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 연쇄 살인범 전문가, 알고 보니 ○○○이었다 (‘서프라이즈’)
[TV리포트=양원모 기자] 프랑스 최고 프로파일러의 정체는 전직 ‘책방 주인’이었다.
13일 오전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2020년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던 ‘가짜 프로파일러 스캔들’을 극화해 방영했다.
‘간호사 살인마’ 도널드 하비, ‘피에로 살인마’ 존 웨인 게이시 등 15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77명의 연쇄 살인마를 분석한 전설적인 프로파일러 스테판 부르고앵. 30년간 75권의 책을 써내며 경찰 대상 특강까지 진행할 만큼 인정받는 전문가였다.
영화감독을 꿈꿨던 부르고앵이 프로파일러의 길을 걷게 된 건 1976년. 미국 유학 중 아내가 성폭행 뒤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었는데, 범인이 연쇄 살인범이었던 것. 아내와 같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프로파일러가 된 그는 범죄 프로그램 전문가로 단골 출연하며 프랑스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그가 ‘범죄 수사의 전설’로 불리게 된 건 범죄자들에게 자백을 끌어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중요 정보를 여러 차례 건넸기 때문.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부르고앵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부르고앵의 30년 팬 찰스였다. 그가 펴낸 책들에서 일부 내용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프로파일러 행세를 하고 있음을 알아챈 것이다.
밝혀진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유명 연쇄 살인범들을 인터뷰했다는 주장은 사실 범죄 다큐멘터리에 통역으로 참여할 사실을 과장한 것이었고, 그가 출간한 책과 논문은 모두 기존 범죄학자들의 책과 논문을 짜깁기한 것이었다.
자백 유도 능력도 부르고앵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프랑스 최고 프로파일러’라는 이름값에 부담을 느낀 범죄자들이 알아서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 그가 ‘세계 최초의 프로파일러’ 존 더글러스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공개한 사진도 범죄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FBI를 찾았다가 더글러스와 촬영한 기념 사진에 불과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아내 이야기. 성폭행 뒤 살해당한 아내 따윈 없었고, 부르고앵이 방송에서 공개한 아내 사진은 한 무명 배우와 찍은 것이었다. 이런 거짓말로 그는 프로파일러 행세 1년 만에 ‘프랑스 최고의 범죄 전문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사실 그는 미국에서 B급 영화 스태프로 일하다 프랑스로 돌아와 작은 책방을 운영했는데, 범죄 다큐멘터리 촬영 당시 더글러스에게 “프로파일링이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 프로파일러 사칭을 결심한 것이다.
부르고앵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에게 감쪽같이 속았던 프랑스 언론, 경찰도 한동안 엄청난 조롱에 시달렸다고 한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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