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한 말은…” 대한배드민턴협회 김택규 협회장, 정말 큰일났다
대한배드민턴협회 비리 조사
김택규 회장 횡령 정황 적발
과도한 제재 폐지 권고 예정
지난달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 발언을 두고 조사를 진행한 정부가 중간 브리핑 결과를 발표하며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다.
앞서 불거진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과 국가대표 선수들이 협회의 후원금 일부를 배분받을 수 있는 규정이 최근 삭제된 사실조차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비(非)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협회 규정도 폐지할 방침이다.
이런 내용은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을 발표하며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5일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이 쏘아 올린 공에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 선수의 폭로에 따른 파장이 커지자, 문체부는 조사단을 꾸려 국가대표 관리, 제도개선뿐 아니라 배드민턴협회 관련 보조사업 수행 상황과 협회 운영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해당 조사 결과 배드민턴협회 고위 임원의 다수가 비리 의혹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배드민턴협회는 지난 2022년부터 승강제 리그와 유·청소년 클럽 리그 지원 대상 단체로 선정돼 연간 42억 원을 지원받아 왔다. 다만, 김택규 회장과 그가 임명한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지난해 후원사로부터 셔틀콕 등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후원사에 구매 금액의 30%에 해당하는 물품을 추가 후원받기로 구두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택규 협회장이 실제로 받은 규모로 1억 5,000만 원 상당을 추정하고 있다. 구두 계약을 통해 관련 내용은 장부에 따로 담기지 않았으며, 지역별 물량 역시 임의로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회장으로 있는 태안군배드민턴협회에만 약 4,000만 원 상당의 셔틀콕이 지급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올해도 김택규 회장과 협회 사무처는 후원사로부터 1억 4,000만 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을 체결해 공문 등 정식 절차 없이 임의로 물품을 배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중 일부는 보조사업 목적과 무관한 대의원총회 기념품 등으로 사용된 정황도 포착됐다.
이어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후원사와 총 26억 원 규모의 용품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했고, 감사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회계법인에 장부 작성과 세무조정료 명목으로 약 1,6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국고 보조금법을 위반한 사실도 알려졌다. 덧붙여 협회 정권에 회장을 비롯한 비상근 임원은 보수를 지급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는데도 일부 임원은 대회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유치금의 10%를 성공보수로 지급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이정우 체육국장은 “김 회장의 횡령·배임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미 배드민턴협회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 자료로 (수사기관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후원사 전체 후원금의 20%를 국가대표 선수단에 배분하는 조항이 지난 2021년 6월 삭제된 사실조차 국가대표 선수들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안세영 선수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정우 국장은 “해당 조항 삭제 전 당사자인 국가대표 선수단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고, 대다수 선수가 이번 조사 과정에서야 해당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조사를 맡은 문체부 조사단은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단 48명 중 안세영을 비롯한 22명과 면담해 대표팀 내 운영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정우 국장은 “체육계 낡은 관행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며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협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선수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후원 용품 사용과 비국가 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폐지, 국가대표 선수의 임무와 결격사유에 관한 과도한 제재 규정 폐지 등을 권고에 나설 방침이다. 해당 문제는 안세영이 조사단의 의견 청취 과정에서 관련 의견을 낸 것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말까지 배드민턴협회 관련 조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정우 국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각 체육 단체 협회가 선수와 지도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배드민턴 외에 축구, 사격 등 다른 단체에 제기된 문제들도 전반적으로 조사해 다음 달 중 가칭 스포츠 뉴빌딩 플랜이라는 이름의 체육계 개혁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인 점에 따라 대한배드민턴협회를 둘러싼 대대적인 조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문체부의 조사를 통해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 등 임원진에 대해선 횡령·배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향후 조사를 마친 뒤 나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