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탕비실에서 훔친 물건을 ‘당근’ 한 직원이 받게 될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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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판교 소재 대기업
탕비실 간식 재판매
원칙적으로 절도죄 해당

회사 탕비실서 훔친 물건 ‘당근’ 한 직원이 받게 될 처벌 — 출처 : tvN

탕비실 운영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복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며 사기를 높이기 위해 운영되는 것으로, 근무하면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료나 과자 등을 구비하고 있다.

다만,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운영 중인 탕비실의 간식을 일부 몰상식한 직원들이 되파는 행위가 적발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조선비즈는 이런 사실을 보도하며 한 대기업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회사 탕비실에 배치된 간식을 ‘당근마켓’ 등 중고 플랫폼에서 되파는 사례가 발생해 회사가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지난달 A 회사 내부 게시판에는 이른바 ‘당근러(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자)’를 징계 처리해달라는 글이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지펴진 해당 글이 올라온 게시판은 A 회사 소속 직원인 것을 인증해야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작의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추측된다. 익명의 작성자는 글을 게시하며 ‘과자 모음♥ 170개 일괄’이라는 내용과 함께 오레오, 칙촉, 사탕 등이 낱개 포장된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는 중고플랫폼에 탕비실 간식을 ‘8장으로 나눠서 찍어야 했을 만큼 많은 양’이라며 ‘다른 곳에도 판매 글 써 놓아서, 선입금 순으로 판매한다. 가격 내림은 없다’고 적고, ‘전부 미개봉 새것’이라며 170개의 유통기한을 대략 적으며 ‘하나에 110원꼴로 정말 저렴하다’고 광고한 것을 캡처한 사진이다.

위치 정보가 드러나는 중고 거래플랫폼의 특성상 탕비실 간식을 되판 작성자는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어 작성자는 ‘입금 확인 후 물건을 문고리에 걸어둔다’고 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A 회사 판교 사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인근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글의 작성자가 되판 물건은 과자에 그치지 않았다. 작성자가 올린 다른 게시글을 확인한 결과 ‘카누 아메리카노 180개 일괄 판매’, ‘맥심커피 믹스 170개+아이스티 30개 일괄 판매’ 등 탕비실에 있는 물건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훔친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이런 사실에 대해 회사 내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해당 작성자의 판매 내역은 모두 삭제 처리됐다. 중고 플랫폼에 탕비실 배치 간식을 올린 직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A 회사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로 제기된 것으로 보이며, 일각에서는 A사의 직원이 아닌 조작이라는 추측 역시 제기됐다. 다만, 앞서 밝혔듯 문제가 제기된 사내 게시판은 본사의 직원임을 인증한 뒤 이용할 수 있어 조작의 가능성이 높게 판명되지 않는다.

탕비실의 물건을 직원에게 빼앗긴 A사는 해당 내용을 알게 되자 ‘캔틴(Canteen) 간식 이용 에티켓’이라는 내용의 공지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측은 ‘회사 간식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는 혜택이다. 개인적 이익을 위한 중고 판매는 엄격히 금지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더불어 ‘만약 회사 간식이 중고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것이 발견될 경우 해당 직원은 회사 규정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탕비실의 간식을 직원들이 훔쳐 중고 거래플랫폼에 판매한 경우는 비난 A사의 문제뿐만 아니다. 지난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직장인들의 은밀한 ‘소확횡’ 창구가 되고 있다는 복수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여기서 소확횡이란 ‘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을 줄인 말로, 회사 물건을 소소하게 사적으로 소비하면서 만족감을 얻는다는 의미를 뜻한다.

당시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쓰이는 신조어로 위 같은 행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등장했다. 소확횡이라는 신조어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커리어 플랫폼 잡플래닛은 이용자 469명을 대상으로 소확횡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회사 물품이 볼펜인 경우 응답자의 60%가 ‘집에 가져가도 괜찮다’고 응답했으나, 간식에 대해서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견이 갈린 것으로 파악된다. 간식류에 대한 조사에서는 ‘간식을 집에 챙겨 갈 수도 있다’는 응답이 53%. ‘회사에서 일하면서 먹으라고 둔 건데 집에 왜 챙겨가냐?’는 응답이 47%로 팽팽하게 대립한 것이다.

다만, 어떤 종류든지 소확횡을 할 경우 원칙적으로 절도에 해당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회사 비품을 사적으로 쓰는 횟수가 잦거나 누적액이 크고 마음대로 처분하려고 했다면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절도죄는 6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정도로 형량이 무거운 수준에 속한다.

이를 증명하듯 과거 회사 창고에서 커피믹스를 훔쳐 되팔다가 걸린 식품업체 직원이 절도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직원의 입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지나친 대응’이라고 반응하기도 했으나 빼돌린 커피믹스가 3,400만 원어치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