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통신 사업 추진했다가 정부에 빼앗겼다는 불운의 기업
SK 이통사 사업권
1984 정부 압박 포기
1993 한국이동통신 인수
최근 SK그룹이 이혼소송 중인 최태원 회장의 오너리스크에 휩싸인 가운데 올 초부터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집중적으로 투자할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골라내는 톺아보기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자체가 위태할 수 있는 재산분할이 거론되면서 이혼소송의 여파가 그룹 전반의 위기로 번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 SK그룹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인 이동통신 사업은 과거 최종현 선대 회장이 추진했다가 정부의 압박에 포기했던 사업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종현 선대 회장은 이동통신 사업을 왜 포기해야만 했을까?
당초 최종현 선대 회장은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미국 ICT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종건 SK 창업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것으로 유공 인수와 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위한 발돋움으로 평가된다.
지난 1984년 한국이동통신 서비스는 통신공사의 자회사로 만들어진 차량 전화 및 무선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한민국 이동통신 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쓴 것으로 4년 뒤 1988년 공중전기 사업자로 지정, 한국이동통신으로 거듭나면서 독립 사업자로 거듭났다.
이에 한국이동통신은 독립 사업자로서 빠르게 기틀을 잡아가는 한편, 88서울올림픽을 맞아 휴대용 이동전화서비스를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91년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면서 이동통신 대중화 시대를 활짝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1990년대로 진입하며 한국이동통신은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1994년 공개입찰을 거쳐 선경그룹(현 SK그룹)에 인수, 민영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앞서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해 왔던 최종현 회장의 경영 목표와 일치되는 행보였다.
실제로 1992년 체신부의 1, 2차에 걸친 심사 결과 1980년대 중반부터 정보통신사업 진출 준비를 해오고 있었던 선경그룹의 대한텔레콤이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당시 인수에는 선경 · 포철 · 코오롱 · 쌍용 · 동양 · 동부 등 6개 그룹이 참여했으며, 이중 선경이 정당하게 제2 이동통신 사업권을 받은 것임에도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여당에 속했던 민자당 김영삼 대표는 노태우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대국민 선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하는 등 선경그룹의 제2 이동통신 사업권 획득에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자 결국 1992년 선경그룹은 일주일 만에 반대 여론을 감안해 사업권을 자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선경은 준비 끝에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 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자진 반납한 것이다. 여론을 의식한 선경이었으나 이동통신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선경은 2년 뒤 문민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 이동통신사업에 진해 현 SK텔레콤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주당 8만 원대이던 주식을 주당 33만 5,000원에 인수하기로 하자 주변에서 재고를 건의했지만, 최종현 회장은 “이렇게 해야 나중에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며 “앞으로 회사 가치를 더 키워가면 된다”고 직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종현 선대 회장은 “지금 2,000억 원을 더 주고 사지만 나중 일을 생각하면 싸게 사는 거다. 우리는 미래를 산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최종현 선대 회장은 섬유 회사였던 SK를 석유화학과 정보통신 기업으로 키운 재계 거인이라고 평가된다. 실제로 최종현 회장은 10년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기획력, 여기에 도전정신을 더해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들을 현실화했다.
한편, 최종현 선대 회장은 국내 최초로 경영 시스템을 정립한 인물로 유명하다. 당시 최종현 선대 회장은 기업이 대형화·세계화되고 사회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고민 끝에 SK의 경영철학과 목표, 경영 방법론을 통일되게 정의하고 업무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도록 SK 경영관리시스템(SKMS·SK Management System)을 정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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