화를 주면서 음
그냥 이거 1개에 1000엔쯤 한다고 해도 믿을거같음
해산물메뉴 게(with 캐비어)
막… 막…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음
맛이 너무 복잡함 내 이해와 표현력의 수준을 너무 넘어섬
입 안에서 게의 그 향하고 게 크림하고 무슨 과일인지 허브인지의 향이 섞여서 게를 삼키고 허브가 터지고 캐비어의 짭짤함과 감칠맛이 혀 위에서 굴러다니고…
음식만화같은거 볼때 무슨 음식 한입 먹고 입안에서 왈츠가 펼쳐진다느니 오케스트라가 열린다느니 하는거 솔직히 “지랄하네 시발ㅋㅋ”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거 먹고서 반성함
이건 진짜 그런 말으로밖에 표현할수가 없음
단순히 감칠맛이 난다, 짜다, 달다, 그런 표현만으로는 이걸 먹었을때 느껴지는 복잡한 맛이 글으로 옮겨지지가 않는거같음
양옆에 있는건 포도알인데 그거도 얹어져있는 게다리살하고 같이 먹으니 어우 뭐 그냥
해산물2 옥돔 구이
당근, 주키니, 양파로 만든 일본식 스프같은 소스와 함께.
소스는 아주 부드럽고 채소 특유의 은은한 단맛이 느껴짐. 생선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겉부분이 살짝 짭짤한게 그냥 아 딱 맛있는 생선구이구나 하는 느낌.
근데 놀라운건 이 소스하고 생선구이가 아주 완벽하게 어울린다는거임…
이 전에 라틀리에에서 먹었던 생선요리는 흰살생선 특유의 담백함이 아래에 깔려있고 소스가 위에서 춤춘다고 말했던적이 있는데
이거는 그냥 생선하고 소스가 같은 위치에서 서로 어울림. 뭐가 더 돋보인다거나 더 존재감이 약하다거나 할 게 없고 그냥 서로 동격인데 둘 다 미친듯이 맛있음.
저 뒤쪽에 잎사귀 뭉친 공 같은건 무슨 꽃이랬던거 같은데 한입에 넣고 씹으니까 폭탄 터지듯이 그 안에 있던 즙하고 감칠맛하고 맛하고 향이 화아아아악!!! 하고 그냥 어휴… 장난아님
그리고 생선 다 먹고 스프를 따로 먹는데
진짜 장난아님 내가 고기 생선 존나 좋아하고 야채같은건 피하는 편인데 이건 누구 뺏어먹을까봐 바닥까지 싹싹 빵으로 긁어먹음
이 스프만 따로 팔면 매일 아침 이걸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음 이걸 매일먹으면 아마 140살까지 살 수 있지 않을까?
육류 메인 와규, 라따뚜이, 그리고 무슨 나물…같은것
일단 메뉴 설명을 먼저 해준 다음에 이렇게 웨이터가 소스를 (아마 그레이비 소스같은 육즙 기반으로 만든 듯한) 뿌려줌
크 때깔 미쳤죠
그리고 여기서 곁들임으로 석류 주스를 주문
내가 와인은 못 마시지만 그래도 뭔가 맨입으로 이걸 먹긴 좀 심심할거같아서 논알콜 드링크 메뉴를 좀 봤는데
논알콜 와인 종류도 좀 있었지만 셰프가 직접 만든 자기 요리에 어울리는 주스라는 메뉴가 눈에 띄더라고
당근주스랑 석류주스가 있었는데 석류주스로 선택
음식맛은 그냥 말이 필요없음…
와규는 매우 기름지고 고소하고 부드럽고 쫄깃하고… 최고의 소고기였음.
내가 어렸을 때, 초등학생때 처음 스테이크 먹어보고 엄청 감동했는데 그 뒤로는 스테이크 먹으면서 ‘맛있다’고는 느껴도 그때같은 감동을 느껴본적이 없었거든
근데 이번엔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낀 기분이었음… 진짜 진짜 진짜 맛있었음 느낌표 3개
맨 위에 나물같은것은 무슨 나물을 일본식 무슨 조리법을 해서 스파게티처럼 볶아서 뭐 사이에 샌딩한거라고 했는데
소고기 먹다가 중간에 먹으면 리프레쉬 되는 느낌이 아주 good
가운데는 양파를 덮은 라따뚜이인데 이거도 뭐 맛있긴 했는데 이 플레이트에서 이게 어울리는 구성인지는 잘 모르겠음 맛있긴 했는데… 음… 딱히 막 그렇게 상쾌하다던지 그런느낌도 안줘서
주스는 진짜 엄청 매우 잘어울림 와인을 시켰다면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논알콜중에선 소고기와 베스트 핏 메뉴가 아닐까 생각함.
