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바리) 삿포로 바 스트렝스(Bar Strength) 리뷰 –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
삿포로 스스키노에 위치한 바 스트렝쓰
원래 이날 방문하려던 호치포치가 하필 닫는 날이라서
부랴부랴 근처 몰트바 중 골라서 방문해보았다
방문일은 7월 중순이었다
생각보다 좁은 가게
기합이 넘치는 보틀들이 언뜻 보인다
착석완료
마스터와 첫만남 스몰토크를 조금 하다가
오마카세로 주문을 하기로 했다
이1케맨이신 마스터가 먼저 오늘 예산과 잔 수,
원하는 위스키 스타일을 말해달라고 하셨다
밤늦게 혼자 나온거라서, 시간도 예산도 넉넉치 않아
“하프 3잔으로 8천엔 정도,
논피트인 싱글몰트로 부탁드립니다!
버번캐와 셰리캐 가리지 않습니다”
라고 주문을 했다.
그러자 잠시 고민에 빠진 마스터는 잠시 후에
“저희 가게 하프는 원래 양이 많아서,
말씀하신 예산 내에서 하프같은 쿼터로 6가지 드릴게요”
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은 나는
당시엔 마스터 말씀을 전부 이해하진 못하고,
“우리 가게 하프가 양이 많다”정도만 알아듣고는
감사한 마음으로 추천해주신 첫 잔을 기다렸다.
첫 잔으로 나온 건 버번캐 숙성 1995빈 임페리얼 19년
폐쇄된 증류소인 임페리얼의 위스키는 처음이라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셔보았다
한모금 마시고 찍은 사진이라 양이 적어보인다…ㅎ
간단한 시음평은 하얀 과일의 과육 부분,
사과와 배, 백도 등 달달하고 상쾌한 과실의
향과 맛이 팡팡 터져나오는 과일 바구니같은 버번캐 위스키였다
다른 임페리얼도 기회가 되면 마셔보고 싶은 맛
다음은 나의 최애 증류소인 블레어아솔,
블레어아솔 31년 1992빈 몰트맨
아솔 특유의 핵과류 노트 중, 버번캐의 옷을 입어서 그런지
아주 잘 익은 천도 복숭아를 연상시키는
진하고 향긋한 달큰함이 정말 최고였다.
특히 그 우아한 향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오랫동안 코박죽 하게 만들었다..
비교적 낮은 도수를 압도적인 복숭아 캐릭터로 커버해버리는
말 그대로 잘 만든 과즙폭발 복숭아 폭탄 같은 한잔이었다
영화 아가씨에 나왔던 하정우의 복숭아 먹방을 떠올리며
맛있게 비웠다ㅋㅋㅋ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한 잔은
애버펠디 싱글캐스크 19년 1996빈
무려 내 생빈이었다
진한 셰리캐스크의 색깔..
굳이 맛보1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셰리밤의 향기
역시나 쉐리캐의 정석을 보여준 한 잔
지배적인 것은 역시 포도의 캐릭터인데
과육 뿐 아니라 껍질까지 한 입에 넣고 씹어먹는 듯한,
텁텁한 탄닌도 조금 느껴지며
달달함 뿐 아니라 화사함까지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깔끔하고 강력하게 잘 만든 셰리위스키
이렇게 해서 행복하게 세 잔 째 마시는 동안 마스터가 갑자기
오른쪽의 레드브레스트와 뒤편의 캠벨타운 위스키들을
내 앞으로 가져오시길래, 다른 손님 것인가보다 하면서
‘마슀겠다..’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레드브레스트를 잔에 따르더니 나에게 내어주셨다?!
솔직히 지금까지 마신 3잔만 해도 8천엔을 지불하기에
전혀 아쉽지 않은 라인업이었어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애버펠디를 끝으로 가게를 나서려했으나
내 앞에 놓인 3병의 새로운 개쩌는 라인업을 보니
어리둥절해질 수 밖에…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내가 잘못 주문했나 싶어서
마스터께 조심스럽게 다시 여쭤봤더니
하프 6잔에 8천엔에 드리겠다고 하셨다.
감동을 잔뜩 먹은 채 얼타고있는 나에게 대뜸 나이를 물으시더니
너처럼 젊을 때, 늦기전에 좋은 위스키를
많이 마셔야한다고, 사람좋게 너스레를 떠셨다
그런 말을 하는 마스터도 그닥 나이 들어보이진 않아서
물어보니 생각보다 연세가 있으셔서 놀랐던 사연…
완전 동안이심..
