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태영 부회장이 일본에 밀려 말도 못 꺼냈다는 사업
국내 대형 공연장 부재
정태영 부회장 아쉬워해
정치권에서도 지적 나와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국내에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공연장이 없어 해외 유명 가수를 섭외하지 못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일본의 경우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공연장이 여럿 있어 해외 유명 가수를 비롯해 한국의 K팝 아이돌까지 일본 내에서 투어를 돌 정도다.
올해 2월 정태영 부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당시 정태영 부회장은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의 일본 도쿄돔 콘서트 공연 영상과 함께 “‘헬로 서울’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는데, 여기에 와서 ‘헬로 도쿄’라는 말을 듣는다”라며 “각국 정부들까지 관심을 가진 섭외 각축전에 우리는 대형 공연장이 없어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라고 했다.
당시 테일러 스위프트는 공연장 부재로 서울이 아닌 도쿄를 찾았고, 네 차례의 도쿄돔 콘서트에는 22만 명의 관객이 모였다. 당시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4회 공연으로 도쿄에서는 약 3,018억 원에 달하는 경제 창출 효과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대형 공연장의 부재로 전 세계가 K팝을 주목하는 시기에 국내에서 그 성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가수의 내한 공연뿐만 아니라, K팝 종주국인 한국은 BTS·블랙핑크 등 다수의 스타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한 대형 공연과 인바운드 관광을 활용할 수 있지만 대형 공연장의 부재로 이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뼈아픈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점을 상쇄하기 위해 좁은 공연장을 나누어서 대관하는 전쟁을 벌이거나, 해외투어를 강행하는데 공연 외 실질적 수익은 해당 투어 국가에서 가져가는 실정이다”라며 지적했다. 국내 아이돌이 대형 공연장을 찾아 해외로 떠나면서 실제 수익 창출은 한국인 아닌 공연이 열리는 곳에서 누리는 셈이다.
현재 서울에서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케이스포돔(KSPO돔·옛 체조경기장)이 1만 5,000석을 보유하여 유일하다. 상암동 소재의 서울월드컵경기장 역시 6만 6,000석으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지만, 프로축구 시즌에는 경기장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공연만을 위해 상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경우 국내에서 K리그를 비롯해 국제 경기까지 치르는 경기장으로 매년 잔디 훼손 논란이 뒤따른다. 지난해(2023년) 8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기 폐막에 따른 정부 주도의 K팝 콘서트 개최로 많은 축구 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하여 서울시는 잔디 훼손 최소화를 조건으로 내걸고 공연 대관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 올해 세븐틴과 임영웅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더하여 아이유 역시 이달 21~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자리 잡은 고척스카이돔 역시 2만 5,000석을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지만, 4~10월 열리는 프로야구 시즌에는 대관이 불가하다. 또한 지난해(2023년) 12월 개장한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경우 1만 5,000석을 보유하여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 가수의 공연은 대안이 없다는 게 공연 산업계의 중론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한국 대규모 공연장의 부재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올해 1월 이상헌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세계 시장을 K팝이 장악하고 있지만, 이를 즐길 수 있는 국내 공연 인프라는 미흡한 실정이다”라며 “K팝의 위상과 맞지 않게 국내에는 대중음악 전용 대형 공연장이 없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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