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도선사’ 합격했죠…제가 하는 일은요”
최초 여성 도선사 ‘구슬’
‘바다 위의 파일럿’ 별명
선박 지휘 및 조종 업무
남성의 무대인 줄만 알았던 부둣가에 여성이 등장했다. 그것도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올해 초 부산항에 국내 첫 여성 도선사가 배치됐다고 밝혔다. 37세의 구슬 도선사는 지난해 7월 도선수습생 최종 합격자 발표 당시부터 화제가 된 인물이다.
우리나라에 도선사 시험 제도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도선사이며 이번에 함께 국내 항에 배치된 도선사 26명 가운데 최연소이기도 하다. 특히 도선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도선사의 직업 특수성 때문이다. 남성을 고집하는 해양 직군의 특성상 그동안 ‘금녀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도선사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도선사는 ‘바다 위의 파일럿’이라는 별명을 지녔다. 배가 항구에 가까이 도착하면 이후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도록 배를 조종하고 지휘한다.
도선사는 선박에 탑승하여 선장에게 선박의 항로와 속도를 지시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도선법에 따라 최소 500톤 이상의 외상선에 반드시 도선사가 승선해야 한다.
갖춰야 할 실력은 제법 까다롭다. 우선 선박의 항로를 완벽히 파악해야 하고 선박의 속도, 규모, 종류도 숙지해야 한다. 외국 선박의 입항을 대비해 원활한 외국어 능력도 갖춘다.
이에 따라 자격을 얻기까지의 과정도 길고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6,000톤 이상 선박에 선장으로 3년 이상 승선해야 하는데, 선장은 되는 것부터가 긴 시간이 소요된다. 선장이 되기까지 보통 3등 항해사 2년, 2등 항해사 2~3년, 1등 항해사 최소 5년에서 10년가량 근무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구슬 도선사는 국내 벌크선사 STX팬오션(현 팬오션)에서 3등 항해사부터 1등 항해사까지 지내다가 일본 회사로 넘어갔다. 그곳에서 1년을 일한 뒤 2015년 싱가포르 선사 BTS탱커스로 이적해 이곳에서 선장을 지냈다. 이 당시에도 국내 첫 여성 외항선 선장으로 임명된 것이었다.
도선수습생 시험에 합격했다고 끝이 아니다. 도선구를 배정받아 6개월간 200회 이상 도선 실무 수습을 받아야 하고, 본시험 격인 도선사 시험에 최종 합격해야 한다.
면허증이 나오면 시험 응시 전 지원한 희망 도선구 혹은 시험 성적에 따라 배정된 곳에서 반년간 실습을 받는다. 이때 선배 도선사를 따라다니며 실무를 익히고, 교육 종료 후 차에 따라 최소 3만 톤 이하에서 최대 7만 톤 이하의 선박을 도선 한다.
이 과정을 다 거친 도선사의 평균 연 소득은 2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한국도선사협회에 따르면 LNG 선박 선장의 연봉 2배에 달하는 2억 5,000만 원에 달한다. 연 소득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대개 도선사는 개인사업자로 일하기 때문이다.
수출입 등으로 배가 많이 드나드는 울산항 도선사의 경우 평균 연 소득이 5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해양 종사자와 달리 장기 승선이 필요하지 않아 육상 근무를 할 수 있고, 정년도 65세로 다른 직업군들에 비해 높다는 장점을 지녔다.
그러나 위험 부담 역시 높은 소득과 워라밸만큼이나 컸다. 보통 선박 1대를 도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인데 도선선으로 도선 지점까지 움직이는 데만 2시간가량이 소요된다. 파도가 높거나 비가 오는 등 기상 악화를 겪으면 선박 승선 시 배가 흔들려 바다로 추락할 위험이 높다.
한기철 부산항도선사회장은 “도선사는 힘든 승선 생활을 거쳐야 하고, 공부도 많이 요구되는 직업이지만 노력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직업”이라며 “청운의 꿈을 가지고 해기사의 꽃인 도선사가 되려고 도전하는 걸 후배들에게도 늘 추천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류재형 부산해양수산청장은 “국내 첫 여성 도선사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부산항에 입·출항하는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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