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만류에도 이부진이 끝까지 추진했던 사업…지금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에르메스 국내 1호점 1층 이전
최근 지하·1층 복층 구조 변모
지난 2001년 호텔신라에 기획부 부장으로 입사해 23년간 호텔 신라를 이끌어 온 이부진 사장은 과거 호텔신라의 임직원들이 만류했던 사업을 끝까지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신라호텔의 지하에 있던 에르메스 이전 사업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에 입사한 지 3년이 지난 2004년 경영전략 담당 상무보로 승진한 해 지하 아케이드에 있던 에르메스 매장을 현재의 1층 자리로 이전한 것이다. 특히 이를 두고 호텔신라의 거의 모든 임원이 에르메스 매장 1층 이전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임원들은 영빈관과 한옥 건물과 호텔 건물로 이루어진 호텔 신라를 두고 “오픈 이래 1층으로 전면 배치한 사례가 없었을뿐더러 호텔 이미지적으로도 상업성을 추구하는 면모가 소비자에게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부진 사장의 사업 추진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부진은 자신의 주장을 굳히지 않고 임원들을 설득해 에르메스 매장을 1층으로 이전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부진 사장은 당시 임원진들의 우려와 달리 자신의 고집을 성과로 증명했다. 이는 에르메스 매장을 1층으로 옮긴 뒤 일본인 관광객을 비롯한 해외인사들이 호텔신라를 찾는 횟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에르메스가 지하에 입점해 있던 시절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약 2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초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럭셔리 패션브랜드 에르메스(Hermes)에 대한 삼성의 인수설이 재계에 돌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삼성이 명품브랜드 에르메스의 인수(또는 지분 참여)를 추진 중이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계적인 명품 제국 LVMH가 지난 2010년부터 에르메스의 주식을 야금야금 사들여, 최근 그 지분이 22.3%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며 삼성이 에르메스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설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에 당시 에르메스 측은 “금시초문이다. 에르메스는 홍콩에 매장만 두고 있을 뿐, 아시아ㆍ태평양을 관장하는 오피스는 상하이에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에르메스 인수설을 두고 이부진 사장이 신라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있던 에르메스 부티크를 호텔 1층 정문 옆으로 옮기는 용단을 내리는 등 에르메스를 각별히 챙겨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것이 소문의 근원이 됐을 것이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부진 사장의 이런 결단은 그에게 ‘리틀 이건희’라는 별칭이 붙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로 태어난 이부진은 삼성복지재단에 들어간 뒤 삼성전자를 거쳐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빠른 승진을 거듭해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호텔신라의 대표이사로 승진한 지난 2010년 서울 장충동에 한옥 호텔을 세우겠다며, 국가 수도인 서울에 전통을 가득 담은 한옥 호텔을 지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당시 서울시는 자연·문화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옥 호텔 사업안을 두 번이나 반려했다.
이부진 사장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해당 사업을 의지로 끝까지 밀고 나갔다. 이에 호텔신라는 지난 2019년 해당 사업에 대한 허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텔신라는 지난해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의 국내 1호점인 서울 신라호텔 점을 복층 구조로 확장해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부진 사장이 1층으로 이전한 에르메스 매장을 지하 1층까지 연결해 확장하는 공사로, 에르메스가 복층 형태의 매장을 여는 건 2019년 12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이어 두 번째로 알려지며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에 브랜드 희소성을 위해 ‘매장 총량제’를 운영 중인 에르메스가 선보인 국내 11개 매장 중 호텔 매장은 면세점을 제외하고 신라호텔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호텔신라를 향한 에르메스의 신뢰도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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