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로 딸 잃은 아버지… “아직도 딸 생각하며 비 맞고 다녀” (‘꼬꼬무’) [종합]
[TV리포트=양원모 기자] 태풍 ‘매미’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부성애가 안방극장을 울렸다.
17일 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2003년 전국을 강타, 132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괴물 태풍 ‘매미’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유족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매미로 딸 서영은 씨와 예비 사위 정시현 씨를 동시에 잃은 영은 씨 아버지는 “비오면 그냥 맞고 다닌다.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하지만, 나는 우리 아이가 물속에서 떠났는데 이까지 맞는 게 뭐냐며 우리 딸 생각하며 맞고 다닌다”며 “고통을 같이 느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은 씨는 매미 상륙 당시 마산 한 빌딩 노래방에 남자친구 시현 씨와 있다가 매미가 일으킨 해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시현 씨는 주차장을 통해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지만, 영은 씨가 안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빌딩으로 돌아갔다가 변을 당했다.
영은 씨 아버지는 “주변에선 ‘이제 세월이 지났으니까 잊어라’ 이런 말을 하는데, 그 말은 부모한테 더 고통을 주는 것”이라며 “(자식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부모는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현 씨와 한 살 터울인 친형도 “비가 오면 동생이 생각나고,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법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자고 일어나면 어디선가 나타날 것 같다”며 “한 번씩 책상 위에 있는 사진을 보면 많이 그립다”라고 말했다.
방송에 따르면 영은 씨 아버지는 딸을 잃은 뒤 환멸을 느끼고 한국을 떠나려고 했다. 딸 영은 씨와 어릴 때 살았던 미국에 정착하려 했던 것. 아버지는 “미국 플로리다에 허리케인이 많이 온다. 그런데 거기는 재해 방지 대책이 굉장히 완벽하다”며 “그래서 한국 사회가 원망스러웠다. 너무 힘들어서 미국으로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때 시현 씨 아버지는 영은 씨 아버지를 말리며 한국에 남아달라고 설득했고, 다른 유족들과 힘을 모아 태풍 매미 유족회를 출범시켰다. 유족회는 마산에 2018년 높이 2m·길이 1㎞의 차수벽(방조벽)을 설치했고, 덕분에 2022년 힌남노 상륙 당시 경남 지역에선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현 씨 아버지는 차수벽이 설치된 날 시현 씨 묘소를 찾아 오열했다. 시현 씨 친형은 “아버지가 겉으로는 내색을 잘 안 하시는데 엉엉 우셨다”며 “아버지가 우시는 건 처음 봤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버지 같은 아픔을 다른 사람도 겪게 해선 안 될 것이란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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