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3,808억 원 재산분할에 뿔난 최태원 회장이 대법 향해 한 말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민법 830조와 831조 제시
‘부부별산제’ 채택 주장해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주식 등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은 애초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분할해 줄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돼 이목이 쏠린다.
최태원 회장 측의 주장에 노소영 관장 측은 대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사실상 이혼 재산분할 판례가 변경돼 유책 배우자가 무책 배우자를 맨몸으로 쫓아낼 길이 열린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내달 초까지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지 않는다면, 일반 국민들의 이혼 재산 분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당 쟁점에 대해서도 심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16일 최태원 회장 측은 대법원에 제출한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에서 항소심이 자신 명의 재산 3조 9,883억 원을 분할 대상으로 보고 총 1조 3,808억 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최태원 회장 측은 민법 830조와 831조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항은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뿐 아니라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이 되고, 부부는 이를 각자 관리·사용·수익한다고 규정한 것이 골자다. 즉, ‘부부별산제’ 채택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의 법률대리인 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혼인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고, 취득에 있어 배우자의 협력이나 내조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들은 “장기간 혼인 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자의 기여를 넓게 인정해 한쪽의 특유재산을 일단 부부 공동재산으로 취급해 분할 비율을 적당히 조절하는 방식으로 실무가 운영된다면 부부별산제 원칙은 형해화할 것”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 원이 최 회장 부친인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흘러 들어가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는 점 등에서 SK 주식 등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즉, 최태원 회장 측은 현재 최태원 회장 측은 이런 항소심의 판단은 잘못된 것으로, 상고심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종잣돈이 노태우 전 대통령과 무관한 만큼 부부 공동재산이 아닌 최태원 회장의 특유재산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복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 해당 자금이 최 선대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퇴임 후 활동 자금으로 준 돈이라는 증언이 나오는 점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태원 회장 측의 주장에 노소영 관장 측은 대법원 판례상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은 부부의 공동재산이라는 전제에서 기여의 실질에 따라 재산을 분할해왔다는 점에서 항소심 판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통상 혼인 중에 벌어들인 재산을 대부분 남편 명의로 하는데,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부인이 입증하기 곤란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990년 재산분할 제도가 도입돼 대법원 판례에 확립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소영 관장의 법률대리인은 의견서를 통해 “최 회장은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와 우리 법과 판례의 확립된 태도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적인 견해와 논리 조작을 통해 자신만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는 불가침의 재산인 것처럼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최태원 회장 측이 제시한 민법 조항에 대해서도 “특유재산과 귀속불명재산에 관한 조문일 뿐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여기에 노소영 관장 측은 최 회장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향후 일반 국민들의 이혼 소송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히며 “이는 종국적으로 가정을 파괴한 유책 배우자가 무책 배우자를 맨몸으로 내쫓고 그 과정에서 자녀까지 고통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측의 주장이 하급심의 전권 사항인 ‘사실인정’을 다투는 것인 만큼 애초에 법률심인 상고심에서 들여다볼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역대급 재산분할 액수를 둘러싼 이혼소송 상고심에 대한 대법원의 첫 번째 관문은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판결에 법 위반 사유 등이 없다고 판단될 때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상고 기록 접수로부터 4개월이 지나는 다음 달 초까지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지 않는다면, 특유재산과 관련한 법리도 세부적으로 심리해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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