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만 하면 취업 100%인데…줄이탈한다는 학과, 어디길래?
기업 지원받는 ‘계약학과’
졸업 후 취업 등 파격 혜택
의대 증원 여파로 줄이탈
인재 모집 등의 이유로 기업이 학교와 협업하여 졸업 후 취업 보장과 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학과가 과거의 인기 대비 현재 이탈이 증가하여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교육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의 배경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으로 계약학과보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이들이 증가함에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7개 대학교를 통틀어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지난해(2023년)에만 26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났으며, 최근 반수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계약학과를 떠나는 학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계약학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대학정보공시제도를 비롯해 대학별 주요 지표를 공유하는 대학알리미의 ‘ 2023년 기준 대학 정보 공시’에 따르면 국내 재계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계약학과 7곳 가운데 졸업 후 SK하이닉스와 취업이 연계되는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의 중도 탈락률이 12.8%를 기록하면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양대 내에서도 높은 중도 탈락률로 1위 글로벌한국학과(23%), 2위 데이터사이언스학과(13%)에 이어 3위 수준이었다. 또한 한양대의 지난해(2023년) 평균 중도 탈락률은 3.8%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의 경우 이에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를 보였다.
특히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지난해(2023년) 1기생을 뽑았는데, 재적학생 39명 가운데 1년 새 5명이 자퇴서를 내면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의 계약학과로 파격 혜택을 받는다. 한양대에 따르면 이 학과는 SK하이닉스로부터’ 교육용 최신 노트북 제공’, ‘학비 전액 및 매달 학업 보조금’, ‘SK하이닉스 인턴십 프로그램’,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박람회 및 실리콘밸리 견학’, ‘SK하이닉스 취업’ 등의 혜택을 받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고려대·서강대·한양대에 각별한 공을 들여 인재 양성에 힘썼다. 올해 5월 SK하이닉스는 한양대 내부에 ‘첨단 반도체 공정실습 클린룸’을 개소하여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높였다.
앞서 지난해(2023년) 5월에는 경기도 이천 캠퍼스에서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고려대·서강대·한양대 계약학과의 연합 MT를 개최하여 담합을 다졌다. 해당 MT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까지 참여하는 등 기업이 큰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최근 계약학과를 떠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학과의 운영을 비롯해 관리는 학교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며, 전폭적인 지원을 할 뿐이다”라면서도 “취업 연계와 같은 파격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1년 새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이탈하고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라고 했다.
실제 최근 기업의 지원을 받는 다른 대학교의 반도체 계약학과 역시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경우 지난해(2023년) 재적학생 392명 중 12명이 이탈했다. 앞서 해당 학과의 이탈률은 두 자릿수 이하였지만 처음으로 10명대에 들어서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중도 탈락자 0명을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학과 역시 지난해 3명이 학교를 떠났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올해 입시부터 의대 증원이 현실화하여 상위권 학과에서 연쇄 이동으로 대규모 이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계약학과는 최상위권 이공계열 학생이 밀집하여 이탈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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