암튼 이어진 다음 잔은 레드브레스트 10년 CS
마스터 블렌더의 서명이 담긴 아일랜드 한정판이라고 하셨다
직접 아일랜드에 방문했을 때 구해오셨다고..
깊은 우디함 속에 바나나, 코코넛 같은 크림계열의 부드러움이
달달한 맛과 함께 쭉 뻗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버번&셰리 스까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두 캐스크의 매력이 무척 잘 어우러진 듯한 뉘앙스였다
다만 저숙성의 도수감이 우디함과 함께 세게 올라와서
유일하게 조금 아쉬웠던 한 잔이었다.
뒤에 놓인 다음 라인업인
헤이즐번과 킬커란에 대해서 마스터와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캠벨타운 위스키는 아무래도 피트감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하며 킬커란 엔트리를 안 마셔봤다고 했더니
놀라시며 바로 킬커란 12년을 먼저 서비스라며 조금 내어주셨다
킬커란 12년도 생각보다 시트러스한 뉘앙스와 바닐라 풍미가
부드럽게 이어지며 맛있게 마셨다
구하기만 쉬우면 나이트캡으로 삼고싶은 맛
중간점검..
이제 3분의 2 왔다
다음은 이번 리뷰의 하이라이트
제일 맛이 좋았던 헤이즐번 프레시 쉐리 15년
이것 또한 스코틀랜드에서 직접 공수해오셨다고..
이걸 케이지 보틀이라고 했었나?
무튼 정말 놀라운 풍미를 가진 위스키였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딸기 스무디’
상큼달콤한 제철 딸기를 한 움큼 입 안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먹는 듯한 만족감을 주는 한 잔
꾸덕한 건포도 계열 셰리가 아닌,
생과일처럼 새콤달콤한 딸기와 포도의 풍미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향부터 맛, 피니시까지 일체감을 가진 딸기 바구니의 느낌
달콤한 붉은 과실 느낌+상큼한 유산취? = 딸기!
위스키에서 나는 딸기 캐릭터에 사족을 못쓰는 나로선
말그대로 지금껏 마셔본 것 중
최고의 딸기맛 위스키를 만났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찐막 한 잔도 역시나 킬커란 프레시 쉐리 13년
위의 헤이즐번과 함께 구해온 보틀로,
마스터가 가장 추천하고, 무조건 맛있을 거라고 보장한 녀석
하얀 꽃이었다가, 달콤한 꿀이었다가, 약간 스모키했다가,
건포도의 꾸덕함도, 생포도와 산딸기의 산뜻함도 느껴졌다.
한 입 마실 때마다 맛과 향이 바뀌는 진귀한 경험
셰리위스키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맛들을
한껏 응축해놓은 맛이었달까
개인적으로는 헤이즐번의 딸기쇼크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이 또한 정말 경험해보1지 못했던 새롭고 신선한 한 잔이었다.
이 쯤에서 옆자리에 앉은 일본인 위붕이 아저씨와
이런저런 노가리를 까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보냈다.
아재는 일본 프로야구 치바 롯데의 팬이었는데
내가 입고 간, 지금은 없어진 KBO구단의 올드 유니폼에
유독 관심을 가지시길래 야구 관련 토크를 한참 했다.
아재는 삿포로 사람은 아니고 치바현 출신으로
자기 연고지 팀이 몇십년 째 우승을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길래
한국 프로야구의 ‘롯데’ 팀도 똑같이
몇십년 째 우승을 못하고 있다고 했더니
역시 그것 때문이었냐며 엉엉 우셨다ㅋ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떼샷
진짜 다시봐도 후덜덜한 라인업이었네..
이제 나가려고 하는 타이밍에 딱 새로 온 옆 자리 손님들이
마침 담배를 태우기 시작해서 미련 없이 일어섰다
물론 미련 존나 있었다
계산을 부탁드리면서 당연히 커버차지나
세금 같은거 붙으면 9천에서 1만엔 사이겠거니 하고
영수증을 받아들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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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실화…?
카드 결제했는데 진짜 딱 8000엔만 받으셨다…ㄷㄷ
광광 울면서 마스터에게 다음에 삿포로에 오게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반드시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기분 좋게 바 스트렝쓰를 나섰다.
다음에 또 오면
예산을 2만엔으로 잡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2만엔이면 뭐가 튀어나올까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마음
“하루라도 젊을 때 좋은 위스키를 많이 마셔봐야 한다.”
는 동안 이1케맨 마스터의 명언도
가슴 깊이 새기며 리뷰를 마친다!
출처: 위스키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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