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브로큰 연대기 32화- 빛과 그림자 –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
TNA 최대의 PPV ‘바운드 포 글로리 2016’이 끝이 났다.
치열한 대립을 펼쳤던 무스와 베넷의 전쟁은 무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고
개거품 에런 렉스가 ‘최초의 TNA 그랜드 챔피언’이 되었으며
게일 킴은 ‘여성 최초 TNA 홀 오브 페이머’에 헌액됨과 동시에
마리아를 상대로 승리하며 6-타임 TNA 넉아웃 챔피언에 등극한다.
그리고, 훗날 전설이 될 남자 ‘아메리칸 나이트메어’ 코디가 데뷔
풍부한 볼거리와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줬다는 평가와 함께
바운드 포 글로리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게 되지만..
이 날, 유일하게 웃지 못한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모두의 염원에도 마지막까지 패배해버린 영웅, ‘EC3’였다.
크게 보면 이상할 것이 없는 단순한 하나의 패배일지 모르겠지만
이 날의 패배는 EC3에겐 더없이 치명적인 패배였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까..
주저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래쉴리라는 무시무시한 폭군의 힘앞에 맞섰지만
그는 마지막 결전에서조차 그저 무참히 무너지고 말았으니까
충격적 결말을 마주한 후, 사람들은 알고 싶었다.
이 날의 패배가 그저 단순한 하나의 시련이 될지
아니면 헤어나오지 못할 완전한 추락의 시작이 될지..
그리고, 이 의문이 풀어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운드 포 글로리 직후 펼쳐진 임팩트 레슬링에선
어디서 많이 들은 문구? 그렇다. 이 쇼의 진행자는 다름 아닌..
“‘피할수 없는 삶의 진리를 느낄 시간이다! 채널 고정해라!”
바로 훗날 ‘메가스타’가 될 남자, 일라이 드레이크였다.
당시 악역으로써 과거의 ‘파이퍼스 핏’이나 ‘하이라이트 릴’처럼
선역 레슬러를 초청해놓곤 맘껏 조롱과 비아냥을 거리는
여타의 악역 호스트 토크쇼의 형식은 별반 다를게 없었으나
‘팩트 오브 라이프’에는 다른 토크쇼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볼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얼간이!!! 예아아아!!!!!”
(DUMMY! YEAH!!!!!!!!!!!!!!)
바로 저 ‘빨간 버튼’이었다.
상대방이 무언가를 말하려 할때나, 혹은 자신에게 반박하려 할시
저 빨간 버튼을 누르면 위의 대사가 나오며 상대방의 말문을 막고
역으로 화려한 언변으로 광역 도발을 시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 날의 ‘팩트 오브 라이프’는 시작되고..
“LET ME TALK TO YA!!!!!!!”
-일! 라이! 드레이크!는 ‘황금을 향한 여정’에 들어섰지! 게스 왓!!
-(관중들) 왓??
-이제 ㄱ.. 내가 말씀하실때는 입다물어라 이 멍청이들아!!
-아무튼 게스 왓!!
-(관중들)WHAT?????!!!!!
(………..)
“분명히 내 말 끊지 말라 그랬다 이 씹대가리들아! 예아!!”
“오늘 밤 게스트는 내가 ‘황금을 향한 여정’을 시작할 동안”
-손에 잡은 한번의 기회를 로켓에 그대로 쑤셔넣고 날려버린 놈이지
-개같이 멋지게 월드 타이틀 획득에 실패한 남자!
-기절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시대의 진정한 ‘초크 실신 아티스트’!
-오늘의 초대 손님 ‘이던 카터 3세’를 소개하지
어제의 패배로도 기분이 좋지 않은데,
듣보잡 광대한테 까지 무시받아 심기가 불편한 EC3
하지만, 억누르는 화를 가라앉히곤 일단 자리에는 착석하는데
“그 병신같은 음악 좀 꺼버려!”
착석과 동시에 샤론 스톤급 도발을 시전하는 일라이 드레이크
-일! 라이! 드레이크!가 램프 위를 지나갈때
-여지껏 듣지 못한 최고의 함성이 내게 들려오는 걸 느끼지
-그 함성은 마치 ‘카보카’.. 동물의 괴성과 같다 이 말씀이야!
-EC3, 너는 그런 함성을 아주 오랫동안 원해왔고
-일라이 드레이크처럼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다
-사실 나는 여기 있는 EC3라는 남자를 아주 오랫동안 지켜봐왔지
-바포글의 월드 헤비급 챔피언십에서 무참히 패배한 모습까지 말이야!
-이봐, 그래서 말인데 패배한 소감이나 말해봐!
-흠… 어제 경기ㄴ….
“얼간이!!! 예아!!!!!”
(DUMMY! YEAH!!!)