산뜻하고 달달해서 소고기 기름기를 매우 잘 닦아주고 진짜 좋았음. 안 시켰으면 후회할뻔.
이거 먹고 나서 혹시 치즈도 먹을거냐고 물어보던데 배가 좀 많이 불렀어서 치즈는 스킵한다고 했음 먹어도 맛 못느낄거같아서
프리디저트 1 샤베트, 내가 이거 너무 허겁지겁 먹느라 직접 사진도 못 찍어서 인터넷 사진 가져옴
아주 상큼하고 달달함! 소고기까지 먹고 배불러서 좀 나른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는데 이거 먹으니까 정신이 확 들고 묵직해진 속도 좀 시원해지는 느낌.
프리디저트2
오른쪽 아래 오렌지: 탱글탱글하고 상큼 말랑한 오렌지젤리 좋았음
왼쪽아래 사과 타르트: 바삭달달하고 맛있음 좋았음
왼쪽위 초콜릿: 평범한 초콜릿 느낌 맛있었음
오른쪽위 바나나: 고급 바나나 구운과자를 먹는듯했음 아주 맛있었음 넷 중에선 베스트
디저트 각종 베리 샤베트
딸기 라즈베리 블루베리랑 딸기모양 젤리 그리고 요거트 샤베트
솔직히 난 위에 핑거메뉴 4종하고 샤베트가 같이나오길래 저게 프리디저트랑 디저트인줄 알았는데
눈치를 챈건지 전담 웨이터가 아니라 되게 나이 지긋하고 직책 높아보이던 할아버지 웨이터 한분이 옆에 오셔서 자기소개하고 아직 다 먹은거 아니니까 기대해달라고 하시고 그러는거임
그러더니 진짜로 뒤에 이게 따로 나와서 와 씨… 배터지겠는데 아니 진짜 배불러서 뒤지겠는데요?
라고 생각하면서 딱 맛만 보려고 숟가락 들었는데
이게 너무 달고 너무 상큼해서 계속 입에 들어감 미치는줄
달달한거 들어가는 배가 따로 있다는거는 아마 이런걸 두고 말하는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진짜 마지막 식후 커피
그리고 디저트 카트 ㅋㅋㅋㅋ 아니 그렇게 먹고 이걸 보여주면서 (30종류 넘는다고 함) 먹고싶은대로 고르래
미친거아닌가? 진심 위장 200%까지 늘어나겠다
그래도 고르라니 딱 5개 골라봄
까눌레: ‘딱딱’이 아니라 “바삭” 하고 쫀득하고 촉촉한 최고의 까눌레
초코 3종: 생초콜릿, 아몬드초콜릿, 또 뭐 들어있는 초콜릿? 이었는데 맛있었음
맨오른쪽거는 맛은 기억 안남 맛있긴 했음
총평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대부분은 위에서 했지만 정말 고급 요리는 맛이 겁나게 복잡해서 말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걸 알게됐고 코스요리라는게 그렇게 쬐그맣게 나와도 다 먹으면 걷지도 못하게 배부르다는걸 알게됐음 런치코스인데도 이정도인데 디너풀코스는 진짜… 어떻게 다 먹냐 그걸? 물론 맛있으니 먹겠지만
아무튼 내 감상을 더 짧게 표현하자면
누가 “이번 일본여행 어땠어? 재밌었어?”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로오지에에 갔어”라고 대답할 수 있을거같음
이번은 정말 천운이 따라줘서 예약을 놓쳤는데도 들어갈 수 있었지만 다음에는 정말 꼭 예약해서 반드시 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함
디너도 먹어보고 싶기는 한데 그걸 내가 끝까지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네
출처: 일본여행 – 관동이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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