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연봉 우습다더니…” 취준생 ‘꿈의 직장’도 결국…
회계법인 빅4 채용 줄여
경기 침체 등 영향받아
반면, 금감원 회계사 선호
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일감이 많이 증가하면서 가파른 급여 인상률을 보인 회계사 직종은 올해 신입 채용이 감소하면서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 가운데 빅4(삼일·삼정·안진·한영)와 로컬 회계법인 어느 곳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인원이 200명에 달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회계사 신규 채용 인원 전체를 더하여도 공인회계사 최종(2차) 합격자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이기 때문이다.
11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12일 예비 소집일을 앞둔 빅4 회계법인들은 지난주까지 합격자 통보를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 소집일은 개별 회계법인의 입사 전형을 통과한 이들을 대상으로 입사를 확정하는 날이다.
빅4는 관례로 매년 같은 날로 맞춰 예비 소집일을 개최하는데, 이는 여러 곳에서 중복 합격 통보를 받은 예비 신입 회계사들이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날 예비 신입사원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중복 합격으로 당일 불참은 매년 빅4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지만, 올해의 경우 합격자들의 취업 걱정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빅4의 신규 채용인원은 800명 내외로 추정되는데 삼일과 삼정이 각각 300명을, 안진과 한영이 각각 110명~120명 내외로 채용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당국에서 회계업계를 대상으로 채용 인원 확대를 주문하여 당초 계획보다 다소 채용 규모가 증가한 것이다.
빅4에 합격하지 못한 400여 명은 그 아래 단계인 로컬 회계법인에 취직해야 하는데, 이 또한 여의찮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로컬 회계법인의 경우 신입 회계사 채용보다 경력직을 더욱 선호하는 데다가, 최근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감이 다소 줄어들어 채용 문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입사 준비생에 따르면 로컬 회계법인의 경우 총채용 규모가 15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이들 로컬 회계법인에서도 입사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빅4와 로컬 회계법인 어느 곳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회계사 합격자가 최소 200명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공인회계사 시험에 최종 합격하고도 빅4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한 이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는 약 200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예비 회계사들은 “이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우려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한 회계사 합격자는 “회계법인 빅4의 근무자는 4~5년 차가 되면 연봉 1억은 그냥 넘긴다는 얘기를 들어 목숨 걸고 합격했다”라면서도 “그런데 올해는 아무 데도 못 가는 참사가 벌어질 것 같아,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라고 했다.
한편, 회계법인에서는 신입 회계사 채용을 대폭 줄이지만 금융 공기업 중 한국은행과 함께 대표적인 ‘꿈의 직장’으로 꼽히는 금융감독원은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신입직원 채용공고를 공시했는데, 종전까지 없던 자격증 우대사항이 추가되었다.
채용공고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공인회계사(CPA)를 비롯해 국내 변호사, 보험계리사 자격증을 가진 지원자에게 1차와 2차 필기시험에서 전형 만점의 10% 가점을 부여하기로 하면서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회계사 채용이 간절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7년만 해도 금융감독원에는 30명이 넘는 회계사들이 입사했지만, 최근 낮은 급여 등의 이유로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의 입사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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