오늘도 가치없이 눌러지는 일라이의 ‘빨간 버튼’
그리고 점점 굳어지는 EC3의 표정
패배의 시련이 점차 분노로 바뀌어 갔지만,
EC3는 쓸데없는 감정 소비를 하고 싶지 않았는지
끝까지 평정을 유지하며 답변을 이어 나가려 하는데..
-이봐, 일라이 사실은..
-DUMMY! YEAH!!!!!!!!!
또 한번 빨간 버튼을 누르는 일라이 드레이크
-넌 날려먹었지! (얼간이!! 예아!!)
-넌 초크 맞고 기절했지! (얼간이!! 예아!!)
-넌 패배했지! (얼간이!! 예아!!)
-넌 명백한 패배자지!!!!!!
“Don’t……“
(그만해라)
멈출줄 모르는 일라이의 속사포 지랄에
단 한마디의 말과 단 하나의 행동만으로 저지하는 EC3
이어지는 긴 침묵, 그러나 일라이 드레이크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남자의 눈에서 느껴지는 분노와
그 분노의 대상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침묵 속의 긴장감이 이어지던 그 때,
마침내 EC3가 바운드 포 글로리 패배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데
-난 바운드 포 글로리에서
-패배했어..
-지난 1년 동안 난 월드 헤비급 챔피언십에 대한
-갈망과 열정으로 죽을 힘을 다해 달려왔지만
-결국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지
“열정? 그 열정은 이제 죽었어.. 하지만..”
-그 열정은 이제 분노와 복수심으로 다시 태어났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같기 위해선 그 어떤 것이라도 해야해
-죽을 힘을 다해 모든 것을 바친 자만이
-영예로운 월드 헤비급 타이틀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거야!
-그런 나에게 너라는 새끼는 여기 쳐앉아서!!
-더러운 수염에 멍청하기 짝이 없는 퀭한 눈을 뜨곤!!
-이 등신같은 쇼나 진행하고 있지!!!!
-일라이! 너는 지금 이 병신같은 버튼을 누르는데 신경 쓸게 아니라
-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월드 챔피언십’을 신경 써야 하지 않냐??
-이 개병신같은 너에게 내 한마디만 더 얘기하지!!
-니가 지금 이 순간 이후 한번이라도 이 망할 버튼을 누른다면
-신께 맹세하고 나는 너를 아주 개쳐죽여 버릴거야!!!!
-아니 그냥 쳐죽이는게 아니라 너를 아주 조각조각 찢어내버리고!
-너를 죽여버리곤 니 놈 변사체에 오줌을 싸고
-불을 질러 니놈의 조각난 사체를 X구멍에 쳐박아주마!!!!!!!
-내 말 이해하겠냐!! 이 개새끼야!!!!!!!!!!!!!
-일라이!!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부디 그 버튼을 눌러줘!!!! 부탁이야!!!!!
-내가 너한테 이렇게 빌게!!!
-니 애미마냥 내가 이렇게 무릎까지 꿇고 비마!!!!!
-부탁이다!! 부탁할게!!! 제발 그 버튼을 눌러줘!!!!!
-내가 니 놈을 개박살 내버리게 그 버튼을 누르란 말이다!!!!!!!
분노를 넘어선 광기 어린 EC3의 모습에 당황한 일라이 드레이크
그의 얼굴엔 당혹감과 당황 그리고 심지어 공포까지 느껴졌는데
그런데! 그럼에도 겁없이 버튼을 누르려는 일라이 드레이크!!!
일라이가 분노를 넘어선 광기 앞에서도
샤론 스톤급 도발과 외팔이급 패기를 선보이려던 그 때!
그럼 그렇지, 광기 앞에 겁을 먹었는지 버튼을 치워버리는 일라이..
라고 모두가 생각한 순간….
그냥 오히려 마이크를 잡고 그의 눈앞에서 마이크를 든다?!
그 누구도 몰랐던, 심지어 본인조차도 몰랐던
‘그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너한테 뭐가 불만인줄 알아?”
-내가 처음 이 곳 TNA에 왔을때..
-난 세 얼간이들이 모인 그룹 ‘더 라이징’의 세번째 멤버로 들어왔지
-난 그곳에서 드류 갤로웨이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고
-또 한명의 멤버 마이카도 있었지만, 그는 이제 사라진 존재지
-하지만, 난 지금 여전히 이 자리에, 그리고 마침내 이 위치에!
-‘황금을 향한 여정’의 자격을 갖춘 위상을 가지게 됐다고!!!
-그렇다면 내가 처음부터 과연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까?
-아니!!!!
-그동안 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 있다
“일라이 드레이크는 EC3보다 한 수 아래 수준의 선수다!”
-그것에 대해 당장 내 생각을 말하자면!
-넌 주어진 걸로 정말 많은 걸 이뤄냈지
-하지만 바로 그게 핵심이다!
–‘너의 주어진 것들’ 말이야…!!
-니놈이 이 회사에 발딛은 첫날부터
-니놈은 망할 정상을 향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으니까!!!
