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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병철 회장이 주변 만류에도 반도체 사업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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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오일 파동·경영권 승계 여파
이건희 회장 주장 받아들여

삼성 이병철 회장이 주변 만류에도 반도체 사업 뛰어든 이유
출처: 삼성전자 제공

최근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가운데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이 과거 주변의 만류에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 9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3% 줄어들었다. 또한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날 집계한 증권가 전망치 평균(영업이익 10조 7,717억 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앞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3분기에 13~14조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봤지만, 지난달(9월)부터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즉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은 이미 낮아진 눈높이도 충족하지 못한 셈이다.

삼성 이병철 회장이 주변 만류에도 반도체 사업 뛰어든 이유
출처: 뉴스1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여러 악재가 한 데 덮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증권가는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2분기에 기록한 6조 4,510억 원에서 3분기 5조 원대로 내려앉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업계는 지난 2분기 대비 3분기 스마트폰 실적 역시 부진했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DS 부문의 경우 임원진 교체 및 감축 등 인적 쇄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12월에 진행됐던 연말 인사 역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경쟁력을 복원하고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라며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라고 밝혔다.

삼성 이병철 회장이 주변 만류에도 반도체 사업 뛰어든 이유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 삼성전자 제공

그렇다면 최근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삼성전자는 지난 1974년 12월 반도체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이미 반도체 산업의 성장 궤도에 올랐던 미국과 일본보다 27년 뒤처진 출발이었다.

당시 미국과 일본에서는 컴퓨터와 반도체가 화두였다. 앞서 미국은 1947년 ‘윌리암 쇼클레이’에 의해 세계 최초로 TR(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이후 1959년 페어차일드사가 IC(집적회로) 개발을 하면서 세계 반도체산업의 문을 열었다. 반면, 한국은 지난 1965년 미국 코미그룹의 투자로 설립된 고미반도체를 시작으로, 1974년 1월 KEMCO와 미국 현지법인인ICⅡ가 합작하여 선진국형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웨이퍼 가공생산을 위해 ‘한국반도체’가 설립되면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이 주변 만류에도 반도체 사업 뛰어든 이유
출처: 삼성전자 제공

백색가전 사업에 주력하고 있던 삼성전자는 1973년 제1차 석유 파동이 발생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었는데, 당시 이병철 선대회장은 석유 파동을 겪은 이후 우리나라의 취약한 경제체질을 실감했다고 한다.

더하여 당시 삼성은 경영권 승계가 한창이었는데, 이와 관련해 이병철 선대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3남인 이건희 회장은 애초 우선 경영 승계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큰형 이맹희 회장과 작은형인 이창희 회장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경영 승계 구도에서 밀려났다.

‘사카린 밀수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1966년 경영에서 물러난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맹희 회장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창희 회장은 박정희 정부 시절 삼성과 이병철 선대회장의 비리를 고발한 탄원서를 청와대 등에 제출하면서 부친의 눈 밖에 났다.

삼성 이병철 회장이 주변 만류에도 반도체 사업 뛰어든 이유
출처: 뉴스1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하이테크산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면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의 예리한 주장에 이병철 회장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고, 1983년 글로벌 반도체 사업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당시 주변의 만류에도 이병철 선대회장은 1983년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이 아닌 일본에 진출한다는 것에 주변인들의 만류가 이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병철 선대회장은 오랜 고심 끝에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심했다. 그리고 불과 6개월 만인 1983년 12월 1일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며 미국과 일본과의 반도체 기술격차를 줄여나갔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사업 초기는 기술 확보 싸움이었다”라며 “일본 경험이 많은 내가 거의 매주 일본으로 가, 반도체 기술자를 만나 그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도움 될 만한 것을 배우려 노력했다”라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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