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한화·신세계의 공통점…모두 ‘이것’ 차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적산불하 기업 대표적
SK 선경 직물·한화 조선 화약 공판
삼성그룹 미쓰코시 백화점 인수
현재 우리나라 재벌들의 토대가 된 것은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남기고 간 재산인 ‘적산(敵産)’으로 알려진 가운데, 적산 기업을 차지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일궈낸 사람들이 있다. 바로 SK그룹, 한화그룹, 신세계그룹이다.
이들은 일본이 패망한 뒤 남기고 간 국·공유재산과 일본인들에 의해 축적된 재산은 주인 없는 재산으로 남은 적산을 흡수했다. 당초 적산은 미군정에 귀속됐다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대한민국에 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독립운동가들은 일본인과 친일파들이 남긴 재산을 모두 국가가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국가의 통제로 민족자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우리 영토에 남은 재산을 민간인에게 헐값에 불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면서 한반도에 있던 일본인들은 자신의 재산을 반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시 남한 땅에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일본인들의 재산 반출을 불허해 일본인들은 빈털터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런 적산을 미군정이 들어서기 전에는 노동자나 지역 인민위원회가 관리를 했지만, 이 역시 미군정이 군정법령 33호를 공포하면서 일본인 재산을 귀속시킨 후 노동자 관리위원회를 와해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자산가들을 관리인으로 임명해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해방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을 거치며 이승만 정권은 귀속재산처리법을 제정했고, 대부분의 적산을 사기업에 불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승만 정부는 1949년 12월19일 귀속재산처리법을 제정·공포했으며, 이는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적산을 민간인에게 불하하는 법을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적산은 부동산 형태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중 땅, 집, 공장, 기계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승만 정부는 이 적산 기업을 민간에게 불하하는 기준으로 일제 치하에서 해당 기업의 주주나 경영인으로 있었던 자, 그 기업의 관리인으로 있었던 자, 그 기업에 돈을 빌려준 적이 있었던 자를 내세웠다. 즉, 일본에 협조적인, ‘친일 행적’이 우선순위로 작용한 것이다.
무상에 가까운 가격으로 불하가 이루어진 적산 기업은 짧게 5년~15년까지 분할 상환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적산을 차지한 이들은 누구일까?
실제로 우리가 현재 대기업 혹은 재벌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기업이 적산 기업에 속한다. 가장 대표적인 적산 기업으로는 현 SK그룹과 한화그룹이 꼽힌다. 당초 일제강점기 시기 선경 직물의 관리인은 SK그룹의 창업주가 되었으며, 조선 화약 공판의 관리인은 한화그룹의 창업주가 됐다.
SK(구 선경)의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은 10대 후반 일본기업 선경 직물에 입사해 어린 나이에 조장(관리인)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경 직물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군복의 안감으로 사용한 천을 만드는 회사로, 전범 기업에 속했다. 결국 해방 이후 적산으로 남게 된 선경 직물의 불하를 신청해 1952년 최종건 회장은 공장을 불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화그룹의 창업주 김종희 회장 역시 조선 화약 공판이라는 공장을 불하받았다. 이는 한화그룹의 모태가 됐으며, 당시 조선에 있던 유일한 화약 판매 독점기업에 속했다. 김종희 회장은 일본 순사의 도움으로 조선 화약 공판에 입사해 관리인을 거쳐 29살에 공장을 불하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범삼성가에 속하는 신세계 그룹 역시 모태는 적산 기업에 있다.
당시 삼성은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점과 동방생명을 불하받아 신세계백화점과 삼성생명으로 키워냈다. 특히 삼성이 ‘한국 최초의 백화점’이라고 자랑하는 신세계백화점의 뿌리가 일본 백화점에 있다. 당초 미쓰코시 백화점은 1962년 동방생명이라는 회사에 불하되는데, 바로 다음 해에 동방생명이 삼성에 인수되며 삼성 역시 적산 기업을 흡수해 신세계그룹으로 계열분리한 것이다.
이 외에도 현대그룹은 인천제철을, 삼표시멘트의 전신인 동양시멘트는 옛 오노다시멘트 삼척공장을, 대한전선은 조선전선 시흥공장을, 대한제분은 닛폰제분을, 해태제과는 니가오카제과 용산공장을 인수해 창립한 기업이다.
한편, 현재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은 이승만 정부에게 불하받은 적산 기업을 모태로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승만 정부의 적산 기업 불하로 인해 ‘정경유착’의 뿌리가 단단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당시 식민지 체제에 협력했던 재산가나 관련자가 정경유착으로 들러붙어 한몫 챙긴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시 이승만 정부의 적산 기업 불하 과정은 ‘기업 부자는 정부가 만든다’는 인식을 심었다. 다만, 적산 기업이 부정적인 영향만 끼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
내 경제의 뿌리를 만든 것 역시 적산 기업의 성과이기 때문이다. 적산 기업의 불하로 인해 신흥 재벌이 탄생했으며, 적산 기업 매각이 우리나라를 제조업 국가로 변화할 수 있던 것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적산 기업을 저렴한 가격으로 인수한 신흥재벌들이 우리나라 산업계의 주역으로 성장하며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며 우리나라가 제조업 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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