-니가 기회를 받고 받고 또 받는 동안
-일-라이-드레이크-는 긁고 긁히고 할퀴고 할퀴어지고
-상처입고 상처입히며!!! 밑바닥에서 발악하고 또 발악하며
-비겁한 술수를 쓰면서까지 이 바닥에서 버텨왔어!!
-왜? 기회를 잡아야하니까! 이 바닥에서 기회란 좀처럼 오지 않으니까!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그래야 했지만,
-그래! 그럼에도 난 여전히 정상의 위치에 있는 놈은 되지 못했어!
-결론은 넌 여전히 먹이 사슬의 최상단에 있고
-난 너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는 거지!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기억해둬!
-니가 세상을 살면서, 이 바닥을 버텨온 세월 속에
-만약 네가 나만큼 긁히고 할퀴어진 놈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풉… 절대 착각하지마 그것만큼은 절대로
-넌 내 수준에 못 미치니까!!
-그리고 그건 모욕이 아니라 그저 ‘삶의 진리’일 뿐이지!
(That’s not an insult, That’s the fact of life!!)
-쇼 끝났으니까 마이크 내려놓고 꺼져라!
분노를 넘어선 광기 앞에 미쳐 날뛰던 EC3
하지만, 일라이 드레이크가 말하는 ‘현실’앞에
그는 또 한번 아무 말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물론 대립의 최종장에선 압도적으로 위상이 높았던
EC3가 당연히 승리를 거두게 되지만..
저 날을 기점으로 그들의 운명은 실제로 점차 바뀌게 된다.
이후, EC3는 여전히 TNA의 메인이벤터로 활약하지만
월드 챔피언 전선에선 멀어지고, 이후 악역으로까지 턴힐하며
회사의 얼굴이자 탑페이스의 자리에서 점차 내려오게 되더니
결국, 2018년 1월 TNA를 떠나게 된다.
그렇다면 대체 왜 EC3는 1년도 채우지 못한채
‘탑페이스’의 자리에서 내려온 것도 모자라
얼마 못가 퇴사까지 한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바로 당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총책임자이자
부사장이었던 ‘브루스 프리차드’의 결정이었다.
EC3를 회사의 간판으로 세운 사람은 바로 ‘빌리 코건’이었다
하지만 브루스는 EC3는 악역을 해야하며, 회사의 간판이란 자리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판단했었는데
훗날, 코건이 딕시와 TNA의 소유권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며
회장직에서 물러나자, 브루스는 곧바로 EC3를 악역으로 돌려세우고
회사의 프렌차이즈 스타의 이미지를 지우는데 주력하게 된다.
왜 그렇게 브루스는 EC3를 싫어했던걸까?
그 이유에 대해서 그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고
우리는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후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모두의 기대를 안은채
그러나,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처참한 실패’로 끝이 나고
다시 WWE를 떠나 자신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냄과 동시에
여전히 EC3는 프로레슬러로써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날 이후 일라이 드레이크의 운명은 과연 장밋빛이었을까?
아니, 전혀 아니었다.
분명 그 날 이후 업계에서의 그의 입지는 달라졌고
월드 챔피언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역대 최악의 암흑기를
겪고 있던 TNA에서 그의 고군분투는 그야말로 눈물겨웠다.
결국, 꿈도 희망도 없어진 당시의 임팩트 레슬링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지만 그것마저도 녹록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갔고
그리고 마침내 꿈의 무대 WWE에 입성하게 되는데…
그러나, 현실은 또 한번 그에게 잔인했다.
WWE로 돌아왔던 브루스 프리차드의 추천으로
야심차고 화려하게 NXT에 LA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맹활약하지만
메인 진입 후, 이름을 잃고 캐릭터를 잃었으며
심지어 2023년 최악의 참사 경기까지 만들어 내고야 마는
아주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역경과 좌절을 이겨내고
8년전의 그 말 처럼, 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은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이뤄낸 엄청난 성공으로
그렇게 그는 이 업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자
그 누구도 대체 할 수 없는 이 세상 오직 하나뿐인
‘메가스타’ LA 나이트가 되었다.
.
.
.
8년전이라면 상상하지도 못할 지금의 두 사람의 운명
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이었을까?
대체 어디서부터 그들의 운명이 바뀌어 버런것일까?
결과적이지만, 분명히 바로 ‘이 날’이었다.
단 5분의 세그먼트였고, EC3는 광기 어린 연기로 열연하고
그에 반해 일라이는 겨우 1분 30초만을 말했을 뿐이었지만
이 단 5분의 시간만에 팬들과 업계인들의
그들을 향한 평가는 역전되었고, 결국 그들의 운명 역시
완전히 뒤바뀌게 된것이다.
인생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히 알거 같다.
빛이 있는 곳엔 그림자도 존재한다는 ‘삶의 진리’를 말이다.
[다음화에 계속]
출처: 프로레슬링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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