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 썼던 한인 부부…5조 원 매출에도 이런 결말 맞았죠
포에버21 한인 성공 신화
연 매출 5조 2,000억 원 수준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몰락
당초 미국에서 한인 성공 신화를 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는 과거 6조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판 ‘동대문 신화’로도 불리는 이 브랜드는 한인 부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동대문시장 격인 자바시장에서 25평짜리 작은 옷 가게로 시작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SPA브랜드로 거듭났다.
특히 해당 브랜드의 창업주가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가 접시닦이와 세탁소 등 온갖 궂은 일로 생계를 이어가던 한국계 이민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실판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는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출시한 SPA브랜드 ‘포에버21’이다.
해당 브랜드를 설립한 한인 부부는 1980년대 초반 LA로 이민을 간 한국계 이민자로,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가 세탁소, 경비, 주유소, 식당일 등을 마다하지 않고 종잣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A 한인타운 거리에 ‘패션21’이라는 이름의 옷 가게를 차린 부부는 작은 가게를 포에버21로 성장시켰다.
당시 포에버21은 ‘5달러 셔츠와 15달러 드레스’로 표현되는 저가 의류의 대중화를 이끌며 2000년대 초반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자라, H&M, 유니클로 등 세계적 SPA브랜드와 경쟁하며 한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중남미 등으로 매장을 확장하며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치며 사세를 확장해 온 포에버 21은 창업주인 장도원·장진숙 부부를 LA 10대 갑부 반열에 올렸다. 지난 2011년 권위 있는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39위에 장진숙 씨를 선정했다.
이어 지난 2016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00대 억만장자에 장 씨 부부가 이름을 올리며 두 부부의 얼굴이 표지를 장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시기 부부의 자산은 약 50억 달러(약 6조 원)로 평가됐으며 LA 지역 부호 10위 안에 꼽힌 것으로 알려졌다.
포에버 21의 규모가 커지자, 장 씨 부부의 자녀들도 경영에 뛰어들었으며 이에 따라 포에버21은 가족경영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명문대에 다니던 장녀 린다 장과 차녀 에스터 장이 경영에 참여해 각각 마케팅과 디스플레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성공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는 지난 2019년 포에버21이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접수하면서 장 씨 부부의 성공 신화도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 경영 위기 및 구조조정설이 돌긴 했지만, 갑작스럽게 파산보호신청이 공식 접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아메리칸드림은 막을 내렸다.
당시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서는 포에버21의 추락 원인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매장 확장을 꼽았다. 장 씨 부부의 자녀가 경영 일선에 참여한 이후 당시 린다 장 부회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6년도 안 되는 기간에 7개국에서 47개국으로 뻗어갔는데 그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커머스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던 아마존 등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 감소도 위기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포에버 21을 둘러싼 상표권 침해 소송 역시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같은 해 미국의 유명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포에버21을 상대로 자신의 ‘7링스’ 뮤직비디오와 5집 앨범 ‘생큐, 넥스트’ 표지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1,000만 달러(약 121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결국 한인 부부 성공 신화를 썼던 포에버 21은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낸 지 5개월여 만에 미국 업체에 매각됐다. 한때 연 매출 44억 달러 (약 5조 2,000억 원)을 기록했던 포에버 21은 8,100만 달러(약 960억 원)에 매각됐다.
당시 현지보도에 따르면 포에버21의 매각은 미국의 대형 부동산 회사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브룩필드 프로퍼티 파트너스와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업 어센틱브랜즈 그룹 컨소시엄이 인수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2019년 브랜드 관리 전문 어센틱브랜즈그룹에 인수된 포에버 21은 최근 심각한 자금난에 몰리며 관리회사인 스팍그룹(스팍그룹은 어센텍브랜즈그룹과 사이먼 프로퍼티그룹, 브룩필드 프러퍼티 파트너스가 인수 기업 공동 운영을 위해 발족시킨 컨소시엄)에까지 타격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NBC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포에버21은 일부 매장에 50%까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결제도 70일 이상 연체되는 등 자금난에 따른 파장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국 온라인 패션 쉬인, 테무와의 경쟁에서 절대적 열세에 몰리고 있는 것을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으며, 디지털 중심의 중국 울트라 패션의 등장으로 기존 몰 중심의 마케팅 방식으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심각한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현재 포에버 21은 파산보호신청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포에버 21이 자금난을 벗어나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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