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시절 ‘상왕’으로 불렸다는 사람…안타까운 소식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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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3

이상득 前 국회부의장
“모든 일이 형님을 통한다”
향년 89세로 별세 소식 전해

MB 정부 시절 ‘상왕’으로 불렸다는 사람…안타까운 소식 전했다 — 출처 : 국가기록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 ‘상왕’으로 불리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이 있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다. 그는 어떻게 ‘상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됐을까?

1935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이상득은 광복 후 가족과 함께 일본에서 귀국해 경북 포항에서 동지 상고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했으나 부상으로 중퇴하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그는 대학 졸업 직후 1961년 코오롱상사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사장 자리에 올라 ‘샐러리맨 신화’를 쓰기도 했다.

다만, 그는 기업인으로서의 야망보다는 정계 진출에 대한 야망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고향인 경북 영일·울릉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 이상득은 18대 총선까지 내리 6선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그는 당 사무총장, 원내총무,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고, 17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내며 정치권에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이상득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것은 그가 친동생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 창업 공신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후견 그룹 ‘6인회’의 구성원 중 한 명이었다.

이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야권에서 그에게 “모든 일이 형님을 통한다”는 의미로 ‘만사형통’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회에서 이 전 의원의 지역구 포항에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집중적으로 배정돼 ‘형님예산’이라는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그가 자란 고향 이름을 딴 ‘영일대군’이라는 별칭이나 ‘상왕’이라는 수식어에도 그가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못지않은 권력을 휘둘렀다는 인식이 짙게 묻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이상득이 대통령의 형으로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공개 활동을 자제했으나, 주요 현안마다 막후 조율을 주도하면서 ‘모든 게 형으로 통한다’는 의미의 ‘만사형통’ ,‘상왕(上王)’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다만, 이상득은 자신의 막후 행보와 관련해 “내가 개인적으로 하는 말을 대통령과 연관시키지 말라”고 불만을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못지않은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상득은 지난 2011년 보좌관의 SLS그룹 구명 로비 금품수수 의혹 등이 터지면서 권력의 대세 반열에서 내려와야 했다.

결국 지난 2012년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년 2개월간의 형을 마치고 나오기도 했다. 이는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첫 사례로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수사팀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상득 의원이 구속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대국민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만기 출소한 이상득은 6년 만인 지난 2019년 포스코그룹의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3개월의 형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어 국회의원 재직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억대 자금을 건네받은 혐의로 또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주요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한편, 23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향년 89세의 나이로 별세한 그는 그동안 지병을 앓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었다는 사실을 그의 측근이 전하기도 했다.

여러 사건에 연루되며 형을 살고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 2006년 그가 한미 관계 정상화에 노력한 야당 국회부의장이라는 점은 현재까지 귀감이 되고 있다. 당시 이상득은 한나라당의 국회부의장으로서 박진, 나경원 의원 등과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조야에 전시작전권 조기 반환의 문제점 등을 워싱턴 D.C. 현지에 알린 인물이다.

이어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특사로도 활동한 이 전 부의장은 공직 생활 말년엔 우리나라가 이차전지 생산 세계 1위 국가로 거듭날 수 있게 한 원재료 ‘리튬’ 확보에 가장 공을 들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당시 리튬의 중요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자원을 경영하라’는 책을 직접 발간하고 중장기 자원 투자의 중요성 인식을 확산하는 데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