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5명…” 한화오션 현직자가 밝힌 현장 분위기, 심상치 않다
한화오션 사망사고
거제 옥포조선소 추락사
작업구역 안전 시설 문제
지난 9일 야간 사고 발생으로 생산을 중단한 한화오션의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올해만 근로자 5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다. 이날 거제사업장에서 야간 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선박 내 30M 높이에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화오션에서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을 두고 안전대책 마련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화오션 측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머리를 숙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10일, 전날 오후 10시 57분께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40대 노동자 A 씨가 건조 중인 컨테이너 선박 상부 약 30m 높이에서 선박 하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해당 사고로 인해 A 씨는 크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A 씨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이날 주간 작업을 마친 뒤 야간에 추가 작업 요청을 받고 작업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사고 선박에는 추락을 막기 위한 그물망이 약 1M 높이로 선반 양쪽에 설치되어 있으나,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A 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해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안전벨트와 연결된 고리를 선박 구조물에 걸어야 추락을 방지하는데 이 부분이 제대로 돼 있었는지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은 A 씨의 사고를 포함해 올해 5차례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12일과 25일 옥포조선소에서 각각 사망 사고가 발생해 생산이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2일 20대 협력업체 직원 B 씨가 선박 방향타 제작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또한, 지난 25일 협력업체 소속 잠수부 C 씨가 작업 중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으며, 지난달 60대 협력업체 근로자 D 씨가 거제사업장 선박 엔진룸 근처에서 휴식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원인 불명의 익사 사건 1건을 포함할 경우 올해만 총 5차례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노조 측은 사망 사건에 대해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추가적인 온열질환 의심 사망자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장에 따르면 노조 측이 그동안 사측에 안전망 높이와 강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은 점이 이번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덧붙여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안전 불감증이 이번 사고로 드러났다”며 “추락사 외에도 폭발, 익사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사측이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를 두고 고용노동부 측은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사고 발생 직후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으며 창원지청 중대재해수사과와 통영지청 산재 예방 지도과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 또는 건설 공사 금액이 50억 원 이상인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 의무 위반 책임을 묻는 법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재 최고 경영자(CEO)에 대한 처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의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
앞서 지난 8월 한화오션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가 폭염의 영향으로 사망했을 당시 작업 현장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소속 노조원은 “고인의 병원 검진 내역을 확인한 결과 심장질환 등 문제는 없었다”고 밝히며 고인의 작업복과 장비는 신체 열기를 배출하지 못했다”며 “고인이 발견된 작업 장소는 냉방 시설이 없었고, 무더위를 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시 사망한 고인의 업무는 도장 붓칠 작업으로 확인됐는데, 이 과정에서 유해 물질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신을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보호구로 전신 보호의, 안전모, 고글, 방독 마스크 반면형, 귀마개, 안전화, 장갑을 착용하고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금속노조는 “한화오션은 휴게시간을 조절하는 등 폭염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중식 TBM을 하지 않아 재해자의 발견도 늦어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해당 사고 이후 한화오션에서 또 다른 1명의 노동자가 온열 질환으로 후송됐다는 점에서 한화오션 측의 안전사고 관리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지적되고 있다.
이는 한화오션 측이 ‘고용노동부 권고를 기준으로 매시간 10분/15분 휴식을 요구하는 등 작업 시간 단축 및 주기적인 휴식 시간의 보장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건 조처를 하지 않은 것에 따른 지적으로 보인다.
이어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기재된 한화오션의 리뷰에 따르면 현재 한화오션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익명의 사용자가 “사람을 갈아 넣는다. 사람 취급이 아니라 부품 취급한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추락 사고로 인해 숨진 A 씨의 사망을 두고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성하청지회장은 “추락 방호망이 있어도 느슨하게 연결돼 있어 높이를 더 올리든지 탄탄하게 해야 한다고 여러 번 문제를 제기했지만 바뀌지 않았다”며 “올해 폭발 사고와 익사, 추락사 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사측이 안전을 소홀히 한 결과인 만큼 확실히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편, 한화오션 측은 사고 이후 사과문을 내고 회사 발전을 위해 애써 주시는 근로자분과 한화오션을 믿고 선박 건조를 맡겨 주신 선주분들, 지역 주민과 국민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 죄송하다”라며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기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심심한 사과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덧붙여 앞서 예정됐던 차세대 함정 건조 공장 착공식을 취소하고, 조선소 전반에 대한 특별 안전교육과 점검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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