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일 안 해요”…’전업 자녀’ 속출에 분통 터지는 부모들
글로벌 ‘전업 자녀’ 속출
중국·인도 고학력자 실업률↑
무분별한 대학 정원 확대 지적
최근 한국을 비롯해 중국 등 해외에서 취업하지 않고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이른바 ‘전업 자녀’가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연간 1,000만여 명의 대학 졸업생 태반이 취업하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공산당이 밝힌 실업률은 15% 수준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와 아르헨티나, 몽골 등 신흥국 전반에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의 부모들은 자녀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교육을 지원했지만, 그 나라의 고급 인력 수요는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고학력자들의 취업이 곤두박질쳤다.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N 국제노동기구(ILO)의 8월 보고서를 인용하여 “고등교육을 받은 개발도상국의 청년 실업률은 고소득 국가의 2~3배에 이른다”라고 밝혔다. 더하여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중동 등 중·하위소득 국가의 30세 미만 대졸자 5분의 1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WSJ은 “노동자, 농부, 목동들은 자녀들의 고등 교육을 위해 버는 돈을 쏟아부었다”라며 “자녀는 변호사, 엔지니어, 외교관의 꿈을 키웠으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들 국가의 대학 졸업생은 급증했으나, 경제와 사회는 여전히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그만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중국에선 ‘전업 자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취업하지 못하여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연명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삶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인도 역시 비슷한 이유로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 20년간 인도는 대졸자 비율이 3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3월 ILO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0세 미만 인도 대졸자의 29%가 실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의 경우 초등교육도 받지 못한 이들의 실업률은 3%대에 머물렀지만, 대졸자의 실업률은 그의 9배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인도의 명문 공대를 졸업한 일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IT업계에서 근무하고 나머지는 운전사, 배달원 등의 직업을 구해야 한다.
몽골에서도 지난 1990년대 초반 공산주의 종식 후 대학이 난립하면서 대졸자들이 증가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목축업을 하는 집안에서 자란 A 씨는 울란바토르 지역 대학에서 저널리즘 학위를 받았다. 그의 동생들도 각각 의학과 법학 학위를 취득한 고학력자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아무도 전공을 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암웨이에서 외판원으로 근무 중이며, 한 동생은 한국으로 이주하여 이삿짐을 나르거나 청소 업무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고학력자 취업난에 대학 정원을 너무 확대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스턴 칼리지 국제 고등교육 센터의 명예교수인 필립 알트바흐는 “(대학 입학) 문이 과도하게 넓게, 무차별적으로 빨리 열렸다”라며 “지니가 병에서 나오면 다시 넣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은 최근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하는 청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청년층(15~29세)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직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만 2,000명 늘어나 44만 3,000명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청년 세대의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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