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도망갔어?” ‘외국인 근로자 제도’ 때문에 몸살 앓고 있는 지역
2017년 ‘계절근로자’ 도입
농번기 단기간 업무 돕는 제도
낮은 임금·짧은 계약에 도망
지난 2017년 정부가 도입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에 허점이 확인됐다. 해당 제도를 통해 한국에 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E-8 비자를 받는데, 이들이 잇달아 ‘야반도주’하면서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E-8 비자를 도입하여 일손이 부족해지는 농번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여 짧게는 5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가 돌연 도망가면서 농촌 지역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계절근로자는 3만 9,411명이라고 한다. 이는 최근 들어 상당수 증가한 것이다. 앞서 계절근로자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각각 1만 2,027명, 1만 8,050명으로 매년 증가하다 올해 큰 폭 상승한 것이다.
지난 2022년 기준 계절근로자 제도로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무단이탈한 이들은 1,151명으로 나타났다. 수치로 따지면 전체의 9.6% 수준으로 사실상 10명 중 1명은 도망간 셈이다. 지난해 역시 925명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은 채 이탈했다.
그렇다면 계절근로자로 계약한 외국인 근로자 다수가 사업장을 이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계절근로자의 고용계약 기간이 기본적으로 매우 짧으며, 제조업과 같은 다른 업종 대비 낮은 임금을 이탈률의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 제도의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계절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 동안 농촌지역에서 지내는 것보다 불법체류를 선택해서라도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이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여러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근무지 이탈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계절근로자가 한국에 올 때 브로커가 개입했을 여지도 높게 평가했다. 실제 계절근로자·E-8 비자가 선발 시험이 진행되는 고용허가제·E-9보다 문턱이 낮아 처음부터 브로커와 합을 맞춰 한국에 입국한 뒤 무단이탈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농업 부족 인력은 지난해 4만 4,000여 명에서 약 10년 뒤인 2032년 16만 5,000여 명으로 대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탈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다른 고용 제도와 계절근로자 제도를 연계하여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계절근로자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최근 계절근로자 계약을 통해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70대 농업법인 대표로 여성 외국인 근로자의 얼굴을 만지거나, 등에 손을 얹기도 하면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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